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밀알의 신비...

4) 밀알의 비밀  우리는 예수님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온 가정이 구원받는 것을 믿습니다. 오늘 예수님을 믿으면 죄 많은 이 땅이 복을 받고,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게 되는 것도 믿습니다. 이것이 복음입니다. 우리가 생명을 걸고 나가 전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인력과 돈과 열정을 들여 열린 미사를 하고 맞춤 선교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미사와 선교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주 예수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그대와 그대의 집안이 구원을 받을 것이오.”(사도 16,31) 한 사람이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는 것은 개인의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와 나아가 모든 나라와 모든 민족이 주님 앞으로 돌아오는 구원의 신호탄이요,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인 몇 명은 모든 이방인들을 대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수모를 당하면서도 선교하는 까닭은 개인은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와 민족과 역사를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복음의 능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 능력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12,24) 이방인이 돌아오는 사건을 보시고 예수님은 밀알의 원리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밀알은 땅에 떨어져 죽으면 산다는 것입니다. 밀알이 죽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새싹이 돋고 많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 밀알의 비밀이 죽음에 있습니다. 밀알은 땅에 떨어져 죽으면 사는 것입니다. 포기하면 얻고 순종하면 기적이 일어나는 원리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는다는 것은 예수님의 죽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12,25) 이 말씀을 원어로 읽으면 뜻이 확연히 살아납니다. 앞에 나오는 목숨은 그리스어로 ‘푸시케’입니다. 즉 ‘육체의 생명’을 말합니다. 뒤에 나오는 목숨은 그리스어로 ‘조에’입니다. 즉 ‘영원한 생명’을 뜻합니다. ‘육체의 생명을 포기하고 죽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의미입니다. 24절은 예수님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고, 25절은 인간에 대해 말씀하신 것입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육신을 위해 매일 세 끼를 먹어야 합니다. 아침마다 조깅하며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도 합니다. 이는 육체를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육체를 죽이면 영원한 생명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12,26)   5) 죽어야 사는 원리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귀하게 여기십니다. 생명은 귀한 것입니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위해 우리가 울고 속상해 하며 서로 싸우고 몸부림치지만 100년도 못 사는 게 육체입니다. 육체의 생명을 위해 우리는 사탄의 종노릇하며 추악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명을 포기하면 하느님이 영원한 생명을 주십니다. 땅의 복이 아닌 하늘의 복, 순간적 복이 아닌 영원한 복, 외형적 복이 아닌 내면적 복을 허락해 주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에겐 영원한 생명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예수님을 믿는 것은 가정에 기적의 문을 여는 일입니다. 성당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민족에게 축복의 통로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교사를 파견하는 것입니다. 한 민족을 통째로 바꾸는 방법은 군대를 파병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선교사를 파견하는 것입니다. 밀알 하나의 복과 비밀이 우리들에게 적용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