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모두가 하루 한두번은 뉴스를 보거나 인기 연속극이나 코메디프로 또는 운동경기 중계등을 보기 위해서 속칭 바보상자라고 일컷는 TV앞에 온시선을 고정시키고는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길게 탄식을 하거나 감탄을 하기도 한다.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특히 2003년 오랜 공직생활을 끝내고 白手의 길로 들어선 이후부터는 컴퓨터에서 이메일을 읽거나 이카페 저카페 방을 들여다 본후 TV를 보는 것이 일상 생활의 한 축이 되어있다.
텔레비죤을 보는 선호도도 나이가 들어 가면서 변해가는 듯, 몇년 전까지는 운동경기 중계나 연속극 위주로 텔레비죤 채널을 돌렸는데 언제부터인가 부터는 타이거우즈가 나오는 골프 중계나 김연아가 나오는 펴겨스케이팅 중계나 동물들의 실 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물의 왕국등을 주로 보고 정치쌈꾼들의 추잡한 모습을 보기가 혐오스러워서 가급적 뉴스채널은 멀리하려 노력하고 있다.
요즘은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전해주는 kbs1tv에서 아침7시50분부터 8시25분까지 35분간 방영하는 다큐멘타리 인간극장 씨리즈프로와 그 뒤를 이어서 9시 25분까지 한시간동안 방영하는 아침마당을 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보고있다.
이번주 월요일 부터 금요일까지 보여주는 인생극장에서는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산골마을 청일리에서 무려 73년간이나 검은머리가 듬성듬성한 파뿌리가 되도록 情 좋게 아웅다웅 살고 계시는 엄씨 할아버지(94살)와 강계열 할머님(87살)의 사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같이 보는 신여사는 " 우리 아버지 어머니를 보는 것 같다" 며 매일 눈물을 훔치면서 보는데 나도 목석이 아닌 이상 고인이되신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장인 장모님들의 고생스럽던 옛 생활모습과 인자하시고 때로는 엄하기도 하셨던 모습들이 자꾸자꾸 떠올라서 눈시울을 붉히며 5일간 방영을 진지하게 보았다.
"백발의 연인"이라고 이름을 붙인 두노인들의 방영내용을 개괄적으로 옮겨본다.
두 노인은 할아버지 나이 21살, 할머니 나이 14살에 결혼하여 무려 12남매를 낳아서 6남매를 잃고 여섯남매를 키워서 지금은 孫子가9명에 曾손자가 10명이나 되고 머지 않아 高손자도 보게 될것이라고 한다.
아들 며느리와 딸 사위들이 편하게 모시겠으니 대도시로 나가서 같이 사시자고 하여도 " 에이 내가 왜 자식들에게 피해를 줘, 이대로 할머니와 같이 사는게 좋아" 라고 하시면서 채마전에 무우등 채소를 심어 가꾸고, 개울물에서 빨래하고 가마솥에 물데워 샤워하고, 방에 군불을 때면서 그 장작불에 고구마 감자며 알밤을 구워서 먹여주고 받아 드시면서 어린 아이들 마냥 머리에 양손을 둥그렇게 엊으면서 "사랑 해요" 라고도 하고 볼에 살짝 입맞춤도 해주면서 살고 계신다.
신여사와 나는 "할아버지 인상이 참 좋으시고 할머니는 젊어서 미인 소리를 들었겠다" 고 말을 나누면서, 두분이 절대로 반말을 하지 않고 존대말로 대하는 모습등을 인상 깊게 보았다.
마당에는 이두분들의 사랑하는 유일한 식구인 흰색의 조그만 강아지가 있는데 공짜로 얻어 왔다하여 "공순이"라고 부르단다.
그런데 이 공순이는 유독 할아버지를 좋아하고 따른단다. 하루는 이 공순이가 목에 맨 줄을 끄르고 없어 젔는데 수소문하며 찾아다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마음을 짠하게 하였다.
집 뒤에 있는 장독대에 20여개의 크고 작은 장독항아리들이 있는데 할머니가 매일 정성드려 닦아서 반들반들 윤이난다. 한 장독을 어루 만지면서 "이 장독은 14살에 시집왔을때부터 시어머님에게서 물려 받은 것인데 손잡이가 하나 떨어 졌다"며 애석해 하시는데,
순간 어머님이 또 장모님이 살아생전에 아침에 올라가 장독항아리 덮개를 여시며 닦아주고, 저녁에 올라가 덮으면서 쓰다듬으시던 모습과 지금은 돌보는이 없어 먼지가 하얗게 끼어져 있는 장모님이 애기 중지 하시던 조실 스레트지붕 집뒤의 밤나무와 감나무 밑의 장독대에 놓여져 있는 10여개의 장독항아리들이 눈앞에 아른거려져 눈시울을 붉게하였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내가 색씨 복이 있어 잘 얻었지요, 얼굴 이쁘고 베 잘짜고 바느질 잘하고 음식 잘하고 아들 딸 잘 낳아 잘 기르고 더 바랄게 없지요, 나는 죽어서도 계속 할멈과 같이 살기라우" 라고
이말을 들은 할머니도 할아버지에게 한 말씀 하신다.
" 어려서 결혼해서 매일 안아주고 잘해주었어유, 여지껏 잘해준 당신하고 죽어서도 같이 살거유" 라고
하루는 할아버지가 감기에 걸렸는지 몸져 누우시어 신음을 하시니까
할머니가 할아버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아프지말아요"를 연발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신다. 병환 소식을 듣고 찾아온 맏아들(68살)을 비롯한 딸과 손주들도 "모시겠다고 해도 우리들에게 폐 안 주겠다며 두분만이 이렇게 사시는데 아프시니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들 을 흘린다.
병원에서 링거주사를 맏는등 치료로 건강을 회복한 할아버지는 다시 할머니와 情 좋은 삶을 이어가신다.
하루는 할머니가 집앞 개울에 있는 할머님의 전용 빨래돌(石)에서 빨래방망이를 두드리며 옷을 빨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몇발자욱 떨어진데서 돌로 물장구를 쳐서 물을 할머니에게 튀게 하면서 어린아이 마냥 좋아한다.
"우리 엄마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 지꾸 눈물이 나" 라고 하면서 신여사가 연신 눈물을 훔치는데 나도 어릴적 어머님 생각에 또 눈시울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세째아들의 딸인 손녀가 시집을 가는데 신랑감과 인사를 온다고 하면서 할아버지와 만두를 만들어 놓는다.
드디어 온다던 손녀딸과 손주사위감이 와서 절을 하니까 덕담을 주신다.
할아버지가 손주사윗감에게 "남자는 여자를 잘 건사해야 해, 여자 건사 잘 못하면 남자가 아녀, 우리 손녀딸 건사 잘혀, 알았지? 음" 이라고
할머니는 조그만 장농 설합에서 캐캐 손때가 묻어 누렇게 탈색이 된 종이 한장을 꺼내서 손주 딸을 주면서 "이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결혼할때 주고 받은 사주인데 잘 갖고 있으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보고 싶을때 보면서 잘살아" 하시면서 손녀딸 손을 쓰다듬어 주고는 눈물을 흘리니까 감격한 손녀딸은 고맙다는 말도 참아 못한채 "할머니 왜 울어, 왜 울어 아이 참 " 하면서 엉엉 운다. 신여사도 울고 눈물에 철저하게 인색한 나도 붉어진 두눈에 눈물이 고임은 인지상정이었다. 이장면을 본 모든 사람들은 다 눈물을 보였으리라 여겨졌다.
손녀딸 결혼식날 할머니가 가마솥에 물을 데우고 나서 할아버지에게 "오늘 손녀딸 결혼식에 가야 하잔아유, 손자가 데리러 온다는데 목욕하고 옷 갈아 입어유, 몸에서 냄새가 나면 안 되잔아유?" 라고 말하니 할아버지는 "할머니 말 잘 들어야 해요, 알았어요" 라고 말하며 목욕을 하는데 할머니가 할아버지 머리를 감겨주고 등도 밀어주신다.
신여사가 "어쩌면 저렇게 정이 좋을까?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라고 말한다
나는 "아니야 너무 오래 살아, 여든 다섯 정도만 살면 돼" 라고 대꾸하니까 신여사는 "뭘 저렇게 건강하고 정이 좋으면 더 오래 살아도 되지" 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이에 나는 " 하긴 그렇기도 하지만"이라고 짧게 응수 하면서 잠시 "나의 현재 건강 상태와 앞으로 어떻게 내 건강을 챙겨 가면서 십분지 일이라도 저 두분 처럼 금슬좋게 신여사에게 잘해주면서 米壽(88살) 卒壽(90살) 白壽(99살)까지 살아가볼까" 라고 자문자답 하여 보았다.
손녀딸 결혼 전날엔 두분이 채마 밭에서 아들 딸들에게 준다며 알밤 깐것 10봉지를 챙겨 놓고는 채마밭에 나가서 무우를 뽑아서 열봉지를 만들어 놓았다.
26살된 손자가 결혼식으로 모시기 위해서 오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바지 춤도 챙겨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면서 옷고름도 매어주고 목도리도 둘러 주고는 손자가 몰고온 승용차에 밤과 무우를 싫고 떠나는데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우리 두 사람에게 무한한 진솔한 느낌의 감동을 주면서 어제 금요일 마지막 방영을 하는데 우리는 또 눈물을 훔칠 수 밖에 없었다.
두 노인은 텃밭에서 무우를 뽑아서 겨울에 꺼내 먹는다면서 밭에 구덩이를 파서 묻고는 억새풀등으로 덮는데 내가 보기엔 구십 노인들이라 힘에 부쳐 구덩이가 너무 낳게 파여져서 추운 겨울에 얼을 성 싶었다.
두 노인은 연주황색저고리와 보라색바지와 치마를 곱게 차려 입고 집뒤에 잘생긴 소나무 아래 공터로 가서 마을을 내려다 보며 지난 세월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어려서 만나서 서로 좋아하면서 아껴주며 70여년간을 아들 딸 키워 시집장가 보내고 이제 머지 않아 이곳에 뭍힐것이라"고 할아버지가 말하니까
할머니가 "죽는다니 서운해요, 그간 나한테 너무 잘해 줬어유, 고마워유, 죽어서도 같이 살거유"라고 말한다.
이에 할아버지는 "서운해 할것 없어요, 이곳 묘터가 얼마나 좋아요, 좋잔아요? 다 한번 나면 가는 것인데" 라고 씁쓸하게말하며 눈물을 흘리신다.
이를 보는 할머니도 우시면서 "울지 말아요 울지마" 하면서 할아버지 눈물을 닦아주고 얼굴을 쓰다듬어 주신다.
두 노인의 情 깊게 사랑하면서 사는 삶을 간편하게 나마 보고나니 지난 3월20일 신여사와 보고서 크게 감동하였던 "당신을 사랑합니다(이순재 송재호 김수미 윤소정 송지효 주연) 영화의 감동 스러웠던 장면들이 다시금 떠올려 졌다.
나이를 먹을만치 먹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노인들의 진솔한 삶과 정스러움을 보면 감동을 받고 눈물을 훔치는 것일까? 젊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으면 늙은이가 그저 지난날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연약함 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아닐까? 라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된다.
하지만 신여사와 나는 마지막 방영을 보고나서 " 모두가 저 두분과 같이 정스럽고 건강하게 살다가 가야 하는데. 모든 사람들 특히 요새 젊은 사람들이 이 노인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정신을 보고 느끼고 배워야 하는데..."라고 결론을 지었다.
미국의 필로판스워스란 사람이 1921년에 전기식텔레비죤의 아이디어를 내서 이루어진 tv.
우리나라에는 1950년대에 도입되어 1960년대 후반엔 한동네 한두대씩 보급되기 시작하여 대박드라마나 운동경기 중계가 있으면 우루루 텔레비죤이 있는 집으로 몰려가 미니 안방극장을 차려 보던 tv.
1970년 청주시 대성동 살때 옆집에 사는 김광기씨네 집에가서 텔레비죤을 보면서 인자하시던 김광기씨 모친과 나누던 정담이 아련하게 닥아온다. 또 1974년운천동 살때 뒷집에 가서 테레비죤의 구봉서, 배삼룡 이기동 서영춘 양석천 양훈 등이 열연하는 '웃으면 복이와요"를 시청하면서 마냥 웃던 추억도 생생하게 떠 오른다.
1980년대 88올림픽을 계기로 전국 각 가정마다 컬러텔레비죤이 보급되면서 본격적인 텔레비죤생활시대를 연 tv.
나는 이 텔레비죤 속에 바보가 되어 그저 따라웃고 우는 삶을 살아가고있다.
계속 바보가 되어도 좋으니 볼썽 사나운 정치인들의 저질스러운 모습, 금수만도 못한 강간 살인이나 횡령, 학생이 스승을 발로 차고 머리를 쥐어 뜯고 욕설을 퍼붓는 따위의 스트레스만 쌓이는 보도 보다는 영화 "당신을 사랑합니다"와 이번에 방영된 인생극장 다큐멘타리와 같은 인간미 넘치는 감동적인 소재들을 많이 방영해주기를 막연하게 나마 소망해 본다.
2011년 11월 19일(토요일) 아침에 감나무 잎을 적시는 가을비 소리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