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1일 19시 30분 진주 실내체육관에서 나훈아 콘서트 공연이 있었다. 공연 시간은 약 2시간 15분 동안 진행되었는데 감동의 연속이었다. 왜 나훈아 콘서트가 최고인가를 실증적으로 증명한 공연이었다.
관람에 앞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나훈아 진주공연 티켓이 5분 만에 완판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티켓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아들이 티켓 두 장을 구매하여 보내왔다.
아들이 지금까지 구매하여 보내 주었던 공연 티켓 조용필, 이선희, 조수미 콘서트 좌석은 항상 VIP석이었다. 그런데 이번 좌석은 일반석이었다.
딸이 티켓 구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아들은 명절 때 치열한 기차표 예매로 단련이 되어 있어서 자기가 원하는 티켓은 대부분 확보하는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나훈아 티켓 구매에는 그 노하우도 통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예매 시간에 맞춰 딸, 아들, 며느리가 동시에 접속을 시도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예 접속도 못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아들은 접속이 되어 일반석이라도 구매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연 장소에 1시간 일찍 도착했다. 여유를 가지고 갔는데도 차량이 얽혀 주차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리고 사람이 너무 많아 입장하는데 시간이 지체되었다. 입장 티켓 확인을 할 때 공연 모습 촬영을 금지시키기 위해 소지한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다 스티커를 붙여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나는 공연을 관람하는 동안 무대장치와 공연 내용의 기획이 치밀하고 조직적임에 감탄했다. 전체 구성은 마치 잘 쓴 단편소설처럼 종횡의 아귀가 꼭 맞았다. 무대와 객석을 디지털로 컨트롤 하는 영상으로 배경을 만들고 조명을 이용하여 객석도 무대의 일부가 되도록 꾸몄다.
콘서트의 구성과 내용조직도 창의적이었다. 때로는 무대 전면 전체가 시네마스코프 입체 화면의 영상처럼 변하는데 배경은 나훈아가 부르는 노래 말에 어울리도록 영상이 나타나고 나훈아 자신은 주인공이 되도록 등장시켜 영상과 실황을 절묘하게 결합을 시켰다.
어떤 경우에는 배경과 무대에 역동성을 불어 넣어 나훈아가 부르는 노래가 뮤지컬 공연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정적인 노래를 부를 때는 바이올린과 첼로 반주가 부각되도록 하였다.
흥겨운 노래를 부를 때는 관악기가 반주의 주음이 되어 귀청을 울리게 했다. 또 자신이 기타를 직접 치며 노래할 때는 목소리의 기교를 마음껏 발휘하여 관객을 숨죽이게 했다. 거기에다 특유의 재담으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화술은 압권이었다.
오픈 무대는 로켓발사 카운터 다운을 모방하였는데 관객이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안 되도록 극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시계의 초침이 옮겨 감에 맞춰 ‘하나’ ‘둘’ ‘셋’ ‘나’ ‘훈’ ‘아’를 외치게 유도하여 함성의 데시벨이 100에 미치지 못하면 무대가 열리지 않도록 해 두었다. 첫 번째 시도의 데시벨은 85였다. 당연히 무대가 열리지 않았다. 두 번째 시도에는 곧장 100을 넘겼다. 곧 무대가 열렸다. 무대의 조명과 영상은 생동감을 더해 박진감이 넘쳤다.
처음 부른 노래는 ‘땡벌’이다. 첫 곡부터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어서 연속으로 ‘물레방아 도는데’ ‘잡초’ ‘가라지’ ‘무시로’ ‘낙엽이 가는 길’의 노래가 이어졌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무대 배경은 시네마스코프 입체 영화 장면처럼 변화면서 노랫말에 어울리는 영상이 변화무쌍하게 나타났다.
‘ 땡벌’ ‘물레방아도는데’ ‘잡초’와 같이 흥겨운 노래에는 관악이 반주의 주음을 이룬 반면에 ‘가라지’ ‘무시로’ ‘낙엽이 가는 길’과 같은 서정적인 노래에는 바이올린과 첼로가 주음이 되어 하모니를 이루었다.
‘18세 순이’를 부를 때는 백댄서 16명과 어울려 연출하는 장면이 뮤지컬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영화주제가 ‘사랑’을 부를 때는 실제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나훈아 자신과 정윤희가 출연하여 사랑하는 장면을 발췌하여 상영하였다. 노래가 끝나고 극적이었던 영화장면을 정지 화면으로 보여 주면서 위트 있는 해학적인 말을 던져 관객을 웃도록 했다. 이어서 ‘홍시’를 불렀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을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했는데 그 시대를 살아온 세대들의 사람들은 모두 공감했다. 이 시간을 이용하여 야인생활 11년과 110여명의 스텝이 고생을 함으로써 이런 무대가 꾸며지는데 대한 고마움도 피력했다.
이어서 잠적을 끝내고 컴백한 후에 취입한 노래 ‘아이라예’ ‘남자의 일생’을 불렀다.
그 노래가 끝난 후에 마술로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악보가 새겨진 책을 펼치니 비둘기 두 마리가 나와 날아갔다. 그 중의 한 마리는 꼬리에 영상 리본이 달려 있었는데 객석 위를 빙 돌아 조명을 비추는 영상 기사에게 날아갔다.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에 충분한 극적 장면이었다. 그런데 리번을 달았던 비둘기는 드론의 기술을 접목한 인공 비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홀로그램 기법을 적용한 마술을 했는데 그 속에서 기타가 나타났다. 그 기타를 직접 치며 ‘진주 처녀’ ‘동백아가씨’ ‘갈무리’ ‘그대 그리고 나’를 불렀다. 이 때 목소리만으로 기교를 부렸는데 그 노래 소리가 보통 가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감미로운 음성으로 음정을 높였다가 낮췄다가 세게 했다가 여리게 했다가 바이브레이션을 넣은 상태에서 목소리를 꺾다가 바이브레이션을 뺀 상태에서 목소리를 꺾는 등 자유자재로 소리를 희롱하며 노래를 불러 관객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잠시 후 무대가 바뀌고 의상을 갈아입은 뒤에 ‘백세인생’ ‘공’ 노래를 불렀다.
이것 또한 뮤지컬을 보는 느낌이었다.
무대의 마지막은 관객과 호응을 할 수 있는 신나는 노래를 불렀다. ‘청춘을 돌려다오’ ‘울긴 왜 울어’ ‘머나먼 고향’ ‘고향 역’ ‘고장 난 벽시계’ ‘영영’ ‘자네’를 연속으로 불렀는데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끝 노래는 출연진이 모두 나와서 ‘징글벨’을 부르면서 매조지 했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여운은 한동안 공연장에 가득한 채 맴돌았다.
19일 날 古文眞寶(고문진보) 강의 시간에 이창호 선생께서 도연맹이 지은 귀거래사
(歸去來辭) 강의를 마친 후 덧붙여 이렇게 이야기 했다.
중국 고전 중에서 참으로 잘 지어진 보물 같은 글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 정수만 모아 편찬한 책이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古文眞寶(고문진보)다. 이 책의 글 외에 명문이 기록된 책이 있는데 책의 이름이 古文寶止(고문보지)이다. 이 책의 글만 보면 더 고문 책의 명문을 볼 필요 없이 그쳐도 된다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글자 止(그칠지)에 의미심장한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인용한다면 나훈아 콘서트를 본 사람이라면 이젠 다른 가수의 콘서트는 볼 필요가 없다. 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을까?
아무튼 나훈아 콘서트는 지금까지 내가 본 콘서트 중에서 단연 갑이었다. 기획이 빈틈없고, 무대 영상이 3차원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디지털로 통제하고, 음향기기의 성능이 좋아 작은 울림의 하나 까지도 느낄 수 있고, 가수의 노래가 특출하고, 화술로서 관객의 감정을 마음대로 휘젓는 무대 매너를 갖고 있다. 이런 공연을 접하기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회가 된다면 시니어들이 한번 쯤 관람해 보는 것이 좋으리라 여겨진다.
첫댓글 감상평 궁금했는데 공연 리스트를 메모장에 적으셨는지 ㅎ 엄청 자세히 적으셨네요.
희찬이가 티케팅 달인인데 정말 나훈아 아저씨 공연은 좌석 구하는거 자체가 힘들었다고. ㅋ
나훈아 콘서트 정말 대단하고 재미있다는 소문은 일찌기 들었지만 소문대로인가보네.
아들딸 잘 키운덕에 호사하는구면 축하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