나는 종이 냅킨으로 책상위의 물방울을 훔치고 그녀를 생각해 본다.
그렇게 맑고 조용하고 항시 미소짓던 그녀가 알츠하이머라고, 믿기지 않는다.
지금은 자정을 조금 넘은 12시 18분이다.
금요일을 지나서 토요일로 넘어왔다.
또 하루가 지났다. 내 남은 인생이 하루가 또 줄어든 것이다.
주위는 너무 조용해서 글 쓰는 소리마저 사각사각 들린다.
개미 지나가는 소리도 들릴것 같다.
핸드폰의 기온은 영하 12도를 가리키는데 집안에서는 별로 춥지않다.
아내가 집안을 따뜻하게 조정해 놓은 모양이다.
머리가 왜 이래 가려운지 모르겠다.
머리칼은 백발에, 머리카락은 자꾸 빠져 머리 가운데가 텅 비어 가는데.
배가 출출해서
삶은 계란 한 개, 땅콩 12알, 새끼고구마 1개, 귤 두개를 쟁반에 담아온다.
어제 오후 재래시장에서 사 온 조그만 귤이 맛 있다.
삶은 계란도 소금에 살짝 찍어 먹는다. 배가 넉넉해 진다.
애완용 강아지 한 마리 키우고 싶은데
아내가 비염때문에 질색을 하니 엄두도 못 낸다.
돋보기를 쓰고 있는데 옆으로 무슨 그림자가 쓱 지나 가는것 같다.
백내장 기가 있고 황반변성기가 있다고 하는데.
아내가 한 사흘 독감으로 심하게 앓았는데 어제부터 좀 나은것 같다.
아내가 아프면 옆에 있는 사람이 힘들고 짜증이 난다.
내가 아프면 아내가 옆에서 안절부절하는데. 나는 참 못된 남편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