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울음
김학조
물고기 한 마리 날고 있다
등지느러미로 솟은 날개로
동화사 범종각 안을 느리게 날며
햇살을 쪼고 있다
쩌어억!
멸치 한 마리까지 마저 토해내어
뱃속을 텅 비웠다
바람이
허공에서 터엉 두둥! 둥!
울음소리 내며 탁발하고 있다
김학조 시인의 시, 「바람의 울음」을 읽습니다. 이 시는 동화사 범종을 시적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목어’입니다. 동화사뿐 아니라 많은 절에는 종각이 있고 범종이 있지요. 범종은 나무를 잉어의 형상으로 깎은 목어로 울립니다.
첫째 연에서는 “물고기 한 마리 날고 있다/등지느러미로 솟은 날개로/동화사 범종각 안을 느리게 날며/햇살을 쪼고 있다 ”로 시작합니다. ‘목어’가 종각안에 매달려 있는 외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목어’가 살아있는 물고기로 묘사되었습니다. 이어진 둘째 연에서는 “쩌어억!/멸치 한 마리까지 마저 토해내어/뱃속을 텅 비웠다”고 했습니다. 첫째 연이 ‘목어’의 외형을 묘사했다면 둘째 연에서는 내면을 묘사했습니다. “뱃속을 텅 비‘운 것은 세속적인 탐욕을 벗어났다는 것을 암시하지요. 불교적으로 말하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모든 탐욕은 번뇌의 근원입니다. 해탈에 이르는 길의 처음은 탐욕을 버리는 일이겠지요.
마지막 연에서는 ”바람이/허공에서 터엉 두둥! 둥!/울음소리 내며 탁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북소리를 ’울음소리‘라 했습니다만 여기의 ‘울음소리’는 슬픔의 표현이 아니라 중생들을 일깨우는 소리입니다. 그러기에 ‘울음소리’로 ‘탁발’하고 있습니다. ‘탁발’은 승려가 집집이 다니면서 공양을 구걸하는 수행법의 하나입니다. 이런 수행을 통해 자신의 아집我執을 버리고 동시에 시주하는 이에게 복덕을 쌓도록 하는 것이지요.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탐욕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겠지요.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그러합니다.
첫댓글 시인님 덕분에 목어가 생명을 얻어서 탁발로 중생을 구원 하네요. 복을 지었습니다.
뱉어진 멸치는 부처님 계신 곳의 풍경에 매달려 잔뜩 살이 쪄진 것일까요.
시인님 글밭에
들려갑니다
토해 내지 못한 멸치
목구멍에 걸린채
중생은 늘 텅빈 허한
가슴안고 살아갑니다
^- ^*
바람이 울음소리 내며 탁발하는... 시,
아름답습니다. ^^
시인님
바람의 울음 에 서성이다
목어의 눈 을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멋진 글과 해설 고맙습니다
아름다워요
김학조 선생님의 좋은시에 교수님의 설명까지..
시적 감각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