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착과 미련을 버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루카 9-46-48)
제자들이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논쟁을 벌이자 주님께서는 가장 작은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씀을 하십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이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힌트를 함께 주셨습니다. 바로 어린이입니다. 곧 여기서 작은 사람으로 살라는 말씀은 어린이처럼 살라는 말씀이지요. 즉, 어린이처럼 순수하고 단순하게 살 때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시 어린이가 될 수 없습니다. 순수하고 단순하게 살려고 해도 그러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순수하고자 해도 이미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로라 카스텐슨은 ‘노화의 역설’을 언급하며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알려줍니다. 그는 연로해서 일을 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노인들이 오히려 평안하고 행복해하며, 살아온 생애에 대해서도 만족해한다고 합니다. 젊을수록 더 행복해질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노인들이 이렇게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이유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만큼만 목표를 세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욕을 부려서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인들은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터득하였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즉,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감정은 흘려버리고, 오로지 행복하게 만드는 감정에만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노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집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평안하기에 종교적 영성을 더욱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노인처럼 집착과 미련을 버리며 사는 것은 순수하고 단순하게 사는 것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목표를 세우며, 감정을 조절하고, 어떤 것에 집착하지 않으면 어린이처럼 순수하고 단순하게 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낳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아이 같아진다고 말하는가 봅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감사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때에도 감사할 이유를 찾아볼 때에, 그래서 그 생각이 스스로 납득이 될 때에, 우리는 분노나 불안감이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가끔 도무지 감사할 것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만 감사할 것은 주변에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TV 프로그램에 폐지를 수집하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청년의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 청년은 불우한 환경인데도 평범한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고 사는 아주 건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그리 살 수 있었던 비결은 늘 감사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청각 장애를 지녔음에도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았는데, 그는 이러한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습관을 배운 것입니다. 사정이 괜찮은 사람도 감사하며 사는 것이 쉽지 않은데 청년과 청년의 어머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를 실천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집착과 미련을 버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 얼굴은 어린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남을 이끄는 자리에 있다면 그 평온함은 주변으로 넓게 퍼집니다. 이런 까닭에 주님께서는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라고 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 안에 있는 자아들을 살펴보세요. 어린이와 같이 순수하고 단순한 자아, 생각이 복잡하고 짜증 많은 자아 중 어떤 자아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나요?)
첫댓글 "집착과 미련을 버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 얼굴은 어린이와 같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