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용 논란 속 비만치료제, 적정 처방 만큼 중요한 사후관리
전문의, "위고비·마운자로, 투약 후 '지속적 관리' 이뤄져야"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으로 당국이 대책을 마련중인 가운데 의료 현장의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가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처방 기준에 맞는 환자 선정뿐 아니라 투약 과정과 중단 이후의 지속적인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는 약 6개월째 마운자로를 투약하고 있다. 키 160cm에 투약 전 체중은 78kg으로, 체질량지수(BMI)는 약 30.5였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성인 체중 관리 허가 기준에는 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제2형 당뇨병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가 포함된다. A씨는 처방전 허가 기준에 해당하는 사례다.
A씨는 이전에도 식이요법과 운동을 시도했지만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의료진의 권유로 위고비 투약을 시작했으나, 사용 중 구역질과 구토 증상이 나타나 마운자로로 약을 변경했다. 마운자로 투약 이후에는 식사량과 야식 섭취가 줄었다. A씨는 2.5mg으로 시작해 의료진과 상의하며 현재 10mg까지 용량을 늘렸다.
치료 과정은 단순히 약을 맞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체중과 체성분을 측정하고, 식단과 운동 여부도 확인받고 있다. 현재 체중은 58kg으로 투약 전보다 20kg 줄었다. A씨는 “목표 체중인 55kg에 도달하면 의료진과 상의해 용량을 낮추고 약 6개월간 유지한 뒤 투약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경우는 비만치료제가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사용된 경우다.
비만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체중 관리 방법을 설명하는 모습.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실제 의료 현장과는 무관하다. (AI 생성 이미지)
순천향대부천병원 내분비내과 김보연 교수는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에 대해 “기존 방법으로 체중을 조절하기 어려웠던 비만 환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치료제”라고 평가했다. 다만 약물치료만으로 체중 관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도 함께 줄어들 수 있어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치료를 중단한 뒤에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투약을 중단한 뒤 정기적으로 전문의 지도 아래 체중과 체성분을 확인하고 생활습관을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진료에서는 치료와 경과 관찰에 최소 2~3년을 잡고 있다며, 감량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김교수는 처방전 오남용 논란에 대해 “체중이 46kg인 여성이 이전보다 3kg 늘었다는 이유로 비만치료제 처방을 강하게 요구”했던 사례를 소개하며 ”의학적 필요성보다 체중 감량 자체에만 집중해 약물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소비자들이 단순히 외모 관리 차원의 체중 감량을 위해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의료기관으로 찾아가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으러는 문제 현상에 대해 김 교수는 “대부분의 의료진이 처방 기준을 준수하고 있지만 일부 의료기관의 부적절한 처방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도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5일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터제파타이드, 삭센다의 주성분인 리라글루티드가 함유된 비만치료제를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해당 의약품이 지정되면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의사 처방전 없이 조제·판매할 수 없고, 제품 용기와 포장에 '오·남용우려의약품'이라는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없는 일부 읍·면·도서지역이나 의료기관과 약국이 멀리 떨어져 주민이 함께 이용하기 어려운 지역 등을 말한다.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약을 처방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의학적 기준에 맞는 환자를 선별하고, 투약 과정에서 부작용과 체성분 변화를 살피며, 감량 이후에도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 오남용을 막는 제도적 장치와 적정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민이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