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지도, 허물지도 못하고…춘천 투탑시티 건물 20년 표류
부도·경매·유치권 주장·분산 소유 얽혀 정상화 난항
춘천시 퇴계동 도심에 있는 투탑시티 카펠라관 출입문에는 각종 공고문과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때 복합쇼핑몰로 문을 열었던 건물은 지금 일부 시설만 흔적처럼 남긴 채 사실상 멈춰 서 있다. 운영이 중단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건물은 철거되지도 새롭게 활용되지도 못한 채 도심 한복판에 남아 있다.
퇴계동 주민 홍성준씨는 “한때 지역 상권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담력 체험 장소가 될 정도로 흉물처럼 남아 있다”며 “왜 철거나 활용이 이뤄지지 않는지 궁금하다. 다른 상업시설이 들어와 다시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탑시티는 카펠라관과 시너스관으로 나뉜다. 시너스관은 영화관 등 일부 시설을 중심으로 이용객이 오가고 있지만, 카펠라관은 사정이 다르다. 2023년 카펠라관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마지막까지 운영되던 스포츠센터도 영업을 중단했다. 이후 카펠라관은 다시 문을 열지 못한 채 장기간 방치된 상태다.
한때 춘천의 미래 상권으로 기대받던 건물
투탑시티가 문을 연 것은 2006년 9월 22일이었다. 당시 투탑시티는 춘천의 새로운 상권을 이끌 복합쇼핑몰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개장 2년 만에 부도를 맞으면서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다.
2008년 투탑시티 대표 박모씨가 전기요금을 체납하면서 일부 시설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같은 해 10월 1일에는 만기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당좌거래가 중지됐다. 당시 결제하지 못한 어음은 약 3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건설업체와 금융기관 등 여러 채권자가 얽히면서 건물의 정상적인 운영은 더 어려워졌다. 부도 이후에도 스포츠시설 등을 중심으로 재기를 시도했지만, 정상화는 번번이 무산됐다.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는 외부 투자자들이 운영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리며 계획이 진척되지 못했다. 2023년에는 전력 공급 중단으로 다시 운영이 멈췄다.
카펠라관 출입문에는 전기 공급 중단 관련 안내문, 춘천시청 승강기 운행정지 안내문, 무단출입 금지 등의 각종 안내·공고문들이 붙어 있다.
스포츠시설 중심 구조, 상가 활성화에는 한계
투탑시티가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단순히 상권 침체만은 아니었다. 건물의 용도와 구조 자체도 상가 활성화에 한계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탑시티 시너스관에 입주한 지유 건설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투탑시티는 스포츠시설 80%, 상업시설 20%의 용도로 허가됐다. 실제로 1·2층에는 상업시설, 3·4층에는 골프연습장과 사우나 등 스포츠시설, 9·10층에는 업무시설이 들어섰다.
그러나 이런 복합 구조는 상업시설 중심의 쇼핑몰로 자리 잡는 데 한계가 됐다. 스포츠시설 이용객이 건물 전체 상권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상업시설만으로는 충분한 유동 인구를 만들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시너스관에 입주한 아이폰 수리점 픽스119의 한 상인은 “시너스관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CGV가 있기 때문에 1층과 2층은 상권이 죽어도 남아 있을 명분이 있다”며 “하지만 카펠라관은 사람을 끌어들일 만한 핵심 시설이 없어 상권이 형성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관리 주체가 분산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부도 이후 경매와 공매 절차가 이어지면서 건물을 둘러싼 소유자와 채권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다. 한때 건물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정상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소유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논의는 중단됐다.
다시 살리려 해도 용도 변경이 쉽지 않아
건물을 되살리려면 기존의 용도와 구조를 바꾸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유 건설회사 관계자는 “용도를 변경한다면, 차라리 스포츠시설 중심으로 허가받은 건물 특성을 고려해 정형외과 등 병원과 스포츠·재활시설을 결합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도 변경은 건물 관계자들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건축주가 용도 변경을 신청하더라도 관련 법령에 따라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투탑시티 개별 소유자들은 스포츠시설을 상업시설 목적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특정 건물에만 용도 변경을 허용할 경우 유사 사례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존 용도 안에서 활용 방안을 찾자니 사업성이 낮고, 용도를 바꾸자니 행정 절차와 형평성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철거도 쉽지 않아…유치권 주장과 소유권 문제 얽혀
활성화가 어렵다면 철거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간단하지 않다. 투탑시티는 부도 이후 공사대금 등을 둘러싼 채권 문제가 이어졌고, 카펠라관 일부 시설에는 유치권을 주장하는 표시가 아직도 남아 있다.
투탑시티 카펠라관의 한 시설에는 대경개발의 유치권을 주장하는 표시가 남아 있다. 이 메시지는 지난 23년 9월부터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권은 건물이나 시설을 공사한 사람이 공사대금 등을 받지 못했을 경우, 해당 시설을 점유하면서 대금을 받을 때까지 시설을 넘겨주지 않을 수 있는 권리다. 다만 안내문이 붙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법적으로 유치권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유치권을 둘러싼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시설의 처분이나 인도 과정에서 제약이 생길 수 있고, 철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건축물을 해체하려면 「건축물관리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해체계획서 제출 등 별도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투탑시티처럼 소유자와 채권자가 복잡하게 얽힌 건물의 경우 철거 비용 부담, 소유자 동의, 법적 분쟁 가능성 등이 함께 고려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춘천시 석사동 늘푸름부동산 관계자는 “2023년 경매에 나온 이후 개별 소유자들이 분양을 받았다”며 “개별 소유자들의 동의 없이는 건물을 철거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춘천시 “용도 변경 검토 중…별도 대책은 아직 없어”
춘천시도 투탑시티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한 상태다.
춘천시청 건축과 건축물관리팀 관계자는 “투탑시티 건물 관리단 측에서 용도 변경 허가가 이뤄지지 않은 이후에도 관련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용도 변경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가 필요하며, 관련 허가 신청이 시에 접수돼야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용도 변경 허가가 이뤄진 상황은 아니다”며 “시는 투탑시티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별도의 방침이나 대책을 마련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민간 소유 건물인 만큼 행정이 직접 철거하거나 활용 방안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간 방치된 대형 건물이 도심 환경과 주변 상권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역사회 차원의 관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민간 건물의 실패, 결국 도시의 숙제로
투탑시티는 한때 춘천의 미래 상권으로 기대받았지만, 지금은 살리기도 허물기도 어려운 건물이 됐다. 부도와 채권 문제, 분산된 소유 구조, 용도 변경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정상화 논의는 번번이 멈춰 섰다.
민간 건물의 실패는 한 사업자의 실패로만 끝나지 않는다. 건물이 장기간 방치되는 동안 도시 미관과 안전, 주변 상권에 미치는 부담은 지역사회가 함께 떠안게 된다.
개장 20년을 앞둔 투탑시티는 춘천 도심 한복판에서 묻고 있다. 멈춰 선 민간 복합건물을 시 정부는 어디까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김태윤·장연욱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