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순간이 특별한 순간으로
편집부
1. 들어가며
우리는 일상에서 무심코 수많은 장면을 마주한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기란 쉽지 않다. 이 시는 공원 어디선가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아빠가 아기를 하늘로 번쩍 들어 올리는 평범한 순간을 시적 공간으로 끌어와, 간결한 언어로 아빠와 아기가 나누는 깊은 유대감과 사랑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공원에서
이미란
아빠가 아기를
하늘로 번쩍 들어 올린 순간,
눈이 딱 마주치자
동시에 웃음이 터진다.
아빠는 온 세상을 들어 올린 행복감에.
아기는 온 세상이 받쳐주는 든든함에.
우시놀, 《누가 뾰족박쥐일까?》, 어린이시나라, 52쪽
2. 절제와 반복으로 잡아낸 생동감과 리듬감
이 시는 절제된 언어로 대상의 역동성을 표현하고 있다. 수식어를 최소화하되 ‘번쩍’, ‘딱’과 같은 부사를 사용하여 공원이라는 일상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찰나의 순간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1연의 ‘번쩍 들어 올린 순간’이 긴장감 있는 찰나를 잡아 몰입감을 주었다면, 2연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서 ‘웃음이 터지는 지점’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현장의 긴장감을 해소시키며 시의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전환한다. 또한, ‘터진다’와 같은 현재형 어미를 사용하여 독자가 바로 옆에서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생동감은 3연에서 리듬감으로 이어진다. ‘아빠는 ~에.’, ‘아기는 ~에.’로 이어지는 대칭적 문장 구조는 리듬감을 느끼게 한다. ‘온 세상을 들어 올린 행복감’과 ‘온 세상이 받쳐주는 든든함’은 어느 한쪽에 더 의존하지 않은 두 주체 간의 정서적 균형을 보여준다. 같은 상황을 아빠와 아기가 서로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지만, 서로가 존재하기에 행복감과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3연에 서술어를 생략하고 명사형 종결 어미를 사용함으로써 감정의 여운을 붙잡아 두며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 평범한 일상의 찰나가 특별해지는 순간
이 시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특별한 순간으로 표현한다. 아빠가 아기를 들어 올리는 행동은 시인의 시선을 거치며 서로의 세계를 지탱하는 숭고한 일로 정의된다.
아빠의 시선에서 바라본 '온 세상을 들어 올린 행복감'은 사랑의 책임과 가치를 나타낸다. 부모에게 자식은 단순한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삶 전체를 의미하는 존재다. 물리적으로는 작은 아기를 들어 올린 것에 불과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자신의 전부인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는 벅찬 환희를 느낀다. 이는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이 고통이나 희생이 아닌, 생애 최고의 '행복'이 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보여준다.
반면, 아기의 시선에서 느끼는 '온 세상이 받쳐주는 든든함'은 부모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다. 아기에게 있어 자신을 번쩍 들어 올린 아빠의 팔은 세상 그 자체이며, 자신을 결코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이다. 하늘로 솟구치는 찰나의 순간에도 아기가 불안해하지 않고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을 지탱하는 존재가 '온 세상' 만큼이나 크고 견고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시는 사랑의 본질이 일방적인 희생에 머물지 않음을 알게 한다. 사랑이란 내가 누군가에게 온 세상이 되어주는 일이며, 동시에 상대방을 나의 온 세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임을 말해준다.
4. 나오며
이 시는 절제된 언어로 대구의 형식을 취하며 아빠와 아기가 서로의 ‘온 세상’이 되어주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일상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아빠가 느끼는 ‘행복감’과 아기가 느끼는 ‘든든함’은 서로 다른 감정이지만, ‘동시에 웃음이 터지는’ 교감의 순간을 통해 하나의 완전한 세상을 형성한다. 결국 시인은 공원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배경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긍정할 때 평범한 찰나가 특별한 순간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