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이 밝았습니다.
남쪽에서, 서쪽에서 귀인들이 오셨습니다.
이른 8시 10분경 일꾼하루열기를 하는데 본관 뒷편 주차장으로 차 2대가 들어오는게 보입니다.
오늘 오기로 한 여수mbc의 매거진 프로그램 [어바웃 우리동네] 촬영팀입니다.
우선 일꾼열기자리에 함께 앉도록 안내했습니다.
일꾼들의 [수행자의 기도]로 열기를 마친 후 오늘 촬영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두더지는 '학교'가 아닌 우리가 꿈꾸는 교육을 드러내는것이 방송목적에도 적합할 것이라고 조언을 주셨습니다.
다리가 아픈 민들레는 통기브스를 할 때까지 운전도, 걸어서도 안되는 처지라 배움터에 오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댕댕이와 할머니가 동무들을 만나러 같이 걸었습니다.
유룡정류장에서 동무들을 맞이하고 바닷길로 마을길로 걸었습니다. 어느새 8월 그믐날, 바닷물이 밀물인 사리때입니다. 마을길로 들어서서 맨 먼저 보이는 집 앞쪽에 추수한 벼들이 깔려있고 할머니께서 손으로 골라주고 계십니다. 올해는 날씨가 궂어서 농사가 잘 안되었다고 걱정하시면서도 벼들을 만지는 손길에는 정성과 사랑이 배어있습니다.
할머니께서 앞서시고 민들레가족 동무들이 줄서고 저는 뒤에 서서 배움터에 잘 들어왔지요. 철봉대로 가는데 촬영팀분들이 그냥 돌아가겠다고 하더군요. 이 배움터의 깊이를 담아내기에 준비도, 프로그램의 성격도 맞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분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보였습니다. 촬영기사님은 유화를 알더군요. 바다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민들레 교실에서 동무들과 아침열기를 하였습니다. 잠깐 사이에 하진이가 눈물을 흘려서 손을 잡고 옆방으로 갔습니다. 손을 잡아주고 그냥 기다렸지요. 훌쩍거림이 점점 잦아들었습니다. 바로 교실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마음이 진정되면 교실로 들어오라고 토닥이고 교실로 돌아와서 다른 동무들과 아침열기를 하였습니다. 마무리될 즈음에 하진이가 차분한 걸음으로 들어왔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동무들이 풍물수업에 들어가고 천지인 수업인 할아버지마음공부를 들으러 갔네요. 천지인 동무들 외에 맨발동무도서관 일꾼인 앨리스가 부산에서 왔고 보리밥, 신난다, 소금도 자리했습니다. '먹은 음식', '먹을 음식', '먹는 음식' 중 우리가 먹을 것은 '먹는 음식'뿐이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가 있으면 학교가 될 수 있는데 그중에 먼저는 학생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당신의 스승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말씀을 마을로 퍼져서 전하는데 들으려 하지 않는 곳에서는 멈추고 발의 먼지를 털고 떠나라고 했다고 합니다. 당신의 스승이 하신대로 당신도 억지로 가르치지 않겠다 하셨습니다. 배움의 주인은 학생임을 분명히 알려주셨습니다.
11시가 좀 넘어서 광주의 지혜학교 중학교 3학년 과정 세명의 학생이 왔습니다. 희서, 상원, 진서라고 합니다. 앞으로 쇠날 오전까지 천지인 동무들과 함께 생활할 것입니다. 우리 배움터에서 지내며 또 다른 배움을 갖고 싶다고 합니다. 그들의 도전과 용기가 아름답습니다.
민들레 가족 밥모심을 제가 같이 하려 하였는데 지혜학교 학생들이 오고 안내하는 시간과 겹쳐져서 할머니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12시 밥모심을 마치고 뒷정리를 하며 식당바닥을 동무들과 열심히 쓸었습니다. 어제 벼베기후 신발의 흙이 제법 있었습니다.
1시 새식구모심, 한돌 선생님, 법륜스님 맞이에 마음을 모으는 시간입니다. 소금과 마을인생동무인 수현, 선호 그리고 아침부터 배움터 예초기질을 열심히 하고 있는 행복도 같이하며 마음모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멈춤'의 중요성을 새삼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층 살림방에서는 용화사음악회 공연준비를 위한 영남사물놀이 연습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습니다.
오후 미술배움에는 몽피 대신 다른 선생님이 오셨어요. 전에도 종종 오셨던 분입니다.
미술, 난타, 힘껏 놀기에 동무들이 열심인 동안 저는 작은집으로 가서 말리기 위해 마당에 널은 벼들을 당그레로 밀어주었습니다. 햇볕이 따뜻하고 하늘이 맑아서 잘 마르고 있습니다. 다 한뒤에 마당 평상에 잠깐 눕기도 했지요.
배움터로 돌아와서 1,2,3학년들 간식을 챙기고 마무리를 함께 했지요. 오늘 읽은 그림책은 [고양이 목에 방울 걸기] 입니다. 쥐들이 지혜를 모아 합심하여 고양이를 내보내는 이야기...
동무들이 귀가버스를 타는 것을 지켜본 후 배움터로 돌아와서 하루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요즘은 하루마무리때 두더지와 함께 금강경을 한 장씩 공부하고 하루 이야기도 나눕니다. 두더지가 계시면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습니다.
본래 달날 하루 마무리 후에 학교일꾼 살림모임을 하지만 민들레가 오는 물날에 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디에 있든 우리는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합니다.
당신이 계셔 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 연금술사입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풀내음이 가득한 중앙현관 계단을 오르며 말끔히 정리된 것을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빛을 보내습니다.
오늘도 당신이 계셔 제가 있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