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박사, 세계 최초로 주석서까지 완전하게 번역
“영산 당시 비구‧비구니들이 왜 출가했고 어떻게 고난을 극복했는지를 기록”
부처님의 제자들의 깨달음을 노래한 팔리어 경전 <테라가타-장로게경>과 <테리가타-장로니게경>의 직역본이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됐다.
<테라가타>와 <테리가타>는 각각 부처의 첫 제자들인 비구 260여 명과 비구니 100여 명의 오도송(悟道頌)을 기록한 책으로 기원전 3세기께 완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두 책은 부처의 가르침을 찬탄하는 게송(偈頌)과 전생·현생의 인연담을 기록한 주석으로 구성돼 있으며, 게송을 포함한 주석이 완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재성 박사가 세계 최초로 완역한 테라가타와 테리가타.
두 책을 완역한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은 이 경의 한글번역과 관련하여 “부처님 제자들의 삶의 스토리가 모두 담긴 책"이라며 "당대의 비구와 비구니들이 어떤 계기로 출가를 결심하고 어떤 고난을 겪었으며 어떻게 좌절을 극복했는지가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왜 이렇게 중요한 경전이 번역되지 않았을까?” 전재성 박사는 이 두 경전을 번역하면서 느낀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테라가타가 제대로 번역되지 않았음을 말한다. 게송에 대한 번역은 있지만 주석에 대한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테라가타>와 <테리가타>의 번역은 불교역경사에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테라가타>는 260여 명의 비구가 읊은 총 21장 1천291수의 게송으로 구성돼 있다. 크게 게송부분과 주석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런 구분 방식은 법구경, 숫따니빠따, 우다나, 이띠붓따까에도 볼 수 있는 형식이다. 게송 부분은 독송용으로 적합하고 주석부분은 의취를 이해하는데 적합하다. 부처님 제자들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특히 부처님 열반 후 경전 결집을 주도했던 마하가섭은 완고하고 고집스러운 원칙주의자로 알려졌지만 <테라가타>에서는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처소에서 내려와서 나는 시내로 탁발하러 들어왔다./ 음식을 먹고 있는 나병 환자를 보고 공손히 그의 곁에 다가섰다. / 문드러진 손으로 그는, 나에게 그의 음식 일부를 건넸다./ 음식의 일부를 발우에 던질 때 그의 손가락도 그곳에 떨어졌다.”
나병환자에게 보시를 받는 순간을 노래한 이 게송에는 마하가섭의 인간애와 자비심이 묻어난다.
아울러 <테라가타>에는 수행의 어려움에 대한 토로와 승단과 사회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으며 이를 통해 부처의 육성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을 수 있어 흥미롭다.
비구니 100여 명이 읊은 총 16장 522수의 게송으로 구성된 <테리가타>는 여성 수행자들의 게송만을 묶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수많은 불교 경전 가운데서도 비구니들의 노래만을 담은 경전은 없다. <테리가타> 역시 전재성 박사에 의해 완역됐다.
<테리가타>는 당시 여성들이 감당해야 했던 질곡의 삶과 수행과정이 담겨 있으며, 인류 역사에서 여성철학자들이 남성들과 당당히 깨달음을 논하고 이를 시 형식을 빌려 기록한 최초의 철학서이자 당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역사서라고 전재성 박사는 설명한다.
예컨대, 비자야라는 비구니는 “마음의 적멸(寂滅)을 얻지 못하고, 네 번인지 다섯 번인지 나는 승원을 뛰쳐나왔었다”라고 고백한다. 이어 그런 난관을 극복하면서 “희열과 행복이 나의 몸에 스며들었다. 어둠의 다발이 부수어졌다”고 깨달음의 순간을 노래한다.
또한 장로니 쑤메다는 오도송에서 “시작도 알 수 없는 때부터의 눈물과 젖과 피, 윤회를 새기십시오. 뭇삶들이 윤회하면서 쌓아온 해골들을 새겨보십시오.”라는 자비에 입각한 올바른 사유를 토대로 괴로움이 종식된 열반의 세계에 대해 그 구현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절박하게 노래한다. “매일 매일 삼백 개의 창으로 새롭게 몸이 찔리고, 백 년 동안 살해되더라도 괴로움이 종식된다면 그것이 더 낫습니다.”
<테리가타>는 남성출가수행자들에게 가려진 여성출가제자들의 위대성을 알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경전이다. 여성 답게 깨달음의 순간들을 매우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번역자 전재성 박사는 “이 두 경전에서 우리는 인생의 고(苦)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기 위한 몸부림과 치열한 수행으로 열반을 성취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며 “약 2천500년 전 수행자들의 진솔한 시(詩)가 오늘날에도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체험을 이 경전을 통해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값은 테라가타: 7만 원, 테리가타: 4만 원.
*역주자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 전재성 박사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했고,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13년차 회장을 역임했다.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독일 본 대학에서 인도학 및 티베트학을 공부했으며, 독일 본대학과 쾰른 동아시아 박물관 강사, 동국대 강사, 중앙승가대 교수, 경전연구소 상임연구원, 한국불교대학(스리랑카 빠알리불교대학 분교) 교수, 충남대 강사, 가산불교문화원 객원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에는 <거지성자>, <빠알리어 사전>, <티베트어 사전>, <범어문법학>, <초기불교의 연기사상>, <천수다라니와 붓다의 가르침> 이 있으며 역주서로는 <금강경-번개처럼 자르는 지혜의 완성>, <붓다의 가르침과 팔정도>, <쌍윳다니까야 전집>, <오늘 부처님께 뭇는다면>, <맛지마니까야>, <명상수행의 바다>, <디가니까야>, <신들과 인간의 스승>, <앙굿따라니까야 전집>, <생활 속의 명상수행>, <법구경-담마파다>, <숫타니파타>, <우다나-감흥어린 싯구>, <이띠붓따까-여시어경>, <예경지송-쿳다까빠타>, <마하박가-율장대품>, <쭐라박가-율장소품>, <빅쿠비방가-율장비구계>, <빅쿠니비방가-율장비구니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