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홍정식
청도 어느 안 마당에서 난 이름도 대봉감
키가 멀쑥하고 번지르르해
한 눈에 반해 한 상자나 가져왔네
양지바른 곳에 놓아두고 매일 만져봐도 익지 않아
들은 대로 냉동실에 꽁꽁 얼리고 녹여
빛깔 좋은 홍시를 만들었지
한 숟가락 듬뿍 떠 입에 넣고 돌렸더니
떫은 그 맛, 종일 온몸을 찌르네
한 달 지나고 달포가 더 지나 상자를 열었더니
저 혼자 세월에 물러
군데군데 허물어지고 옆구리가 터져
하얀 곰팡이가 핀 쭈그러진 것들
그렇게 떫었던 당신도 시간이 지나니
참 달달한 홍시가 되었네
단맛이 이루 말할 수 없네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을 대표하면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과일 중 대표적인 게 있다면 ‘홍시’일 것입니다. 홍정식 시인의 시, 「홍시」를 읽습니다. 청도의 특산물인 ‘대봉감’을 시의 중심 소재로 하였습니다. 대봉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표기하면 ‘큰 大’와 ‘봉우리 峯’, 즉 대봉(大峯)감입니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크기가 큽니다. 그리고 과육이 단단하고 익지 않았을 때는 떫기가 특별하지만 홍시가 되면 당도가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정식 시인은 ‘대봉감’의 이런 특징을 ‘당신’으로 변용했습니다. “들은 대로 냉동실에 꽁꽁 얼리고 녹여/빛깔 좋은 홍시를 만들었지//한 숟가락 듬뿍 떠 입에 넣고 돌렸더니/떫은 그 맛, 종일 온몸을 찌르네”에서 설익은 홍시는 빛깔은 곱습니다. 그래서 ‘듬뿍 떠 먹다’가 떫은맛에 혼이 났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한 달 지나고 달포가 더 지나 상자를 열었더니/저 혼자 세월에 물러/군데군데 허물어지고 옆구리가 터져” 보기는 별로입니다만 ‘달콤한 맛’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여기서 ‘홍시’를 ‘당신’에 비유하였습니다. “그렇게 떫었던 당신도 시간이 지나니/참 달달한 홍시가 되었네”라고 했습니다. ‘당신’은 젊은 날 ‘빛깔 고왔지만’ 한편으로는 ‘떫었던 당신’이었습니다. 즉 ‘나’에겐 까탈스러웠음을 암시했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드니 ‘당신’은 ‘홍시’가 되어 “단맛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시인은 ‘당신’을 누구라 상정했을까요?
‘빛깔 고우면서 떫었던‘ 당신이나 세월이 흘러 물러 터졌지만 ’형언할 수 없는 단맛‘을 보이는 당신이나 모두가 ‘사랑’이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떫은 대봉’이나 ‘달콤한 대봉’이나 다 같은 ‘대봉감’에는 변함이 없듯이 말입니다. 다만 ‘사랑의 표현’이 달랐을 뿐이지요. 시인은 세월이 흘러 그 사실을 가슴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시인은 ‘홍시’를 통해 ‘당신’에게 ‘형언할 수 없는 달콤한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젊었을 때나 늙은 지금이나 변함없는 내 사랑입니다. 그것도 말로 다할 수 없이 달콤한 사랑입니다. 이렇게요.
첫댓글 교수님, 죄송할 뿐입니다. 이렇게 제 졸작을 훌륭하게 표현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시월에 대봉 사러 가야겠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홍쌤!
홍시가 참 좋으네요.
홍시 시 잘보았습니다.
인생이 홍시네요,. 시간이 감에 따라 완숙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