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죄책감이란? (루카 7,1-10)
백인대장은 주님께 자신의 노예를 살려달라고 도움을 청합니다. 이 복음을 얼핏 보면 백인대장이 자신을 비하하고 낮추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건강한 마음을 지닌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라며 자신의 처지를 겸손하게 고백합니다. 만약 이 고백이 여기서 그쳤다면 그가 병적인 죄책감이 심한 사람이라고 의심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백인대장의 뒤이은 말을 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내적 성찰을 하고 사는 사람이며, 마음이 건강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주님께 자신과 주님의 관계를 명확하게 고백합니다. 이는 그분께 자신의 모든 것을 소유한 주님이시라고 간접적으로 고백하는 말인 것입니다. 즉, 그가 겸손하게 말을 한 것은 병적인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건강한 죄책감에서 비롯된 고백인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건강한지 아는 방법 가운데에 그 사람의 죄책감을 살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죄책감은 개인적⋅사회적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마음이 불편하고 스스로 자신을 책망하는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이것은 우리 마음 안에서 도덕적인 나침반이 지속적으로 작동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또한 자기 절제를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양심이 있는 사람, 마음이 건강한 사람에게 죄책감은 평생 따라다닙니다. 그런데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죄책감이 지나치게 되면 우리가 한 행동을 잘못 해석하기 쉽고, 지각 체계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되어 과도한 죄의식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비난, 자기 체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 스스로 자기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고, 자신을 가두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즉, 지나친 죄책감은 겸손이 아니라 자기 학대라는 신경증적 행위를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심한 죄책감을 갖는 사람은 동시에 무기력증에 걸려서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허우적거리면서 날지도 못하고, 어쩌지도 못하는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러나 백인대장은 건강한 죄책감에 근거한 참된 겸손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백인대장의 신앙고백을 보면서 우리는 심한 죄책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건강한 양심성찰을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습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내 마음에 떠오르는 죄책감은 어떤 종류의 죄책감인가요? 나는 죄책감을 느낄 때에도 주님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숨으려고 하는 사람인지 나의 마음을 살펴봅시다.)
첫댓글 아 멘 ! 참 좋습니다.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