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과 타협하지 말라
오늘날 우리에게 금 상을 세우고 절하라는 임금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여러 가지 형태의 우상 숭배를 우리에게 끊임없이 강요합니다. 우상은 다른 게 아니라 내 돈과 시간과 마음을 바치는 어떤 것입니다. 내 삶의 절대우선순위를 두는 것들입니다. 이를테면 직장, 은행 계좌, 자녀, 취미생활, 쇼핑, TV 시청, 골프,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같은 것들에 지나치게 빠지면 그것이 우상이 됩니다.
겉으로 드러난 행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가 섬기는 우상 신들 뒤에 숨어 있는 죄의 본질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우상들의 특징은 물질적이고, 음란하고, 폭력적입니다. 그래서 우상들을 예배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닮아갔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우상 숭배를 엄격히 금하셨습니다. 숭배하는 우상들이 조장하는 어둠의 영에 우리가 물들까 봐 경계하신 것입니다.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은 세 친구들에게 하느님을 버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금 상에게 한 번만 절하라고 했습니다. 오늘날도 똑같은 방법으로 세상이 우리를 압박합니다. 하느님을 믿지 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을 믿되, 세상의 우상들과 적당히 손잡고 타협하라고 합니다. 이 그럴듯한 유혹에 얼마나 많은 그리스도이들이 넘어지는지 모릅니다.
세 친구는 목숨을 던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믿음을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당장 회사에서 쫓겨난다고 위협해도 믿음을 타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세상이 하느님의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것은 그가 돈이 없거나 힘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세상 사람이 넘어지는 시험에 그리스도인도 똑같이 넘어지고, 그들이 탐닉하는 것들을 그리스도인도 똑같이 탐닉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손해를 보고 욕을 먹고, 모든 것을 잃어도 믿음을 지킨다면 세상은 교회를 두려워할 것입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은 너무나 연약하고, 기복이 심합니다. 조금만 힘들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집니다. 우리 모두는 다시 새롭게 회개하고, 영적인 야성을 회복하며 일어나야 합니다.
*** 하느님을 체험하다
다음의 내용은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온 국민에게 내린 칙령입니다.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온 세상에 사는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고한다. 그대들이 큰 평화를 누리기 바란다.(3,98)
수신인이 ‘온 세상에사는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로, 이는 바빌론 제국 전역으로 보내는 임금이 공식 칙령입니다. 임금이 정말 국가에 중요한 일, 축하할 일, 부탁할 일이 있을 때 발표하는 오늘날의 대통령 담화문 같은 것입니다.
가장 높으신 하느님께서 나를 위하여 베푸신 표징들과 기적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진다.(3,99)
세계 제국의 황제가 발표한 담화문에서 ‘가장 높으신 하느님’으로 시작한다는 게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후의 내용도 마치 신앙고백과 같습니다. 그만큼 임금이 신앙 체험을 강렬하게 한 것입니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오래 전에 다니엘이 꿈을 풀이했을 때와 세 친구들이 불가마에서 살아남았을 때 하느님의 힘을 인정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바빌론에 있는 수많은 신들 가운데 가장 힘 있는 신으로 인정한 것이지 자신의 주님으로, 유일하신 하느님으로 믿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그의 찬양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첫째, 하느님께서 행하신 표징과 놀라운 일을 체험했습니다. 그동안 그는 다니엘이나 세 친구가 경험한 하느님에 대해 전해 듣기만 했으나, 이번엔 자신이 직접 경험을 했습니다. 자신의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둘째, 그는 자신의 경험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했습니다. 그만큼 체험이 은혜롭고 감동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예수님을 오래 믿은 사람도 누군가를 선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을 믿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선교를 잘합니다. 선교는 열정에서 나오고, 열정은 체험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신앙 초보라고 할 수 있는 네부카드네자르에게서 그런 뜨거운 열정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표징들은 얼마나 위대한가! 그분의 기적들은 얼마나 강력한가! 그분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이고 그분의 통치는 대대로 이어지리라.(3,100)
네부카드네자를는 ‘그분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그가 하느님의 나라와 통치는 자신의 나라와 통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절대 권력자인 그가 모든 백성들에게 공식적으로 이런 고백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하느님의 권위 아래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이처럼 진짜 은총을 받으면 스스로 자존심을 내려놓고 정직하며 겸손해집니다.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이 이 칙령을 발표한 때가 정화기 언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4장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 네부카드네자르는 집에서 편히 지내며 궁궐에서 영화를 누리고 있었다.(4,1)
임금의 재위 내내 진행되던 웅장한 바빌론 도성 공사가 마무리된 때입니다. 바빌론 도성은 25미터의 벽이 두 겹으로 되어 있고, 여덟 개의 문이 달렸으며, 사방이 순금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거대한 유프라테스 강을 끌어들인 수로가 도시 한가운데로 지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에 이런 도성을 지었으니, 당시 건축술로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능가하는 기적이었습니다.
바빌론 문학에서는 정복자가 사방의 적들을 다 제압하고 왕국을 안정시켰을 때 ‘편히 지내며’와 ‘영화를 누리고 있었다’란 표현을 썼습니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재위 내내 전장을 달리며 세계 제국을 이룩했습니다. 동쪽으로는 엘람과 메다이, 남쪽으로는 이집트까지 정복했고, 서쪽으로는 지중해의 섬들, 특히 당시 가장 부유했던 티로까지 정복했습니다.
그리고 기원전 568년, 가장 무서운 라이벌이었던 이집트와의 3차 전쟁까지 완전한 승리로 마무리하면서 기나긴 정복 전쟁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때 네부카드네자르의 나이는 60대 중반이었고, 그 후 6년 뒤인 기원전 562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임금이 이 신앙 체험을 한 때는 적어도 정복 전쟁을 끝낸 직후인 기원전 568년 정도로 보는 게 정확할 듯 싶습니다. 당시 다니엘의 나이가 53살이었습니다. 이는 불가마 사건 후 20년 정도가 흐른 뒤입니다.
밖으로는 모든 적들을 제압하고, 다른 나라의 임금들을 자기 발밑에 두었던 그였습니다. 대제국을 이룩하여 가장 호화롭고 웅장한 바빌론 도성과 왕궁까지 건설하고는 세상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인생의 최고 정점을 찍었던 때였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 다 되는 것 같은 소위 태평성대였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 🙏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