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8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곧 그의 나병이 가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12-16
12 예수님께서 어느 한 고을에 계실 때, 온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이렇게 청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13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
14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분부하시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하셨다.
15 그래도 예수님의 소문은 점점 더 퍼져,
많은 군중이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려고 모여 왔다.
16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흉한 몰골이 되어야 사는 병이 있다고 합니다. 아주 흉하게 망가져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나병입니다. 나균은 사람들의 피부에 고름을 내고, 아주 흉측하게 피부와 신경을 갉아먹으며 살기를 좋아한답니다. 그런데 햇빛에 노출되면 햇빛의 살균력에 의해서 오래 살지 못하고 죽게 되니까 저 살기 위해서 속으로 파고 들어간답니다. 그래서 나병에 걸리면 환자들은 빛을 싫어하고, 무얼 뒤집어쓰고 빛에 노출되기를 꺼립니다. 그래서 어두운 굴에서 살거나 두건을 쓰거나 빛을 가린 다음에 밖으로 나와 살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미 갉아먹은 신경조직 때문에 통증을 모르는 곳으로 나균을 내 몰고 흉한 몰골과 고름 범벅이 되어야 그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나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정말 그 아픔을 직접 체험하고, 그 고통 속에서 버거운 매일을 살고 있는 나환우들을 잠시 상상할 뿐입니다. 그들의 통증이 어떤지 어떤 의사의 얘기를 들은 것이 기억납니다. 의학적으로 그 아픔을 설명할 방법이 없답니다. 신경조직을 나균은 제일 먼저 갉아먹고 아프게 하는데 야구 방망이로 정강이를 40여대 연타하는 것과 같은 아픔이라고 합니다. 사실 나는 정강이를 야구 방망이로 한 대도 맞아 본 적이 없으니 그 아픔은 어찌 느낄 수 있을까요. 어려서 풀을 베다가 물뱀이 다리를 타고 올라서 엉겁결에 낫으로 정강이를 베어 찍어 피를 많이 흘리고, 장작을 패다가 장각개비가 정강이를 때려서 새카맣게 멍이 들은 적은 있으나 그렇게 모질게 맞아 본 적이 없어서 그 아픔은 다만 상상할 뿐이랍니다. 그렇게 아픔을 견디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사람들이 기피하고 더러운 고름과 전염 될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배척당하는 그 괴로움이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깨끗이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간절한 소망일 것입니다. 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고름 범벅이 된 아픔을 모조리 없애 주실 분을 이 세상에서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의사도 그 병을 고칠 수 없다고 알고 또 믿고 있었기 때문에 유일한 희망은 예수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의 소망이 겉이 깨끗하게 되면 속도 깨끗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예수님 앞에서 무릎을 꿇게 한 것입니다. 그들을 낫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예수님밖에 없다고 믿었기에 예수님의 고쳐주시고자 하시는 의향(意向)뿐이라고 확신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무릎을 꿇고 예수님의 의향을 여쭈어 보고 있습니다. “더러워 질 대로 더러워진 저를 귀하신 당신께서 고쳐 주실 수 있나이까? 죄인인 저를 가까이 보시기만 하셔도 당신이 부정해지실텐데 그래도 저를 깨끗이 해 주실 수 있나이까? 사람들이 저를 모두 싫어해서 당신께서 외면하시면 저를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데 저를 살려 주십시오. 예수님, 이렇게 간절히 빌고 있사오니 저를 깨끗하게 해 주소서.”
예수님의 손길을 지금 느끼고 있습니다. 나병 환자가 느끼듯 사랑이 가득 담긴 그 분의 손이 내 머리 위에 얹으심을 느낍니다. 온갖 더러움으로 고름 범벅이 되면서도 나병환자보다 더 잘못하는 것은 겉으로는 깨끗한 체 하면서 나균처럼 나를 갉아먹고 있는 온갖 더러운 죄악이 내 속으로 파고들어 내 오장육부를 갉아먹고 내 뇌를 파고들어 정신을 혼돈하게 하고, 미치게 하여 날뛰게 하고, 숨골을 파고들어 숨을 쉴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겉만 멀쩡하면 좋은 줄 알고 멍청하게도 숨기고 죽어가고 있는 것을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주님께서 손을 들어 머리에 얹으시며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느낀답니다.
혹시 내가 그렇게 깨끗해지고 더러운 육신을 깨끗하게 고쳐졌다고 함부로 떠벌이지 않도록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기적에 목숨을 걸고 그것만 찾아 헤매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말씀인 것을 나는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적인 치유는 뒷전에 두고 세상에서 보이는 것에 매달리는 그런 사람을 상기시켜 주십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속물근성이 더 많이 있지만 꼭 잘못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것마저 없다면 어떻게 신앙생활에서 느끼는 재미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재미에 빠지고 싶기도 한 것이 솔직한 나의 모습이랍니다. 암을 치료할 때에 기적으로 나은 것을 떠벌리고 싶은 것이 나의 본 모습입니다.
눈에 보이는 기적도, 더러운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자 하는 욕망도, 주님께서 내게 손을 얹어 주시고, 축복해주시며, 나를 깨끗하게 해 주신다는 믿음도 모두 간직하고 싶은 것이 나의 욕심입니다. 곧 나의 병이 없어지고 완전히 낫기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슴의 통증이 심하게 다가오면 이 아픔도 빨리 거두어 가셨으면 좋겠다고 매달립니다. 모든 환우들을 위해서 기도하면서 나도 그 똑 같은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지도 못하고 육신과 영혼이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생각에 우울해집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라면 정말 감수할 수밖에 없겠지요.
주님, 저를 낫게 하소서. 그러나 당신의 계획안에서 낫게 하소서. 당신의 뜻이라면, 당신께서 마음에 드는 일이라면 감사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 모든 것을 감수하도록 은총으로 도우소서. 사랑의 주님!!
<성령과 물과 피>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 5,5-13
사랑하는 여러분, 5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사람이 아닙니까?
6 그분께서 바로 물과 피를 통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물만이 아니라 물과 피로써 오신 것입니다.
이것을 증언하시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곧 진리이십니다.
7 그래서 증언하는 것이 셋입니다.
8 성령과 물과 피인데, 이 셋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9 우리가 사람들의 증언을 받아들인다면, 하느님의 증언은 더욱 중대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하느님의 증언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에 관하여 친히 증언해 주셨습니다.
10 하느님의 아드님을 믿는 사람은 이 증언을 자신 안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자는 하느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에 관하여 하신 증언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1 그 증언은 이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고
그 생명이 당신 아드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12 아드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그 생명을 지니고 있고,
하느님의 아드님을 모시고 있지 않는 사람은
그 생명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13 내가 여러분에게, 곧 하느님의 아드님의 이름을 믿는 이들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축일:1월8일 성 세베리노
San Severino Abate
ST. SEVERINUS of Noricum
c.410 in North Africa -
8 January 482 at Favianae, Noricum (modern Austria) of pleurisy;
relics moved to Benedictine monastery of San Severino, Naples, Italy
Canonized :Pre-Congregation
출생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때 동방의 모체에서 수도자였음은 확실하다.
453년 이후, 성 세베리노는 오스트리아의 노리꾼에 정착했는데, 이곳은 이방인들의 본거지였다.
그는 다뉴브강을 따라 비엔나에서부터 파쏘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파쏘와 파비안느에 최초로 수도원들을 세웠다.
그는 특히 훈 부족의 족장인 오도아체르의 존경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후에는 그의 유해가 이탈리아로 옮겨졌다가, 나폴리에 모셔졌다.(성바오로수도회홈에서)
오늘 축일을 맞은 세베리노 형제님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