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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살면서 지녀왔던 다양한 물건들을 수집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진열하여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곳을 일컬어 박물관이라고 한다. 관객들은 직접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역사와 문화들을 박물관에 전시된 내용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하거나 유추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나 현상이라면 굳이 박물관에 가서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체로 우리의 일상에서 이미 사라졌거나 혹은 아주 드물게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 박물관의 수집 대상이 되고, 그것이 사용된 맥락을 꾸며서 관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박물지(博物志)’는 다양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서 글로 기록한 것을 의미하며, 이 책은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 문화’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제목에서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박물관’의 용도가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지금의 우리 일상에서 쉽게 발견하기 힘든 ‘문화’의 실재를 탐구하고 그 의미를 저자의 관점에서 풀어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문화에 대해서 폭넓은 지식을 지니고 그것을 다방면에서 활용했던 저자는 가히 ‘문화 전문가’라고 평가되었다. 얼마 전 언론 보도를 통해서 그의 죽음을 접했고, ‘내 마지막 동행을 스캔한 영혼의 동반자’라는 글귀와 저자의 서명이 기록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전달받았다.
젊은 시절 저자는 기존의 강고한 ‘문화 권력’에 맞서 기득권을 깨뜨리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었다. 이후 대중들로부터 ‘문화 전문가’로 평가를 받게 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그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저자 자신이 ‘문화 권력’으로 군림한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방송이나 기고를 통해서 접했던 저자에 대한 인상은 문화에 대한 애정과 박식함을 아울러 갖추고 있었다. 일부러 그의 글을 찾아 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간혹 접했던 글들을 통해서 대중들의 평가에 대해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 책은 2007년에 펴냈던 초판의 내용을 보완하여,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간한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성격을 ‘한국의 영상과 한국인의 생각의 별자리를 읽으려는 욕망 그리고 그 읽기의 새로운 실험에서 탄생’했노라고 밝히고 있다. 모두 63개 항목에 이르는 ‘우리 문화’의 현상들을 한글 자모의 순서로 배열하여, ‘문화’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위주로 서술하여 소개하고 있다. ‘가위’와 ‘갓’으로 시작되는 항목들은 ‘호랑이’와 ‘화로’까지 이어지며, 각각의 항목들이 우리 문화에서 지녔던 의미들을 짚어내고 있다. 대부분 특정의 물건들을 대상으로 항목화하고 있지만, 밥그릇에 밥을 수북하고 올려 담는 ‘고봉’이나 ‘사물놀이’와 ‘한글’ 등의 문화 현상들도 ‘우리 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소개되고 있다.
각각의 항목에는 그것을 개념화해서 설명하는 표현들이 병치되어 있는데, 예컨대 ‘가위’라는 항목에는 ‘엿장수 가위의 작은 기적’이라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가위는 물건을 자르고 베어내는 역할을 하지만, ‘엿장수 가위’만은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그저 ‘소리를 내는 음향효과’에 기능이 있고 사람들에게 ‘듬뿍 덤을 주는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에 소개된 항목들은 저자의 관점에서 재해석되고, 그 의미가 부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저자의 자의적인 관점이 도드라진 내용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우리 문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중요한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 스스로 ‘마지막 동행’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던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내용들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뜻하지 않게 유작이 되어버린 책을 접하면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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