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픈 연가
참으로 오랜 세월 님을 그리워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리움과 기다림의 햇수가 나이테처럼 늘어갈수록
님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은 자랑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님을 향한 자랑은 커져만 가는데도
나를 향한 님의 침묵은 깊어만 갑니다.
님의 긴 침묵 앞에서 나느 님을 원망하였습니다.
그러다 그리움도 원망도 낡아진 어느 날
기별도 없이, 겨를도 없이 님은 나를 찾아오셨습니다.
나는 님을 바깥사랑채에 모시려 했지만
님은 나의 손을 이끌고 뜰 안으로 향하셨습니다.
내 마음의 뜨락에는 잡초와 가시 넝쿨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아, 님의 맨발은 가시에 찔려 피가 흘렀습니다.
님은 그렇게 피를 흘리며 내 마음의 가시들을 뽑으셨습니다.
님의 더디 오심은 님의 무심함도 아니었고
나의 무지와 자만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를 향한 님의 슬픈 눈길 속에는
비난이 아닌 연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아, 나를 향한 님의 사랑에 이제야 눈을 뜹니다.
슬픔이 없는 인생은 없다. 누구에게나 슬픔은 붙어 다닌다. 그러나 슬픔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면 다시 일어서기가 어렵다. 간혹 슬픔은 우리의 영혼이 메마르지 않도록 적셔준다. 슬픔을 참고 견디면 우리의 영혼은 강하고 맑아진다. 슬픔은 생을 진실된 아름다움으로 인도한다. 슬픔을 피하려 하면 참 기쁨을 맛 볼 기회를 잃게 된다. 슬픔의 깊은 곳에는 하느님의 두 팔이 펼쳐져 있다. 하느님께서 나의 손을 잡고 걷는 길이 기쁨의 길이라면 슬픔의 길은 하느님께서 나를 업고 걸으시는 길이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