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2월 20일.
드디어 쿠바에 도착을 했다.
이 또한 숙제처럼 가슴에 자리 잡고 있었던 일이다.
깨짱구와 함께 쿠바의 거리를 걷는다는 것.
보고타에서 이른 새벽 숙소를 출발해 도착한 엘도라도 공항.
쿠바의 입국수속은 제법 절차들이 길다.
비행기 티켓을 발매하고,
쿠바의 입국비자인 표를 또 사야 한다.
입국비자의 표를 사지 않으면 쿠바행 비행기 탑승 자체가 되지 않는다.
지난 두번의 쿠바행에서는 비행기 티켓에 비자비가 포함되어 있어,
쿠바를 향한 비행기에서 받았지만,
이번 콜롬비아의 보고타에서는 별도로 구매를 해야 한다.
일인당 6,500콜롬비아 페소.
인터넷에서 최근의 글에 140,000페소로 읽어 준비를 했는데.
제법 큰 돈이 공돈처럼 생겼다.
모든 수속이 끝나고 다시 하나 더.
콜롬비아에서 체류 기간이 60일을 넘기지 않았다면,
주민세를 돌려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콜롬비아를 떠나기 며칠 전 깨짱구가 어느 블로그에서 읽어 얘기를 한다.
예매한 티켓을 보니 주민세가 포함되어 있다.
그것도 무려 28달러나 된다.
지난번 보고타에서 키토를 갈 땐 알지 못해 받지 않았는데,
이번엔 깨짱구의 검색 덕분에 56달러나 되돌려 받았다.
이 또한 공돈처럼.....
주머니에 갑자기 콜롬비아 돈이 제법 생겼다.
처음부터 우리 돈이었지만, 공돈같은....
환전소를 찾는다.
아무리 봐도 쿠바돈은 보이지 않는다.
쿠바돈으로 환전이 되지 않아 멕시코 돈으로 환전을 했다.
쿠바를 거쳐 다시 멕시코로 가야 하니,
길지 않은 비행시간으로 호세 마르티 공항에 내렸다.
공항의 모습은 변함이 없는 듯 무심해 보인다.
제법 많은 글들이 쿠바 입국에 관한 까다로운 주문들이 있지만,
지기는 한번도 입국심사가 까다로웠던 적이 없었다.
물론 이번 입국심사 또한 순조롭게 통과를 했다.
다만 지난 두번의 입국때 보다 제출하는 서류가 두장 더 있는 듯 하다.
시내 숙소로 향하는 택시를 타려고 한다.
문을 나서자 호객꾼들이 다가 선다.
문을 조금 더 벗어나서 한 호객꾼에게 주소를 보여준다.
25쿡을 달란다.
이럴때엔 여러말을 하면 불리해 지는 것 같다.
아주 간단하게 필요한 금액만 제시한다.
20 이라고.
흥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두번의 25와 20이란 숫자가 오고 간 다음 결정 되었다.
그렇게 호객꾼 옆에 서 있던 기사와 20쿡에 숙소를 향한다.
택시가 출발하고 기사는 흥겨운 살사 리듬의 쿠바 노래소리를 높인다.
흥겨운 리듬과 함께 숙소인 Casa Dagda에 도착.
텍시에서 짐을 내리고 두리번 두리번 번지를 확인 하는데,
문이 열리고 Maria의 남동생이 나온다.
인사를 하고 3층의 아파트로 오른다.
숙소 소개를 열심히 한다.
Maria가 스페인어로 하면 남동생이 영어로 통역을 한다.
지기는 스페인어나 영어나 듣는 것이 비슷하게 고만고만한 수준인데.
제법 긴 시간 동안 숙소에 관하여 얘기가 끝나고,
쿠바 나들이에 발걸음 옮긴다.
카피톨리오를 찾는다.
새롭게 단장을 한 카피톨리오.
아직 천정의 돔은 수리중인지 청소 중인지 모르지만.
낮엔 카피톨리오에서 잠시 앉아 쉬고 다시 숙소로,
저녘엔 숙소에서 두블록 떨어져 있는 말레콘을 향한다.
긴 방파제인 말레콘을 걷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깨짱구와 둘이서.
보름달을 뒷머리에 이고서..
첫밤을 보내고 쿠바에서 둘째날이 밝았다.
쿠바식 아침을 먹는다.
아침은 카사에서 준비해 주는 것으로 먹기로 했다.
한사람당 한끼에 5쿡.
아침 8시가 넘은 시간에 Maria와 일 하시는 분이 오셨다.
아침 준비 재료를 한 바구니 들고서,
부엌에서 아침 준비를 하는 두 사람과,
거실에서 아침을 기다리고 앉은 두 사람.
9시에 먹기로 한 아침 시간이 조금 늦은 듯 하다.
내일 아침은 8시에 먹기로 약속하고 올드 아바나를 향해 걷는다.
쿠바스럽다는 말은 말로서는 표현하기 어렵다.
그런 골목 골목들을 좋아라 하는 깨짱구에 지기도 덩달아 좋다.
이리 저리 걷다 어느 골목에서 한 아주머니,
우리가 유심히 보고 있는 것에 이곳은 무슨 공원이라며 알려 준다.
그렇게 말이 오고 가고 골목을 걷는다.
골목 모퉁이에서 깨짱구는 앞서 직진을 하고,
지나가려는 지기에게 왼쪽 모퉁이를 돌아 가던 아주머니 무심히 던진 말.
저 골목 안에 체 게베라가 살았던 집이 있단다.
앞서 지나간 깨짱구를 불러 세운다.
저쪽에 체 게바라가 살았던 집이 있데!
그 말에 혹하여 아주머니를 따라 걷는다.
도착한 1층의 바로 우리를 안내하고,
체 게바라의 집은 2층이고 문은 내일 오후 2시에 연다고 한다.
지기는 그 집이 궁금하지 바가 궁금한 것은 아닌데...
아주머니 자꾸만 뭘 마시라고 한다.
그렇게 커피 두잔을 시키고 앉았다.
자기도 한 잔 마시면 안되냐고?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란 노랫 가사처럼.
아주머니에게 커피 한 잔을 사 드린다.
계산이 끝나고 나가려고 할때 1쿡만 주면 안 되냐고 한다.
1쿡을 준다.
지기도 깨짱구도 한참을 웃었다.
커피 한 잔에 1쿡의 삥 아닌 삥으로....
다시 좁은 골목 골목들을 어슬렁어슬렁 걷는다.
지나는 길에 가게도 기웃기웃,
갤러리도 기웃기웃거리며 광장에 다다른다.
광장 구석의 수제 맥주집.
한창 밴드의 공연이 무르익었다.
생맥주 두잔을 시키고 안주로 밥과 치킨을 시킨다.
광징을 바라보며 느긋한 쿠바의 시간을 즐긴다.
깨짱구도 지기도.
오롯이 올드 아바나의 시간속으로 들어 가 있다.
지기에게 쿠바는 언제나 좋은 곳으로 비친다.
아름다움이 아니라 마냥 좋은 곳으로,
이런 쿠바스러움에 흠뻑 빠진 깨짱구.
깨짱구 역시 이제 이틀이지만,
쿠바와 사랑에 빠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