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몽자학》 이천자문 후지開蒙字學二千字文後識
이상의 《개몽자학(開蒙字學)》은 고 성균 진사 묵암(黙庵) 배공(裵公)이 지은 것이다.
공은 총명하고 지혜로운 자질로 각고의 공부를 더하여 문사가 성대하였다. 일찍 성균관에서 공부하다가 곧 자신을 거두어 〈수초부(遂初賦)〉를 읊고 돌아와 정재(定齋) 선생 문하에 제자의 예를 갖추어 인사를 드리고 내면의 학문에 전심하였으며, 한 지방의 생도를 가르쳐 크게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니, 실로 후배의 사범이 되었다.
곧 한가로운 틈에 동몽(童蒙)의 자학(字學)을 위하여 이 책을 찬술했는데, 4언 5백 구를 만들어 음운은 서로 어울리고 자구는 중첩하지 않았다. 처음은 천지(天地), 음양(陰陽), 조화(造化)의 근원과 산천(山川), 초목(草木), 조수(鳥獸)의 종류로부터 시작하여 나라의 치란(治亂)과 사람의 사정(邪正)에 이르기까지 포괄하지 않음이 없었는데 마지막에는 성현(聖賢)의 훈사(訓辭)로 학문을 하는 첩경을 열어 보여주었으니, 비록 의리를 밝힌 책이라고 하더라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주흥사(周興嗣)가 지은 《천자문》에 비교하더라도 공력이 실로 배가 되니, 학식이 넉넉한 이가 아니라면 어찌 이런 책을 지을 수 있었겠는가?
공의 유문은 일찍이 이미 간행되었는데 이 책 또한 공의 정력이 깃든 바인데도 먼지 쌓인 책 상자 속에 보관된 지가 이미 백여 년이다. 지금 공의 질손 대규(大圭)가 자금을 내어 간행에 부쳐서 세상에 전하려고 하니 그 정성이 실로 숭상할 만하다.
사손(嗣孫) 병종(丙鐘)이 나에게 발문을 청하였는데, 대개 편찬한 뜻은 공이 지은 발문에 이미 다 말하였으니 다시 덧붙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건대, 동환은 일찍이 공의 문학과 행실이 우리 종중의 바람이 되었다는 것을 들었기에 경모한 지가 오래되었다. 이에 감히 거칠고 졸렬함을 헤아리지 않고 간행의 전말을 이상과 같이 기록한다.
공의 휘는 극소(克紹), 자는 내휴(乃休)이고, 묵암(黙庵)은 그 호이다.
묵암(黙庵) 배공(裵公) : 배극소(裵克紹, 1819∼1871)를 말한다. 자는 내휴(乃休), 호는 묵암(黙菴), 본관은 김해(金海)이다. 정재(定齋) 류치명(柳致明, 1777∼1861)의 문인이다. 1850년(철종1)에 생원시에 합격하였다. 저서로는 《묵암집》, 《개몽자학(開蒙字學)》이 있다.
〈수초부(遂初賦)〉 : 진(晉)나라 때 손작(孫綽)이 지은 글인데, 벼슬을 마다하고 은거하는 것을 즐기는 내용이다.
정재(定齋) 선생 : 류치명(柳致明, 1777∼1861)을 말한다.
주흥사(周興嗣) : 468∼521. 중국 남조 시대 양(梁)나라 무제(武帝) 때 사람이다. 《천자문(千字文)》을 지었다.
백저문집(白渚文集) 배동환 저 김홍영․박정민 역 학민출판사(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