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임명호]

창세기(GENESIS) 4장 8절 : 카인이 그 아우 아벨에게 고하니라 그후 그들이 들에 있을 때에 카인이 그 아우 아벨을 쳐죽이니라.

Now Cain said to his brother Abel, "Let's go out to the field." And while they were in the field, Cain attacked his brother Abel and killed him.

: 아담에게서 태어난 카인은 아벨을 시기한 나머지 살해했다. 여기서 불순종과 불신앙이 모든 죄의 근본으로 제시된다. 아벨은 믿음으로 제사를 드렸지만 카인은 형식적인 제사를 드려 하나님께 열납되지 못했다. 하지만하나님께는 카인을 징게하시는 가운데서도 그의 생명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크신 궁휼을 베푸셨다. {NIV 한영해설성경}

{데미안} 43쪽

나는 몹시 놀랐다.

"그렇다면 동생을 쳐 죽인 일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충격을 받고 물었다.

"아니! 죽인 건 분명 사실이야.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 하나를 쳐 죽였어. 그것이 정말 자기 형제였는지야 의심할 여지가 있지.

정말 형제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중요하지는 않아. 결국 모든 인간이 형제잖아. 그러니까 어떤 강한 사람이 어떤 약한 사람을 때려죽인 거야. 어쩌면 그건 영웅적 행위였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아니었을 수도 있지. 어쨋든 약한 사람들이 이제 잔뜩 겁이 난 거야. 그들은 몹시 탄식했지. 그런데 '왜 너희도 그 사람을 그냥 쳐 죽이지 않는 거지?'라고 누가 물으면 그들은 '우리가 겁쟁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하지 않고 '그럴 수 없습니다. 그는 표적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느님이 그에게 그려 주신 겁니다!'라고 말했지. 그 사기는 대략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을 게 틀림없어. 자, 내가 널 오래 붙들고 있구나. 그럼 안녕!"

: 데미안의 말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들한테 편하고 자기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원하지. 사람들은 카인의 자손들이 무서웠어. 그들은 '표적'을 가지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사람들은 그 표적을, 그것의 원래 모습인 우월함에 대한 표창으로 설명하지 않고 반대로 설명한 거야. 사람들은 말했지. 이 표적을 가진 녀석들은 무시무시하다고. 또 그들이 실제로 그렇기도 했어. 용기와 나름의 개성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늘 몹시 무시무시하게 느껴지거든. 겁 없고 무시무시한 족속 하나가 돌아다닌다는 것은 몹시 불편한 일이었지. 그래서 이제 이 족속에게 별명과 우화를 덧붙여 놓은 거야. 복수하기 위해, 견뎌 낸 무서움을 모든 사람들을 위해 별로 해롭지 않게 억제해 두기 위해. 이해되니?"

{명문장}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데미안}, 을유문화사

"나는 몰랐어. 아니면 실은 알았던 것인지도 몰라. 언젠가 네 초상화를 그린 적이 있어, 데미안. 그런데 난 그 초상이 나하고도 닮았다는 사실에 놀랐었지. 그게 그 표적이었을까?”

《데미안》, 을유문화사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려는 것, 난 그것을 살아 보려 했을 뿐이다. 그게 왜 그리 힘들었을까?"

《데미안》, 을유문화사

"세계를 그저 자기 안에 지니고 있느냐 아니면 그 사실을 알고도 있느냐, 그건 큰 차이지!"

《데미안》, 을유문화사

{데미안} 정리

크로머

이 소설은 주인공인 싱클레어가 열 살 무렵일 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싱클레어는 한 소도시에서 비교적 여유 있는 가정에서 태어나 유복한 가정의 자제들이 다닐 수 있는 라틴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한편 그는 공립학교를 다니는 프란츠 크로머를 비롯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게 된다. 싱클레어는 그 아이들에게 세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쳤다고 허풍을 떤다. 크로머는 그것을 악용해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며 싱클레어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 시작한다. 그의 괴롭힘은 도를 넘어서 싱클레어의 누나를 데리고 오라는 지경까지 이르고 만다. 싱클레어는 자신이 가정이라는 밝은 세계를 떠나 크로머로 상징되는 어두운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을 후회하며 괴로워한다.

데미안

그러던 어느 날 싱클레어의 학교에 데미안이라는 학생이 전학을 온다. 그는 싱클레어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은 한 학년 위 상급생이다. 또래와는 달리 어른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데미안은 학교에서도 눈에 띄는 학생이다. 데미안은 어느 날 싱클레어에게 접근해오고 그의 은밀한 도움으로 크로머는 더 이상 싱클레어를 괴롭히지도 접근하지도 못하게 된다.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데, 그는 싱클레어가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성경에서 아벨을 죽인 카인에게 붙은 표식에 대한 것이다. 카인의 표식은 사실 특별한 사람에게 평범한 사람들이 붙인 두려움의 상징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싱클레어는 큰 혼란에 빠진다.

"혼자 남은 나는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카인은 고귀한 인간이고 아벨이 비겁자라니! 우물 안으로 돌이 하나 떨어졌고 그 우물은 나의 젊은 영혼이었다. 한동안, 아니 아주 오랫동안 카인, 표적 같은 문제들은 비판에 이르려는 내 모든 시도의 출발점이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아버지에게 전하는데 아버지는 그 이야기들이 과거부터 있었던 이단파들의 주장이라고 한다. 그 이후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두 사람은 같이 견진례를 받게 된 것을 계기로 다시 가까워진다. 그렇게 데미안과 가까이 지내던 어느 날, 싱클레어는 데미안이 멍한 상태로 자기 자신 속에 침잠하여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데미안을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기 자신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다.

베아트리체

싱클레어는 방학을 하면서 다른 도시의 기숙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그는 데미안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면서 지낸다. 그 학교에서 싱클레어는 알폰소 베크라는 상급생을 만나는데, 그의 꼬드김으로 인해 싱클레어는 방탕한 생황에 젖어든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공원에서 한 소녀를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이름을 베아트리체로 명명하고 동경하게 된다. 그 때문에 싱클레어는 다시 과거의 모범적 삶으로 돌아온다.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의 얼굴을 그리는데, 그리고 나니 그 얼굴이 데미안의 얼굴과 닮았다는 걸 느끼고, 그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게 된다.

"완성된 그림 앞에 앉아 있자니 기이한 인상을 받았다. 절반은 남자고 절반은 여자, 나이가 없고 의지가 굳세면서도 몽상적이며 굳어 있으면서도 남모르게 생명력 있어 보였다. 그리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누군가와 비슷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싱클레어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여러 색깔의 빛을 띤 어떤 새가 하늘을 향해 날려고 날개를 퍼덕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새는 몸이 진흙 구덩이에 갇혀 힘겨워했다. 꿈에서 깬 싱클레어는 그 꿈이 너무나 생생하고 왜 이런 꿈을 꿨는지 궁금해서 데미안에게 그 새 그림을 그려 물어보기로 결심한다. 데미안의 새 주소를 몰랐던 싱클레어는 자기 이름도 안 쓰고 무작정 데미안의 옛 주소로 그림을 보낸다. 그리고 잊고 살던 어느 날 신비스럽게 답장을 받게 된다. 수업을 듣던 중 책을 보는데 무슨 쪽지가 꽂혀있는 것이었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그것은 데미안에게서 온 답장이었다. 그와 싱클레어 말고는 아무도 그 새에 대해 알리가 없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피스토리우스

그러고는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싱클레어는 한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던 피스토리우스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면의 성장을 해 나간다. 친해진 그와 대화를 하던 중 그 꿈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피스토리우스가 아브락사스가 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아브락사스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이라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한다.

"자네를 날게 만든 도약 그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 위대한 인류의 재산이지. 그러나 그러면서도 곧 두려워져!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기를 포기하고 인도 위를 걷는 쪽을 택하지. 그런데 자네는 아니야. 자네는 계속 날고 있어"

싱클레어는 이렇게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면의 성장을 해 나간다. 성장한 싱클레어에게 피스토리우스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고리타분한 것이 되어버린다. 어느 날 싱클레어는 피스토리우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두 사람의 교분은 끝나고 만다.

데미안과의 재회와 작별

시간이 흘러 싱클레어가 대학에 진학해 다니는 중, 데미안과 재회하게 되는데, 그는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을 만나게 된다. 그는 데미안의 집에서 에바 부인과의 교분을 이어가며, 이른바 '카인의 표식'을 가진 자들의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그들은 내면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싱클레어의 행복했던 시절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더불어 끝나버리게 되고,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각기 전선으로 투입된다. 전장에서 부상당을 당해 야전병원에서 정신을 잃었던 싱클레어가 깨어나 옆자리를 보니 그 옆에 데미안이 누워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데미안이 옆으로 와서 싱클레어의 귀에다 대고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가야만 해. 너는 어쩌면 다시 내가 필요할지도 몰라 크로머나 다른 어떤 것에 맞서기 위해서 말이지.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나는 이젠 그냥 말이나 기차를 타고 오진 않을 거야. 너는 네 안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럼 내가 네 안에 있음을 알게 될 거야. 알겠니?"

그러고는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입을 맞추고 소설은 끝이 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