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하루
가슴 시린 한 편의 시를 읽고
하루 내내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낡은 기억 때문에 詩語들이 금방 날아갔지만
그 향내가 마냥 감미롭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토해내는 마음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도 따뜻한가 봅니다.
오늘은 여린 마음 가다듬은
시인이고 싶습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속살거리다가
노랗게 물든 낙엽 하나 차창에 부딪칩니다.
난 아직 보낼 준비도 안 되었는데
먼저 떨어져 버린답니다.
먼지 쌓인 궤짝에서 해묵은 詩語들을 끄집어내어
햇살에 반짝 반짝 닦아봅니다.
잔잔한 바람에도 살랑대는 잎새마냥
작은 스침에도 떨리는 감동이고 싶습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얼굴에 미소 띠고 사랑 하나 품으렵니다.
지금으로부터 1세기 전,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학생들이 종교학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그날의 시험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가 물을 포도주로 만든 기적에 담긴 종교적, 영적 의미를 서술하라’라는 문제였다.
다른 학생들은 부지런히 논술문을 작성하고 있는데, 한 학생만은 시험시간 내내 우두커니 앉아 있기만 했다. 시험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감독 교수가 다가와서 그 학생에게 어서 무슨 말이든지 쓰라고 재촉했다. 그러자 그 학생은 펜을 들어 답안지에 다음과 같은 한 줄의 문장을 썼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다.”
이 학생은 훗날 영국의 계관 시인이 된 바이런이다.
어느 화창한 봄날, 한 신사가 뉴욕의 공원에서 노숙자를 만났다. 그 노숙자는 ‘나는 맹인입니다 (I am blind)’ 라고 적힌 푯말을 목에 걸고 구걸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인들은 그냥 지나칠 뿐 적선을 하지 않았다. 신사는 노숙자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노숙자 목에 걸린 글을 고쳐 적었다. 그 다음부터는 갑자기 적선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 신사가 푯말을 이렇게 바꿨던 것이다.
“바야흐로 봄은 오고 있으나 나는 볼 수가 없습니다."(Spring is coming soon, But I can not see it.)
그 신사는 바로 프랑스의 시인 앙드레 불톤이었다.
첫댓글 !!
감사합니다 신부님~ ^^
“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