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옥합을 깨뜨리는 사랑의 헌신
그러나 사람들은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제자들도,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전혀 몰랐습니다. 예수님만 마리아의 영적 통찰력을 아셨습니다. 군대에서 만났던 한 하사관이 생각납니다. 예수님을 잘 믿는 분이었습니다. 우리는 텐트에서 신앙생활을 했는데, 그 하사관은 토요일이면 걸레를 들고 한 시간 내지 두 시간 정도 무릎을 꿇고 의자, 독경대, 제대 등을 닦았습니다. 그분은 하루도 그 일을 거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어 보았습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 겁니까?” 그분은 수줍어하면서 “내가 좋아서 그냥 닦는 거야”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먼지 하나 없도록 열심히 닦는 그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집을 깨끗이 청소합니다. 그곳에 주님께서 계시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닦습니다. 저는 성당의 잘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을 누군가가 열심히 닦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성당에 주일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왕래합니다. 많은 먼지가 발생하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마리아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듯이, 누군가 성당의 한 구석이라도 깨끗이 닦았으면 합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거나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마치 그 하사관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저녁에 제대, 의자, 독경대 등을 닦듯이 성당의 구석수것을 닦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언제 봐도 깨끗하고 잘 정돈된 성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그리스도인 두 사람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한 사람은 신문을 들고 있었고, 한 사람은 성경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기차를 타고 한참 달렸습니다. 자리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던 사람은 옆에서 성경을 읽고 있던 사람을 보고 마음속으로 ‘다음부터 나도 성경을 읽어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우선 신문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묵상하고 그분의 발 앞에 엎드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말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미리아가 예수님 앞에 밀착해 말씀을 듣는 것과 같은 모습을 찾기 힘듭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일을 잘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잘 하지 않습니다. 마리아가 향유를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은 것처럼 성당의 더러운 곳, 보이지 않는 곳, 냄새나는 곳에 자신의 향유를 붓고 머리카락으로 닦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5) 하느님이 찾으시는 사람
마리아가 부은 나르드 향유로 집 안에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사람들은 나르드 향기가 어디서 나는 줄 몰랐습니다. 모두들 두리번거리다가 한 여자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닦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막힌 영적 통찰력의 사건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칭찬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정의감과 도덕성이 있으며 휴머니즘으로 가득했습니다. 바로 이스카리옷 유다입니다. 그는 적어도 말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했으며 정의감에 불타고 있었습니다.
“제자들 가운에 하나로서 나중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 이스카리옷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돈주머니를 맡고 있으면서 거기에 든 돈을 가로채곤 하였다.”(12,4-6)
당시 유다에 대한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유다에 대해 아는 것은 그의 박애주의, 정의감, 휴머니즘이 넘치는 모습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말에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리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다의 말이 매력적으로 들리고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 뒤의 해설에 유다의 다른 얼굴이 있습니다. 그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 다른 속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정치적 목적과 이해관계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말처럼 스스로 멋진 사람이라고 착각한다는 사실입니다. 유다의 선동적인 발언에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지만, 나는 늘 너희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12,7-8)
예수님은 마리아의 영적 통찰력을 꿰뚫어 보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우리의 영적 상태를 꿰뚫어 보십니다. 우리의 헌금하는 모습, 봉사하는 모습, 성당에 오는 모습 등이 예수님의 눈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것을 아셨지만, 유다를 강하게 몰아붙이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마태오복음과 마르코복음에는 “온 세상 어디든지 이 복음이 선포되는 곳마다, 이 여자가 한 일도 전해져서 이 여자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이 추가돼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잘 믿고, 잘 섬기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때로 마르타나 유다와 같은 방법으로 예수님을 믿고 섬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와 같은 방법으로 믿고 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초점은 항상 마리아에게 맞춰져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