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사람이 성인입니다 (루카 7,36-50)
성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성인은 죄를 짓지 않고 사는 사람, 늘 기도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만나는 사람,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복음 구절에 나오는 죄지은 여인은 성인의 다른 면을 보여 줍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 봅니다. “어떤 채권자에게 채무자가 둘 있었다. 둘 다 갚을 길이 없으므로 채권자는 그들에게 빚을 탕감해 주었다. 그러면 그들 가운데 누가 그 채권자를 더 사랑하겠느냐?” 하고 말입니다.
이에 베드로는 “더 많이 탕감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이 대답에 “옳게 판단하였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말씀을 살펴보면 진정한 성인이란 어떤 사람인지 에둘러 알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 누구나 주님 앞에서 의인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는 약하고 미성숙하며, 이성적이기보다는 본능적인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많은 잘못을 짓고 삽니다. 누구나 주님께 빚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숙한 사람, 거룩한 성인이라고 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런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직시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의 허물보다 자신의 허물을 잘 들여다봅니다. 그렇기에 주님께 빚을 탕감 받았음을 감사해할 줄 압니다. 곧 성인은 죄를 적게 지었기 때문에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빚을 탕감 받았음을 깨닫고 이를 감사해할 줄 알기에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억지 겸손이 아니라 진정한 겸손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기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고치고 다듬는 데 최선을 다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복음에 나오는 죄지은 여인은 자신의 처지가 어떠한지를 잘 들여다본 성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적게 용서받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나는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다.’라는 무의식적인 자만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의인이라고 생각하기에,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며 남들보다 자신이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죄 지은 여인이 주님의 발에 향유를 발라 드릴 때, 예수님을 자신의 집에 초대한 바리사이는 ‘저 사람이 예언자라면, 자기에게 손을 대는 여자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곧 죄인인 줄 알 터인데.’ 하는 불편한 심정을 가졌다고 복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읽으신 주님께서는 너는 나의 발을 닦아주기는커녕 나를 대접하지도 않았다며 바리사이들이 가진 우월 콤플렉스, 자신들이 주님과 동급이라는 그들의 착각을 정면으로 지적하십니다.
성인은 주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항상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죄를 많이 짓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과 사람들이 자신을 많이 용서해 주고 있음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지요.
자신이 용서를 많이 받으면서 살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마음에 항상 고마움과 감사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적게 용서받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늘 불만과 분노로 차 있어서 인생살이가 편치 않습니다. 교회에서 자기 성찰을 하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용서를 받아 왔는지 되돌아봅시다. 그리고 나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나는 얼마나 용서해 주었는지도 생각해 봅시다.)
첫댓글 아 멘 !참 좋습니다.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