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10 [규린] 영후 수술을 지켜보면서 형 같은 친구 홍섭의 은혜를 생각함

[조규린]

이럭저럭 우왕좌왕 하다보니 큰 눈방울을 굴리면서 귀를 쫑긋하게 세우고 귀엽게 껑충껑충 뛰어다녀주는 토끼띠 해인 辛卯年도 서산 넘어로 기울어지는 12월이 되어 약주 한잔 나누며 다사다난했던 이해를 떠밀어 보내자는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엊그제 7일은 옛 직장동료들로 구성된 등산 모임(水山會)에서 인천 송도를 거쳐 대부도와 시화호조력발전소를 돌아보고 신선한 생선회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금년의 무사고 산행을 자축하며 우의를 굳게 다지기로 한 부부동반 送年모임이 잡혀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오스트리아에 나가있는 주현이가 맏이녀석 영후의 다소 비뚤어진 요도를 바로 잡아주기 위해 지난 12월4일 돌아와서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교정수술을 받는 날이기에 인천행 송년모임 불참을 알려주고는 심란한 마음으로 어수선한 하루를 보냈다.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마음만 초조하고 안쓰러울 뿐 특별히 해줄것도 없어서 "이 물김치 맛이 있으니 병원에 갖어다 주지"라고 의견을 내니까 주현이가 "좋지요, 영후가 김치를 좋아 하는데 그 병원 소아병동 식단에는 김치가 안 나온대요"라고 말하였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신여사가 물김치를 한통 담아 놓고는 배추김치 담을 용기가 마땅치 않다고 하여 전곡시장 용기그릇 전문 가게에 가서 중간크기의 네모난 프라스틱 용기를 2300원 주고 사다가 주니, 신여사가 포기김치 세포기를 듬성듬성 잘라서 넣고는 "이만하면 되겠지"라며 힐끗 동의를 구한다. "그럼 다 먹으면 이다음에 갈때 또 갔다 주면 되지"라고 응답해 주었다.

항상 음식을 풍족하게 장만하고 여행을 갈때나 골프 라운딩을 돌을때나 이것저것 먹을 거리를 잘도 챙겨주어서 "당신하고만 있으면 먹는 것은 걱정 안해도 돼" 라고 누누히 이야기 해왔는데(나 뿐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도) 이날도 약간의 현미밥과 김치며 김과 배즙등 영후와 영후를 간호하는 영후엄마가 먹을 것들을 골고루 챙겨 쌓았다.

수술 시간이 오후 3시라고 하여 그 시간에 맞추어 가려고 하였으나 "너무 어른들이 많이 와서 보면 영후가 더 겁을 먹을 것 같고하니 수술이 끝나는 5시까지 오시라"는 주현과 영후 엄마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오후 3시50분에 챙겨진 먹을 거리와 중현이가 수술 받는 영후가 좋아 한다며 사다 놓은 팽이와 함께  보따리 두개를 챙겨가지고 택시를 잡아타고 떠나면서 영후엄마에게 전화를 하니까 "아직도 못 들어갔어요, 수술실에서 연락이 올때까지 기다리고 만 있어요"라는 근심에 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몇달 전부터 수술담당교수와 날짜에 시간을 예약한 수술인데 한시간이 지나도록 수술실에 못들어 가다니 참 이해가 안된다며 가는데 교통지옥 서울 이라는 말이 딱히 들어 맞게 무던히도 밀려대서 택시의 속도가 마치 가재걸음인양 느려터져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무려 한시간을 달려, 다섯시쯤 병원에 도착해서 아동병동 412호실로 찾아가니까 영후는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데 옆에 있던 바깥사돈과 영후엄마 표정은 걱정스러움과 안타까움으로 좌불안석 이었다.

"오늘 3시 수술 이라면서 어제 자정부터 물한 모금도 안먹이다 보니 영후가 배곺으고 물먹고싶다고 조르는데... 너무 고생해서 못 보겠는데 간호실에서는 수술실에서 연락이 와야지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만 하니 ..." 라고 그간의 상황을 영후엄마와 사돈이 이야기 해주는데 신여사와 나도 같이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간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날 수술하는 어린이들 중 영후 나이가 가장 많아서 이 애보다 더 어린 한살 내지 세살짜리들을 먼저 수술 하다 보니 이날 소아비뇨기과 수술환자중 소위 최고령자이신 영후의 수술이 불가피하게 뒤로 밀쳐진 것으로 보여져 이를 이해 못하는바는 아니나 몇분쯤 後라는 기약도 없이 마냥 기다리자니 병원측의 무성의함에 대한 원망만 더해갔다.

우여곡절의 지루한 기다림  끝에 본래의 예정된 수술시간보다 십년은 된듯 한 4시간이 더 늦어진 오후7시가 넘어서 수술실에서 연락이 와서 수술실로 영후와 영후가 마취될때까지 안정을 취해주기 위해서 함께 들어간 영후엄마를 제외한 사돈과 주현이 그리고 우리 내외는 가족 대기실로 가니 중간에 Tv한대가 설치되어 있고 그 양 옆으로 각 수술환자들의 수술상황을 알려주는 게시판이 세개가 걸려져 있는데 너나 없이 가족들이 초조하게 수술환자의 수술진행상황 자막을 지켜보다가 수술준비중~수술중~ 수술종료~회복중이라는 자막이 뜬 다음에 "00환자 보호자께서는 환자가 병실로 이동하겠으니 수술실 앞으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들리면 정신 없이 달려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수술종료를 기다리는 분들의 표정은 한결 같이 초조함 이었다, 한 젊은 아주머니는 옆에 앉은 가족인듯한 아주머니에게 "수술 기다리는 시간의 초조함을 덜려고 뜨개질을 한다"며 열심히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주현이가 뽑아다 준 커피를 마시면서 중현이와 주현이가 4살 7살인 어렸을때 서울대학병원에서 허벅지에 똑같이 생긴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과 주현이가 다섯살적 교통사고 났을때 다친다리 수술을 하였던 추억등을 이야기 하며 "애들 키우다 보면 간졸이는 일이 수없이 많다"고 영후 엄마를 위로 하였다.

신여사가 "그때 이양반이 서울대학병원에 잘아는 빽이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 하니까 방금 전까지 영후의 수술이 늦어짐을 이야기 하면서 아마도 이병원에 잘아는 사람이 있으면 좀 빨리 할 수 있을텐데 라면서 안타까워하던 끝이라서 영후엄마와 사돈이 그 사람이 누군데요 라며 묻는다, 신여사는 "경비원"이라고, 나는 "수위"라고 동시에 말하니까 소위 말하는 높으신 빽인줄로 예상하다가 "경비원, 수위"라고 이야기 하니까  기대한바가 빗나가서인지 맥이 풀린 듯 "경비원 수위라고요?" 라고 반문만 한다.

나는 바로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그 친구는 비록 경비원이지만 의사 같은 사람들은 체면치레 때문에 무리한 부탁을 꺼려해서 궂은 부탁을 하지 안으려 하는데 그 친구는 義를 앞세워 막무가내로 부탁을 해대고 또 인간성이 좋아서 누구 부탁 보다도 잘 통했고 그덕에 나뿐만 아니라 여러 친구들도 그친구 신세를 많이 졌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예를 들어 수술날짜와 시간을 빨리 잡는 것, 필요한 물품을 챙겨 주는 것, 애들 먹으라며 음료수와 과자등을 챙겨 주는 것등 이것저것 헤아려서  치밀하게 잘 챙겨 주었었다고 설명을 늘어 놓았다, 마치 그때 일이 오늘 있었던 것 처럼 그 친구 얼굴을 떠 올리면서 설명했다,

친구 이광수의 아들은 눈 수술이 잘못되어  출혈이 너무 심하여 일요일 날 수술집도의사를 찾으니까 강원도로 낙시를 가 있음을 어떻게 수소문하여 이야기 했는지 밤에 올라와서 새벽에 지혈 수술을 하여 살았다며 지금도 입에 침이 마르게 고마워 한다는 등등의 설명도 곁들여 주었다. 강희석등 여러 친구들도 가족에 병이 우심하면 서울대학병원으로 찾아가 그친구 신세를 젔었다는 일화들도 말해 주었다.

이렇게 설명을 해주고 나서 순간  공연히 " 경비원, 수위"라고 말해서 그 친구에게는 그 어느 직업 보다도 긍지를 갖었던 직책을 혹여나 비하한 것 같이 되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여겨지면서  미안스러움이 뇌리를 짜릿하게스치고 지나갔다.

어려움에 처했을때 뒤를 돌보아주고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는 소위 말하는 "진정한 빽"은 장관도 별을 많이 달은 군장성도 아니다. 지위가 수위던 논 밭 김을 매며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일개 촌부던 진심을 가지고 마음에서 울어나 심신을 다하여 헌시적으로 도와 주는 사람이 진정으로 고마운 "빽"이라고 생각 하면서 지금은 소식이 끊겨서  음으로 양으로 그 친구의 도움을 받은 낭성초등학교 제26회 동창친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그 친구의 얼굴과 추억을 더듬어 본다.

그 친구 김 홍섭은 나보다는 여섯살 위이고 우리 형님 보다는 한살이 적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안되어 결혼을 하고 아기 아버지가 되었으니 말이 동창친구지 실제는 형님 같은 친구고 또 그래서 나이어린 동창 친구들의 어려운 일엔 온 몸을 던져 도움을 주었었다.

그 당시는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지 얼마 안되고 또 바로 6,25전쟁이 벌어져서 8살적령에 초등학교를 들어오지 못하고 홍섭친구와 같이 아주 늦게 들어 온 친구들이 많았다. 누이나 형과 같이 한학년을 다니거나(김홍섭형제와 신천수 신창우 남매)  동생 보다 1~2년 뒤쳐서 입학하는 아이들(신한식등)도 많이 있었다.

차제에 홍섭 친구에게 지난 날 은혜에 고개숙여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무탈강녕을 기원하고 또 조속히 만나서 소주한잔 기울이게 되기를 학수 고대한다는 말을 전한다.

영후는 수술이 시작된 오후7시 59분에서 한시간 쯤 지난 오후9시5분에 수술 종료라고 자막이 뜨고 오후9시25분엔 회복중 이라는 자막이 뜨더니 오후 9시40분에 병실로 이동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와서 수술실 앞으로 가서 영후를 데리고 입원실로 향했다.

영후엄마는 모든 어머니들 처럼 수시로 안쓰러움에 눈물을 흘리고 이를 지켜보는 시어머니인 신여사는 손수건을 건네주면서 위로의 말로 보듬어 주고 남편인 주현은 폭 안고 등을 다독여 주었다.

또 영후가 수술실로 들어 갈때부터 수술이 종료 될때까지 순간순간 사돈과 신여사가 두손을 마주 잡고 고개를 숙이고 간절하게 엄숙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나는 이 두분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두분이야 말로 이세상에서 영후를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요 외할아버지 라고 여겨 지면서 이세상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무조건적인 무한한 사랑을 재삼 실감하였다. 

"인간의 사랑중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정한 최고의 사랑이다"라고 강조했던 어느 칼럼기사가 가슴에 안겨왔다.

특히나 방화동 두 사돈분들은 주현이가  결혼한 2002년부터 이 애들이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이사갈때 까지 같이 살면서 태어난 영후를 손에 아우르면서 8살이 되기까지 오줌 똥 가려주며 키워 오셨기에 그 애틋한 정이 우리 두 내외 보다도 몇갑절 더 하시리라 여겨진다.

 "어머님 아버님이 오셔서 너무 든든했어요, 너무 감사드려요, 이제 수술도 잘 되었다고하니  이제 모두들 가셔서 쉬세요"라는 영후엄마의 간곡한 권유에 따라 차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음에도 주현과 사돈은 방화동으로 나와 신여사는 장안동으로 택시를 타고 각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중현과 유진 엄마 그리고 유진이와 영찬이가 진정한 가족애로 영후의 수술 상황을 묻는다.

"다른 애들은 3시간 이상씩 수술을 하는데 다행이 영후는 1시간에 마쳤고 수술도 잘되었단다" 라고 일단 걱정스러움을 달래 주었다.

특히 영후에게 "큰 아빠가 영후 수술 잘 받으라고 팽이를 사주셨다"며 보여 주니까 즉시 뜯어서 맞추어 보면서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잠시나마 수술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 모두도 따라 웃었음도 이야기 해줬다.

그런데 그저께(8일) 영후엄마 에게서 이침일찍 전화가 왔는데 "영후가 오줌이 안 나와서 물으니까 의사선생님이 수술이 잘 되었는데 이상하다면서 엑스레이를 찍어 보더니 요도를 방광 끝 까지 못 밀어 넣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아침에 재 수술을 할터이니 걱정 말라고는 하는데 영후가 두번 공포의 수술과 고생을 해야한다니 무어라 말을 할 수 없네요" 라고한다.

한 말로 어이가 없었다. 어쨋던 또 수술을 해야 한다니 우리 두내외는 중현이와 함께 빠르게 차를 몰고 수술실로 찾아가니 9시45분에 수술이 시작되었다는 자막이 들어온다.

영후엄마는 "요도를 밀어 넣기만 한다면 바로 끝난다는데 만에 하나 다른 이상이 있으면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고 하는데.."라면서 초조해 하면서 안내판을 응시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러자 10여분 지나서 "조영후 수술 종료"라는 자막이 뜨는데 우리는 마치 100m달리기 선수처럼 수술실 문 앞으로 달려가서 "요도를 안전하게 잘 밀어 넣었다"는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 놀랜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412호 입원실로 돌아왔다.

중현을 직장으로 출근하라고 등을 떠밀어 보내고는 우선 해야할 일이 뜬눈으로 밤새워 고생한 영후엄마에게 밥을 먹게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영후가 잠에 드는것을 확인하고는 영후엄마를 보호자 휘게실로 데리고 가서 어제 가져간 밥과 물김치와 맛김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게 하면서 어느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에 영후의 잠든 얼굴을 다시 보고는 병원 셔틀버스를 타고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 연탄난로를 열어보니 훨훨 잘 타면서 추위를 잊게 해 주었다.

어제(9일) 영후엄마와 주현에게 물어보니 "영후가 오줌도 잘 나오고 잠도 잘 잔다"고 한다. "수술 후 일주일후인 14일엔 요도를 뽑고 퇴원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영후의 요도교정수술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는  "참 이상한 수술도 다 있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가서 여러사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어떤 남자아이는 요도가 꼬추 밑에있어 오줌을 밑으로 누고, 그외 수술 받으러 온 대부분 아이들은 요도가 꼬추 중간쯤에 있어서 왔다고 하는데 영후의 경우는 꼬추 끝 못미쳐서 요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는 수술시간도 짧고 쉽게 수술이 된것으로 여겨졌다.

오늘(10일)은 주현이가 새로 구입한 청담동 아파트 중도금도 치루고 집도 둘러보기 위해 주현이와 영후엄마가  가고 대신에 방화동 안사돈께서 영후를 돌보아 주신다고 한다.

뒤 돌아보니 멀게는 중현이와 주현이의 무릅 이물질 제거수술과 주현이의 교통사고로 다친 다리 수술, 어진이의 두차례에 걸친 팔골절 수술 그리고 영찬이의 넘어져 다친 머리 점검을 위한 입원등 크고 작은 가슴을 조리고 아프게한 수술  기억들이 실타례처럼 엮어져 눈 앞에 떠 오른다.

가장 바람직한 소망은 앞으로  일곱 손주녀석들이 아무런 사고와 수술 없이 무탈하게 자라주는 것이겠고 그렇게 되어 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상기온이라며 초 겨울날씨 답지 않게 따스했던 날씨가 어제는 섭씨영하5도로 기온이 내려 가면서 약간의 눈발이 날리더니 오늘은 영하6도로 내려가 더 추운데 영후의 수술 때문인지 마음의 체감 온도는 그 이하로 춥게 느껴진다. 영후가 조속히 쾌차하여지면 아무리 추운 겨울 온도도 쭈욱 올라갈것만 같다.

끝으로  영후 수술을 집도한 한상원교수님과 이분과 같이 영후 수술을 위해 수고해주신 여러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님들께 심심한 경의와 고맙다는 말씀을 전 하면서 우리 영후의 조속한 쾌유를 간곡히 기원한다.

       2011년 12월  10 일(토요일) 아침에 침대에 누워 있는 영후 얼굴을 떠 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