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보육’ 필요한데 인력·지원 아직 미흡
개원 한달여 ‘춘천 시립 하나어린이집’...“특수교사 처우 열악, 타지역 유출 심각”
교실 벽면 한쪽에 교사와 아이들의 얼굴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교사 한 명의 사진 옆에는 아이 셋의 사진이 짝을 이룬다. 6명의 아이가 생활하는 한 교실 안에는 담임교사 2명과 보조교사 1명, 총 세 명의 어른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아이들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의사 표현이 서툰 아이들이 혹여 찰과상이라도 생길까, 꼼꼼히 살피며 쉴새없이 움직이는 교사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춘천 최초, 강원도내 네 번째 장애아를 위한 '시립 하나어린이집'의 교실 풍경이다.
이 어린이집은 춘천시가 사농동 복지관 3층의 낡고 좁은 공간에 있던 기존 시설을 교동으로 이전, 건물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달 10일 새로 문을 연 곳이다. 단독 건물에 베리어프리(Barrier-Free) 환경과 전용 놀이터, 치료실을 갖추었다.
춘천시 교동에 지난달 새로 문을 연 장애아 전용 ‘시립 하나어린이집’ 내부의 치료실 모습이다.
현재 강원도 내 장애아 전문어린이집은 춘천을 비롯, 원주·강릉·삼척 등 4곳에 불과하다. 4곳의 정원을 모두 합쳐도 수용 규모가 140여 명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이는 강원특별자치도 내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가 3천600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인구 소멸과 저출생이 겹친 인근 군 단위 지역은 전문 시설이 전무해 양구나 홍천 등 외곽 지역에서 통원을 위해 춘천으로 이사를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새로 시설을 마련한 하나어린이집의 수용 정원을 임의로 늘리기도 어렵다. 현행 기준상 장애 아동은 일반 아동보다 정원 1명당 필요 면적이 2.5배나 넓어 필요에 따라 정원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한 탓이다. 이 때문에, 기존 시설 인원이 그대로 유입되며 문을 열자마자 정원은 만석이 됐고 만 2세부터 6세까지 대기 원아가 9명에 달한다.
하나어린이집 차선희 원장은 “정원을 늘리고 싶어도 현재 건물 평수 기준으로는 33명이 한계”라며 “장애아 전문 시설은 퇴소가 드물어 대기 순번이 빠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기를 하시다가 다른 원으로 등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동 9명당 특수교사 1명’ 법적 기준조차 못 채우는 실정“
더 큰 문제는 전문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육 지침상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은 아동 9명당 특수교사 1명을 의무 배치해야 한다. 정원이 33명인 시립 하나어린이집의 경우 최소 4명의 특수교사가 필요하지만 현재 배치된 특수교사는 2명 뿐이다. 법정 기준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역시 지역 내 구인난을 감안, 연 2회 이상 채용 공고를 내도 교사를 못 구하면 자격증 과정을 이수한 장애영유아 보육교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전문 교사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도내 전문 인력의 고갈에서 찾을 수 있다. 강원도 내 특수교육 및 재활 인력 양성 학과는 춘천의 한림대 언어청각학부와 강원대 도계캠퍼스작업치료학과 등 손에 꼽히며, 그마저도 졸업생 대다수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문 자격을 요구하면서도 대우는 일반 보육교사 수준에 머무는 현실도 인력난을 심화시킨다. 병원이나 사설 재활센터와 달리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언어, 작업 치료사는 별도의 직종별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일반 보육교사와 동일한 보수 체계를 적용받는다. 전문성을 발휘할수록 외부 기관과의 급여 격차를 체감해 장기근속이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장애 아동들의 좌석 보조 정치가 정리되어 있다.
일반 보육교사와 동일한 보수 체계도 문제지만 이 특수 시설의 운영비와 인건비 보조 등이 충분치 못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담임교사 한 명당 인건비 지원율은 80%로 4대 보험과 퇴직적립금, 기타 운영비는 오롯이 어린이집이 감당해야 한다. 차 원장은 “성인에 맞먹는 체격을 가진 만 12세까지의 아동을 1대 3 비율로 돌보는 현장 부담을 감안할 때, 영아 기준으로 된 보수 체계를 개편하고, 인건비 지원 강화 등 지자체 차원의 추가 재정 투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사농동 복지관의 낡고 좁은 공간을 벗어나 단독 건물에 쾌적한 보육 환경을 마련한 춘천시의 행보는 분명 환영할 만한 첫걸음이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수차례 현장을 점검하며 발로 뛴 시청 관계자들과 현장 교직원들의 열의가 빚어낸 값진 결실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도내 관련 학과 부족과 졸업생의 수도권 유출, 그리고 열악한 처우로 인한 만성적 구인난 등은 지역 사회에서 장애 어린이를 길러내기 위해 풀어야 할 ‘첩첩산중’의 과제들이 다. 강원도와 교육 당국, 지역 대학이 손을 맞잡고 특수교육 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길러내는 여건을 구축하는 동시에, 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보육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현실적인 처우 개선과 정주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립 하나어린이집의 개원이 단순히 ‘시립 시설 1곳 신설’이라는 단발성 성과를 넘어, 강원도 장애 영유아 돌봄 환경의 안정적 구축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지아 대학생기자
첫댓글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가 3천600명 .. 이거 소스가 어디인지 알려주고 어린이집 대상 어린이만인지 초중고생 다 포함해서인지 기준도 알려주기 (아래에 댓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