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가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초록의 끝에 노랑으로 바뀌어가는 은행잎에서 무상을 느낍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자신의 의지가 전혀 없음을, 현실에 내어맡기는 모습을 봅니다.
아침에 관옥할아버지 마음공부에 들어가야지 싶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다른 일을 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이라가 지난 마을마음공부때 동무들과 잡기 놀이 하다 넘어져 얼굴을 다쳐 병원에 들렸다온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이야기를 전하는 오하이오의 목소리에 감정이 전혀 실려있지 않는 것을 느낍니다.
가슴을 열어 현실에 순응합니다.
오전수업입니다.
초등동무들은 노라와 사풍, 할아버지와 천지인 마음공부, 두더지와 마을인생동무들 마음공부, 자허와 민들레의 영상모임이 이루어집니다.
할아버지 마음공부 때는 부산 맨발동무식구들도 참여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당신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질문에 들어오는 것을 이야기하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동무들이 할아버지에게 한 질문은 '지금 누가 제일 그리운가?' '수학공부는 잘 했는가?' 등등.
천지인 동무가 전해주네요. 고마워요.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응합니다.
밥모심 시간에 관율이가 배가 아프고 몸이 춥다고 합니다. 감기기운이 있네요. 빛난다와 통화 후에 집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유화도 오늘 못 왔는데...
앓이는 나쁜 것만은 아니지요. 제 경우에도 몸과 마음을 돌보고 집중하며 고요해지려 애쓰고 있습니다. 좋은 시간들이네요. 덕분입니다.
후마가 보입니다. 도서관 뒷쪽에 맨홀뚜껑을 손 봤다고 하네요. 맞는 뚜껑이 없어서 청테이프로 감싸놓았다고 하는데 이 말을 믿어야 할지 농담인지 잠시 헷갈리는 내가 보입니다. 애쓰셨습니다.
한.시.
모심의 시간입니다.
맨발동무 식구들도 함께 참여합니다. 한 동무도 다리를 절뚝거리네요. 모임이 끝나고 둘이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습니다.
오후수업은 난타, 미술, 힘껏놀기입니다.
몽피도 핼쓱해진 얼굴로 오시네요. 역시나 앓이를 했다고 하네요.
다들 좋은 시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간식은 와온슈퍼에서 온 고구마입니다.
날씨가 쌀쌀하니 따근하게 찐 고구마가 먹음직스럽습니다. 하진이 사랑이 민들레가 여기에 없는 동무들 몫까지 잘 먹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린동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에는 일꾼들 하루 마무리, 학교일꾼들 살림이야기, 간송과 함께 하는 천지인 수학수업이 이어집니다.
교실과 공양간을 오가면서 배움터의 전체 움직임을 따라가려하니 여러 동무들의 눈과 귀가 필요하네요.
이렇게 신세지고 살아갑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