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의 아들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에 대해 정확하고 분명하게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그 죽음의 의미와 영광 그리고 축복을 여섯 가지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첫째, 예수님의 죽음은 땅에 떨어져 썩는 한 알의 밀알과 같은 것입니다. 둘째, 십자가의 죽음은 고통이지만, 하느님의 뜻이고 섭리이며 계획입니다. 셋째, 예수님의 죽음은 하느님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넷째, 십자가의 죽음은 하느님께 영광이고, 사람들에게 구원과 영생과 축복을 주는 것입니다. 다섯째, 예수님의 죽음은 세상의 우두머리를 추방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은 모든 인간을 주님 앞으로 이끄는 사건입니다.
1) 사람의 아들로 오신 예수님
예수님은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설명하셨지만, 많은 사람들이 메시아가 십자가를 져야 하는지 계속 질문합니다.
“그때에 군중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우리는 율법에서 메시아는 영원히 사실 것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선생님은 사람의 아들이 들어 올려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까? 그 사람의 아들이 누구입니까?’”(12,34)
율법은 사람들에게 사람들에게 ‘메시아는 영원히 사시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구약에선 ‘메시아’라는 단어를 썼지만, 신약에선 그리스어로 ‘크리스토스’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메시아는 그리스도와 같은 말입니다. 구약에서 메시아는 고통, 슬픔, 절망, 좌절 등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시고 전쟁, 패배, 포로, 죽음 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오시는 분입니다. 마치 일제시대 때 우리가 해방과 독립을 기다렸던 것처럼, 로마에 점령당한 이스라엘 민족은 메시아를 기다리고 목말라 했으며 메시아는 그들의 희망이자 전부였습니다. 그 메시아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메시아에게 “너는 스스로 사람의 아들이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사람의 아들이 무엇이냐?”라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이라는 단어를 매우 독특하게 사용하고 계십니다. 사람의 아들이라는 말은 4복음서에 69번, 요한복음에서 12번을 사용하실 정도로 특별한 개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구약성경으로 ‘사람의 아들’이라는 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우리에겐 해석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의 아들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표현을 할까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사람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자가 정말로 사람의 아들이라면 특별히 자신을 가리켜 사람의 아들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사람의 아들이면서 동시에 사람 이상의 존재, 하느님의 아들, 영원히 존재하시는 분이심을 나타낼 때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이라고 표현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라는 말은 사람의 아들과 신의 아들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독특한 개념입니다. 다니엘서 7장 13-14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는데 사람은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그분께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이 말씀에 나오는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사람이지만 우리가 말하는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 위에 계신 분, 영원하신 분, 하느님의 아들, 참 메시아라는 의미가 사람의 아들이라는 말에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고 메시아이며 우리와 같은 사람의 아들이어야 한다는 말이 바로 ‘사람의 아들’입니다.
2) 바로 그 빛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사람의 아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람의 아들의 특성에 대한 상징적인 단어로 간결하고 분명하게 설명하십니다. 바로 ‘빛’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마지막 공적 설교입니다. 요한복음 13-17장 말씀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사적으로 설교하신 내용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의 특성에 대한 말씀은 예수님의 마지막 공적 설교이며 3년 동안 자신에 대해 하신 말씀의 결론 부분에 해당합니다. 12장 35-36절은 예수님의 공생활 마감을 의미하는 짧은 말씀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빛이 너희 가운데에 있는 것도 잠시뿐이다. 빛이 너희 곁에 있는 동안에 걸어가거라. 그래서 어둠이 너희를 덮치지 못하게 하여라.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빛이 너희 곁에 있는 동안에 그 빛을 믿어, 빛의 자녀가 되어라.’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들을 떠나 몸을 숨기셨다.”
요한복음 8장 12절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빛이라는 말에 대해 오해하기 쉽습니다. 이 빛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것을 뜻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자신을 가리킵니다. 땅에 떨어져 썩는 밀알 하나가 예수님을 가리키듯이, 빛은 예수님을 가리키는 상징적인 단어입니다. 보통 ‘빛’이라는 단어를 쓸 때 영어로 ‘라이트’(light)라고 하는데 35절과 36절에서 ‘빛’은 정관사 ‘더’(the)를 붙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보통 빛이 아닌 ‘바로 그 빛’이라는 뜻입니다. 태양, 전깃불, 촛불처럼 어둠을 밝히는 빛이 아니라. ‘The Light’(바로 그 빛)이신 예수님을 뜻합니다.
35절과 36절에 ‘빛’이라는 단어가 다섯 번 나오는데 네 번은 정관사가 붙고 마지막으로 나오는 빛에는 정관사가 붙지 않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긴 표현입니다. 정관사가 있는 빛은 예수 그리스도를 말합니다. 정관사가 없는 빛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어둠을 밝히는 빛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