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일을 마치고 지하철역에서 내려 아파트로 올라온다. 나는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저께는 어버이날이다. 저녁때 서울대입구역 근처 외래향이라는 중국집에서 아들가족 딸내미가족과 함께 중국음식을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다. 외손자녀석 큰녀석은 중3 작은녀석은 중1 친손자는 초등학교 6학년. 옛날 할머 니 계실때 큰 손자인 나를 보고 우리 장손 장가 가는걸 보고 내가 죽을란가 하고 얘기하시곤 했는데. 나는 할머니 내 장가 가면 할머니 모시고 살께요 하는 얘기 를 능청스럽게 하곤 했는데. 결국 내 장가 가기전에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내 가 중3인 외손자녀석 장가 갈때까지 살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싱거운 웃음을 지어본다.내가 늙기는 늙은 모양이다.
나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아파트앞 큰 느티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는다. 화단의 무화과나무를 바라본다. 겨울동안에 얼어죽었는지 아직 새 순이 돋아 나지 않고 있다. 아내는 내가 겨울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얼어죽었다고 한다. 아니야 무화과나무는 원래 싹이 늦게 튼다고 대꾸를 했지만 속으로는 아내 말이 맞는것 같기도 하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조그만 싹이 하나 보이는 것 같다. 이거라도 돋아나면 다행인데 싶다. 함께 심어 논 쥐똥나무는 생생하 게 잘 자라고 바위취는 생존력이 너무 강해서 주위를 완전히 장악한다. 화단옆에 내어놓은 큰 화분 네개 즉 고무나무 산세비에라 알로에 소철도 어제 비가 좀 내려서 흙이 촉촉하다.
옆 장미꽃에서 향기가 날아와서 코를 간질인다. 옛날 사당동 단독에서 살때 일터에서 돌아오면 화단에서 나무들과 대화를 하면서 피로를 풀곤하던 일이 생각난다. 일터에서 일을 하고 집에 와서 벤치에 앉아 있으니 멜랑콜리한 행복 감에 젖어드는 느낌이다. 봄은 슬금슬금 지나가고 있다. 24.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