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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마누라 굶어 죽일꺼야?" "왜 새참 안갔다 줘?" 그러면서 점심 먹으러 들어와서 집사람이 투덜 거린다. 집에 가만히 있는 내가 무료할까봐 농담으로 장난을 거는건지 안다. 그런 장난끼 어린 말 한마디가, 행동 하나가, 나를 힘나게하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집사람도 아주 간단히 농사일 밖에는 못 도와준다. 주로 밭에 농작물 일은 농부가 다하고 물 주는 단순한 일만 도와준다. 예전에는 주로 내가했던 일이였는데 이제는 그 일도 못하게 한다. 그런 내가 안쓰러운지 50이 넘은 여자가 유독 장난을 많이 친다. 그 마음을 나는 안다. 이런 내 생활을 하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부럽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이 동네가 내가 어디가 이뻐서? 동네 바랑가이 캡틴이 외국인인 나를 어른대우를 해주며 내가 불편한것 없이 마음 편안하게 먹고 살수있게 해주며 정을 붙일수있게 해주겠는가? 우리 농부가 내가 뭐가 좋아서 이렇게 나를 위해주며 웃으며 생활해 나갈까? 나는 안다. 그 모든것이 집사람이 중간 조절을 잘하고 있다는것을... 아무리 이곳이 못사는 나라 필리핀이고 사람들이 영악하지 않다고해도 말도 안통하는 외국인을 그냥 거저 먹여주고 재워주지는 않는다. 나도 사람인 이상. 이곳이 아무리 내 마음에 들고 먹고 사는것에 걱정없고 편안한 곳이라 해도 항상 내 마음에 좋을수만은 없다. 살아가다보면 내 마음 같지가 않을때도 있고, 화도 나기도 하고 짜증이 날때도 있다. 그럴때마다 나는 나를 다스리기도 하고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 애쓴다. 나는 지금 집사람과 결혼한지 20년이 다되여가지만 단 한번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 집사람이 나를 어느정도 알기에 큰소리가 날려하면 집사람이 소리를 죽이기도 하고 내가 먼저 성격을 죽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부부 싸움을 하며 내 삶의 시간을 낭비할 시간도 여력도 없다. 나는 지난날 부부싸움을 하며 지냈던 나를 많이 뉘우치고 후회한다. 내가 잘났으면 실패도 않했을것이고 이혼도 않하고 살고 있겠지..., 지금처럼 필리핀에서 이렇게 살아가겠는가? 못난 투성이의 내가 뭣이 잘났다고 큰 소리치며 살겠는가? 사람이 살다보면 성격이 다 달라 집사람도 큰소리 치고 싶을때가 있을것이고 나는 나대로 큰소리 치며 내 생각을 내세우고 싶을때도 있다. 그것이 집사람의 잘못도 아니고 나의 잘못도 아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누가 누구에게 화를 내며 살것인가? 그렇게 살아오길 20여년. 나와 집사람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나도 한때는 외국에서도 근무를 했었기에 비록 콩글리쉬지만 말도 조금은 할줄알고 상대편 말도 어느정도는 알아듣는다. 그런데 이곳 필리핀에 와서는 어설픈 영어 안쓰고 살려하며 필리핀 말 전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게 편하다. 내가 말을 해야만 먹고 살것도 아니고 내가 말을 알아 들으면 화나는 일도 짜증나는 일도 더 많으면 많았지 작지는 않기에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고 아예 말을 못하고 못알아 들으며 살고있다. 만약 식구들끼리 언쟁이 나고 큰소리가 나면 내 말 한마디면 조용해 진다. 나중에 자기끼리 화해를 하던 더 의견차가 크던 그것은 나중 일이고 내 앞에서는 더 이상 큰 소리가 안난다. 만약 내가 말을 할줄 알고 알이 듣는다면 자기의 입장에서는 유리한 말을 나에게 이야기 할것이고 나는 그것을 중제를 해야 하지 않는가? 누구편도 들수없는 내 입장에서는 아예 말을 못하는것이 편하다. 이게 지금까지 마음 편히 살아가고있는 내 삶이다. 분명 나는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 나와서 살고있다. 말을 못하고 안통해서 불편하것은 있지만 불이익을 당하거나 말 못한다고 무시당하는 일이 전혀 없다. 이들 현지인들은 내가 말을 못하니까 이미그레이션(이민국)의 변호사까지도 천천히 또박또박 설명하는데 이상하게 한국 사람이 말 못한다고 무시를 하곤 한다. 웃긴다. 내가 이곳에서 10년을 살았던 20년을 살았던 그것이 말 잘하고 못하는것에 무슨 상관이 있나? 내가 말을 잘해야만 먹고 살것이 아니기에 살아가는데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유독 우리나라분들은 말 잘하고 못하는것에 목을 매고 탓을 많이 한다. 왜 그럴까? 영어나 필리핀 말 한마디 못하고 살아가더라도 나는 전혀 외롭거나 힘들지 않다. 오히려 말을 못하니 나 한테 더 잘해줄려고 노력들 한다. 집에서도 말을 알아 듣지도 못하고 말을 못하니 큰 소리 날일도 없고 행복하게 살아가는것 같다. 이렇게 살아가기에 나는 오늘도 마음 편히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2020.01.15. 필리핀 미농이 김봉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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