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장일기 (고추심기)
토요일에 고추를 심었다
그 다음날 오늘은
하늘에서 비를 뿌려주었다ㆍ
참으로 고마우신 비님이시다ㆍ
사전 일기예보를 듣고 작물을 모두
심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고추가 잘 자랄 것이다ㆍ
작년보다 한 판 줄여서 심었더니,
멀칭 씌운 이랑이 두 골이나 남아서 참외, 수박, 노각을 심었다ㆍ
50립의 씨앗을 한꺼번에 심지 않았다
너무 많이 달려서 먹기에 감당이 안되기에 일주일 쯤 차이를 두고 다시 심기로 했다ㆍ
참외도 수박도 여름내 실컷 먹을 수 있을 것이다ㆍ
작년에 먹었던 적당히 당도가 있는 참외와 시원한 수박맛이 기억이 나서 입안에 침이 고인다ㆍ
태양빛의 시계로 작물을 키우고 바람과 비를 맞으며 견딘 것이 자연 그대로의 맛이다ㆍ
사 먹는 참외며 수박이 마치 설탕을 뭉쳐 놓은 듯 지나치게 달은 것이 인공맛처럼 느껴진다ㆍ
제 계절에 키운 것을 그 시기에 먹는 것이 건강한 삶이다ㆍ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지나치게 달도록 앞다투어 약품을 치고 강제로 주입시켜 키운 작물로 현대인은
새로운 병에 노출된다ㆍ
1920년의 홍옥 한 개의 영양분을 섭취하려면, 지금은 10개를 먹어야 한다고 하니, 놀랍다ㆍ
그만큼 사람의 입맛에 맞게 재배를 했다는 이야기다
계절이 빨라져도 고추 심는 시기는 5월 5일, 어린이 날 즈음이 적당하다
조금 이른 시기에 심으면 서리가 내려 낭패를 본다ㆍ
어린시절 온가족이 출동해서 고추를 심던 시기도 어린이 날이었다.
마침 공휴일이었으니 코 묻은 손까지 빌려야 했었다ㆍ
둘째 아들에게 고추 심는 날을 얘기했더니, 처가로 어디로 놀러간다고 한다ㆍ
일년에 한 번 제일 바쁜 시기에 도움을 주면 고마울텐데, 결혼하니 남이다ㆍ
고춧가루며 이런저런 푸성귀는 잔뜩 가져다 먹으면서 말이다ㆍ
노동으로 부모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 효의 마음도 예전의 우리와 사뭇 다르다ㆍ
고추모와 고추모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려고 구멍을 뚫는 일을
그이가 하면 모종을 넣고, 물을 충분히 준다음 흙으로 덮는 일을 했다ㆍ
처음에는 손이 어설프다가 차츰 익숙해지면 마무리 할 즈음이면 달인이 된다ㆍ
돌아오는 길 엄정 내창장에 들러 텃밭에 심을 고구마 ㆍ아스파라가스
양배추ㆍ비트ㆍ등등을 샀다ㆍ
마지막 연휴에 심으려다 무리해서 모두 심었다ㆍ
고구마를 모두 심으니 사방이 캄캄하다ㆍ
덕분에 신나게 놀 수 있는 하루가 더 생겼다ㆍ
이제 6월 하순쯤 들깨만 심으면 올해 농사 심기는 마무리 된다ㆍ
오늘 심은 작물들이 토닥토닥 비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잘 자랄 것이다ㆍ
콩이 잎새를 내밀고 목화가 솜을 양분으로 삼아 싹이 돋아날까?
궁금해져서 자꾸 농장으로 달려갈
것이다ㆍ살아야 할 희망이다ㆍ
2024.5.5
우리 서현이 처음 맞는 어린이 날
삼촌이 노래하는 강아지 인형을 선물했다고 가족 단톡방에 올랐다
일주일 새에 하우스 안의 새가 부쩍 자랐다.
다음 주 쯤에는 날아가고 없겠지.
비료를 뿌리고 멀칭작업이 완성되었다.
고추묘가 한 판에 청양은 21,000 일반 고추는 23,000
매년 모종값이 고공행진이다. 소작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버겁다.
고추 심기 완성이다.
허리가 아프고 온몸이 아우성이다.
같은 동작을 반복이다.
쨍쨍한 햇살에 고추가 고개를 푹 숙인다.
내일 비가 내리면 다시 창창하게 뿌리를 내리며 자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