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이라는 후배가 하나 있습니다.
남산에서 돌 던지면 가장 먼저 맞는 성씨에다가, 대놓고 욕을 독으로 퍼부어도 입 달싹 못하는
가장 흔한 직함ㅡㅎㅎ게다가 160Cm, 80kg에 육박하는 우람허리 날씬어깨를 가진 사나이로써,
얼굴은 우리 엄니 덜 굳은 메주 다락에 올리려다가 떨어뜨려 놓은 것처럼 어딘가 구도가 잘
안 맞고, ^^ 얼굴 때깔이야, 그의 하루가 거기 난전에서 시작해서 난전에서 끝나는 노가다 현장
이니만큼, 부시맨이 이 친구 보면 대뜸, 아이고 동상~ 잘 있었는가? 할 판입니다.ㅋㅋ
거기다가 젊은 시절에 무신 복싱을 했대나 우쨌대나.. 코는 납작코에, 앞니는 47살에 하마 다
틀니고, 어금니는 아래 위로 두개썩만 남고 다 빠져부럿습니다. 뭐 그런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는
다 좋습니다. 얼굴이야 지 엄니 아부지 책임이고, 노가다야말로 지 팔자인 것이며, 우람허리
날씬어깨는, 있을 때 잘 묵자. 뱃심 없으면그 나마 노가다도 힘들다.의 소치이므로, 내가 나서
따따부따 나무랄 바는 아닙니다.
최근 고생도 많고 해서, 어쩌다 주머니에 지전이 좀 실린 날, 어판장으로 향했습니다. 시장엘
가면 시장 한 바퀴 휘이 순찰 도는 건 이미 저의 주요 임무입니다. 어판장 장사꾼들 이내 사정을
알게 된다면 저에게 떼찌할지 몰라도, 저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살 맘 전혀 없는
고기를 오래도록 흥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ㅎㅎ
이 고기 저 고기 다 흥정해 보고, 한 열 짝 살 거 같이 그러다가, 방금 숨 거둔 우럭 두 마리만
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질척하고 비린내 나는 어판장이라 해도, 꾀죄죄한 작업복에 다
떨어진 안전화 털털 끌고 다니는 수염 더부룩한 위인들 앉을 자리는 항상 마땅치 않습니다.
김과장. 안전화 벗고 옷 털고 손 씻고 방석 깔고 생글생글 미소 지으며 종이장 보다 더 얊은
접시에, 그 보더 더 얇은 무신 습자지 뜯어놓은 것 같은 회 묵기 싫쟈? ㅎㅎ
아따. 성님. 아까 뽀겟또에 뭐 좀 실린 거 같드만, 그거 배추이파리 아니고 무시래기였소?
이 사람, 눈치하고는. 빈대보고 절 내 놓으라고 할 사람이네. 저 짝에 함 가 보자고.
결국 우리는 좌판을 택했습니다. 한두 번 갔던 좌판이라, 주인여자 튀어 보이는 붉은 입술에
낯 간지러운 인사가 생경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이뿐 아자씨~ 또 오셨능게라우? ^^
인사 거하게 하면 일어날 때 꼭 단가가 튀더라?
긍께 인사는 됐고,-.- 거시기, 아짐씨. 세발낙지라고 있소?
빨빨 무척 빡시게 기는 눔들루다가 말이지. 한 스무 마리쯤 줘 봐.
내 얘기에 뜬금없이 김과장이 눈 크게 뜨며 펄쩍 뛰었습니다.
성님. 그거 우리 둘이 다 묵을라구유? 그람 둘이 묵지, 이 아짐씬 세발낙지랑 이혼해서 낙지를
별로 안 좋아해.^^ 글고 이런 빙충맞은 세상에선 어쨌든 묵고 죽은 눔 때깔이 산 눔 때깔보다
훨씬 더 낫대메? 올해도 변함없이 이 노가다가 그대 알토란 같은 정기 다 뺏을라고 악착같이
덤빌 터이니 미리 알아서 보완 해둬.
아짐씨~ 그리구 말여. 나무젓가락 하나 준비하고, 초장. 그 따위 거는 초장에 치워. 기름장 하구
마늘만 내 놔. 낙지는 바가지 바닷물에다 담궈주고.. 했더니 차릴 거고 뭐고 없으니 금방 좌판에
나왔습니다. 아짐씨.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더 하자. 우리가 말여. 노가다해서 묵고 산다고
손발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걸랑? 김과장 손 좀 쪼까 보여줘 봐. 보니께 녹물에 콘크리트 물에
찌든 징한 손가락들...
헝께, 요 눔들을 말이여. 오늘은 아짐씨가 쫙쫙 훑어서 장에 찍어 우리 입에 넣어 줬음 하는데
말이여. 그 짝 아짐씨께선 나으 이 고상하고 칼칼한 의견이 어떠신감?
허기사 내가 그 아짐씨한테 물어 보도 않아도, 그 아짐씨 속으로는.. 아이구~ 드러라, 내가 빨리
낙지 장사 때려 쳐야지. 스무 마리만 아녔음 발로 좌판을 차버리는 건데, ^^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러기 전에 인상 조금이라도 긁는 눈치 보이면, 내 성질에 그 나마 그 스무 마리도
난짝 바로 옆 좌판으로 넘기는 건 뻔할 뻔자 이므로,^^ 일단 표정은 곱게, 니에~ 하였습니다.ㅎㅎ
그럼 글치. 숨쉬기도 고단한 세상에 낙지 파는 일이라고 수월할소냐? 어이 김과장. 됐지?
서비스 이 정도 저짝 삐까뻔쩍 횟집서 요구했다간 당장 추방이여.^^ 내 말이 맞지? 맞기는
몽뎅이가 개한테 맞는데 말여라우. 근디 시방 지가 요런조런 피치못할 껄쩍지근한 사정으루다가
이빨이 쪼까 부실혀서, 고 늠을 으떠케 접수를 해야 할랑가 시방 그게 고민이여라우.
그려? 근디 그게 다 뭔 소용이여? 어차피 이빨이라면 산돼지 이빨 버금가는 내 이빨 갖고도 ^^
저 낙지는 완전하게 해결이 안 뒤야. 잔잔한 다리는 워째 보것는디 말이여~, 크고 질긴 다리통엔
당췌 이빨 안 드가. 긍께 대충 침 발라 먹기는 그 짝이나 이 짝이나 피장파장이여. 알간?
그 때서야 김과장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일단 술을 한 잔 홀짝 마셨습니다.
시식으로 들어가기 전, 제지하고 나의 연설이 나갔습니다. 작업 들어가기 전에 대충 작업내용을
설명하것다. 볼펜 있으면 침 묻혀 손바닥에 단디 받아 적어라.ㅎㅎ 에.. 또, 가설라무네, 이 방법은
낙지가 가장 싱싱할 때, 그 머리 속에 든 먹물을 통째 먹는 방법으로써, 낙지 접수에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먹통을 통째로 씹는 것은, 에레기 세상 답답한 이 먹물들아~ 터져 뻔져라..가 아니고 ^^ 낙지
먹을 때 발생 가능한 느끼함을 먹물의 구수함으로 미연에 예방하고, 이 지독한 노가다에 지극
정성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김과장의 정력 증진과, 아울러 그대 어부인의 흡족함과 ^^
에 또 가설라무네 그 뭐시냐? 아침 반찬 가짓수와 ㅎㅎ 아무튼 국가와 민족의 무궁한 번영을
위하야 먹는다고 보면 되것는디,
주의할 점 한 가지는, 낙지라는 늠은 무조건 디런 발꾸락을 껌껌한 구멍에 자꾸 넣을라꼬 하다
보니, 가끔 귓구멍 콧구멍으로 들어가긴 허는디.. 뭐 딱히 걱정 안 해도 좋다. 어차피 자기
코딱지나 자기 귀지를 자기가 꺠끗하게 파서 자기가 먹는 건데, 어느 징한 늠이 뭐라것냐?
안 그냐, 나으 이뿐 동상? ㅎㅎ
여기서 김과장. 잠시 예의 그 코딱지 귀지 때문에 ^^ 갑자기 멈칫하는 듯하였으나, 역시
역전의 지게꾼답게 아짐씨가 낙지 머리통에 젓가락을 푹 찔러 똘똘 말아 장 발라준 것을
감사히 입 안에 넣었습니다.
찰라,, 이리저리 파고 들어오는 그 무수한 낙지의 발가락들..ㅎㅎ이 쪽 떼면 저 쪽이 귓구멍으로
들어가고, 저 쪽 떼니 이 쪽 발이 콧구멍으로 들어가서 그거 떼느라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첨에 한두 번 그랬을 뿐, 세 마리째 부텀은 그러거나 말거나 얼굴은 다 버렸고, 그저
맛있다고 손가락 쪽쪽 빨더군요.
하여튼 그 날, 난 김과장 그거 멕이느라 제대로 못 먹고 술만 또 떡이 되었는데, 그 담날 아침에
일어나느라 낑낑거리는 내 옆에서, 김과장.. 아따 성님, 그 놈이 참 좋긴 좋소이? 성님은 그래서
피부가 요로크럼 고븐개비여? 빨랑 후딱 출근헙시다. 애들 기다리고 있고만.. 하며 사람 들볶고
앉았고, 얌마, 좀 보채지 말고 내 양말 좀 찾아 봐.
양말은 어제 봉께 사무실 책상 위에 곱게 얹어놓고 퇴근하시두만.. 빨리 갑시다. 뭘 고로크럼
세발낙지 맨치로 방바닥에 벌벌 기고 있소?^^ 하면서 속을 한껏 뒤집는 바람에 낙지가 도로
올라오려고 했지만, 나도 이런 저런 일에 이골이 날 만큼 났으므로 대수롭진 않았습니다.
김과장~, 헛소리 말고 어제 산 우럭 꺼내 현장 가자. 애덜 일 붙이고, 해장이나 한 잔 해야지.^^
첫댓글 매우 좋습니다. 이 걸죽함은 노가다판 판소리가 아니겠는가. 심청가 수궁가에 이은 노가다 낙지가로다~ 얼쑤~
어제 어여쁜 보살 네 명을 태우고 지리산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삽교호 횟집에 들렀슈. 갑오징어 묵고 싶다기에 기세 등등 갔더랜는디...오매 뜨거라, 한마리에 3마넌 달랩뎌... 놀래 자빠링... 결국 애매한 낙지가 대신 탕탕이 당하고 씹히고 빨리는 참변을 당함,
무쟈게 열받아 더욱 치열하고 악랄하며 사악하게 씹어댔다능...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