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글쓰기 24-28 알모책방 생일선물(2025.2.28)
알모책방의 법적인 생일은 3월 1일이다. 사업자등록증에 2008년 3월 1일로 기록되어 있고 그날 개업식도 했다. 3월 1일을 생일로 삼은 것은 그날이 공휴일이라 매년 문 안 열고 쉴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이 있었다.
그래서 내일은 알모책방 18번째 맞이하는 생일(개업식부터 시작해서)이다. 6년째 되던 해인가 책방을 챙겨주는 분들을 초대해서 생일파티를 한 적이 있는데 왠지 민폐인 것 같았다. 해마다 조용히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예쁜 책갈피라도 만들어 나눠 가질까 하다 그것도 뭔가 쓰레기를 만드는 것 같아서 계획만 세우다 말았다.
그래도 알모책방과 책방에 찾아오는 분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싶어서 '알모책방 우표'를 만들었다. 인터넷 우체국에 신청하고 원하는 그림을 편집해서 만들면 되는 건데 사진 고르고 편집하기가 귀찮고 돈도 제법 드는 지라 매년 생각만 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부지런을 떨었다.
알모책방 내 외부 풍경, 모임 사진 등을 골라 우표 20장씩 20장, 그러니까 400장을 만들었다. 책방에 오는 분들이 엽서를 고르고 누군가에게 엽서를 쓰면 그 엽서에 알모책방 엽서를 붙여 우체국에 가는 길에 부칠 예정이다. 잠시 알모책방에 머물며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는 이의 마음과 알모책방의 마음을 전하면 좋을 것 같았다.
잘 나온 우표를 받아들고 책방에 오는 분들께 우표 선물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은 별로다. 다들 엽서 쓰는 것을 이렇게 두려워 한다는 생각은 못 했다. 몇 자 적어 마음을 전하는 것을 몹시 부담스러워한다. 그냥 보고 싶다, 고맙다, 사랑한다, 곧 만나자, 날이 추우니 건강 조심해야... 뭐 이런 일상적인 몇 글자만 적어도 충분한데 말이다.
용감한 세 명이 엽서를 썼으니 이제 남은 엽서는 397장이 있다. 아무도 안 쓰면 내가 평생 걸려 써도 되겠지만 그래도 책방에 온 누군가가 마음을 전하는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 내일은 나도 우표 한 장 골라 그리운 이에게 엽서를 써야겠다.
알모책방, 18살 생일을 챙길 수 있어서 기쁘고 고마워.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함께 하는 동안 신나게 잘 살아보자. 또 한 번의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