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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의 가난한 백인 가정에서 성장하여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하는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서술하는 내용이다. 과거에는 조울증으로 알려졌던 ‘양극성 장애’를 겪으면서, 정신병원에 갇히는 등의 저자 자신이 겪었던 과정을 적나라한 필체로 엮어내고 있다. 한 사람에게 수시로 극단적인 우울감과 고조된 감정이 교차하여 나타나기에 이를 일컬어 양극성 장애라고 지칭한다. 저자의 직업인 국선변호인은 돈이 없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없는 이들에게 무료료 변호를 해주는 역할을 하며, 그들에게 지불되는 월급은 세금으로 충당된다. 특히 형식적으로 엄격한 사법체계를 갖춘 미국에서는 재판에서 변호인의 조력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변호인의 역량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좌우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 책의 앞 부분에서 저자가 자신이 담당했던 국선변호의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판사와 재판 당사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에 따라 판결의 결과가 달라졌음을 소개하기도 한다. 저자 자신은 매일 반복되는 국선변호사로서의 과중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것이 어려웠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래서 또 다른 인생으로서 코미디언을 꿈꾸고, 일과 후에 마일스라는 별명으로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던 과정에 정신증(조증)이 발작해서, 마치 자신이 트루먼쇼의 주인공처럼 거리낌 없이 행동하여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자신을 고릴라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과 보증으로 인해서 정신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으며, 꾸준히 치료를 받기 위해 고향인 캔자스의 위치토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 저자 자신은 그러한 어머니를 ‘버드’라는 애칭으로 부르기에, 이 책에는 ‘고릴라와 버드의 정신질환 극복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간간히 발작하는 정신증으로 인해 저자에게 직장 생활과 정신 병원에 갇히는 일이 몇 차례 반복되고, 자신의 증상을 깨닫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서술되고 있다. ‘정신질환’은 자신의 증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치료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의 증상을 인정하는 순간 그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어, 치료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광인’을 발견하는 순간 자신의 증세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면서 고치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양극성 장애’라는 자신의 증상을 인정하고 있기에, 다시 재발할 수는 있겠지만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그리 어렵지 않은 주제임에도 이 책을 읽는 동안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저자는 나름 일관된 입장에서 자신의 생활을 서술하고 있다고 여기겠지만, 수시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사건들을 나열하고 있기에 독자로서 그 맥락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마초와 약물의 남용과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미국의 문화가 우리와는 너무 다르기에, 너무도 당연하게 소개하는 저자와 주변의 모습들이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정신질환을 극복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가상하기는 해도, 나에게는 그저 한국의 상황과는 다른 미국 문화의 일단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 이 책을 읽은 의미를 두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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