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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네용을 한국의 독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은 공감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을 겪었던 그들의 부모 세대 일부에게는 실감이 가는 내용일 수도 있겠다. 오래 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제 시간에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려 본 경험이 있다. 분명 짜증이 나는 상황임에도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기다릴 때는 늦은 버스 기사에게 항의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건만, 막상 뒤늦게 도착한 버스에 그저 묵묵히 오를 수밖에 없었던 기억. 이러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읽어보기로 하자.
시골의 간이정거장인 듯한 곳에 짐을 많이 가진 누군가가 앉아 있다. 줄로 얼기설기 맨 트렁크와 커다란 보따리, 그리고 그 위에는 라디오 하나가 놓여 있다. “버스를 타고 멀리멀리 갈 거예요.” 어디론가 떠나고자 하는 인물의이와 같은 대사로 시작된다. 뒤이어 등장하는 그림에는 ‘하늘은 드넓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지만 ‘버스는 안 와요.’라는 상황이 형상화되어 있다. 기다리다가 라디오를 켜고 처음 듣는 음악에 귀를 기울여 보지만, 버스는 여전히 오지 않는다. 커다란 트럭이 지나가도, 말을 탄 사람이 지나가도 여전히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인물의 모습이 이어진다. 자전거를 탄 사람과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어느덧 밤이 되어 라디오도 방송을 멈추는 시간이 되었어도 버스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리고 간이정거장에서 사람이 잠이 들고, 아침이 되어 라디오를 다시 켰지만 버스가 오지 않는 상황이 그려진다. 오랜 기다림 끝에 ‘흙먼지 풀썩풀썩 드디어 버스가 왔’지만, 발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찬 버스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결국 타기 힘들겠다는 말을 듣고서 ‘버스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떠난 이후, 많은 짐들과 함께 남겨진 인물의 모습이 제시된다. 오랜 동안의 기다림에도 아마도 흥겨운 노랫가락인 듯 ‘룸룸파룸 룸파룸’이라는 표현이 반복되면서, 지루한 상황을 이겨내는 인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버스를 기다리다 마음을 바꾸어 ‘타박타박 걸어서 멀리멀리’ 가는 장면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룸룸파룸 룸파룸’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인물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오랜 기다림에도 낙천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인물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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