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해우소 / 복효근
선암사 매화 보러 갔다가
매화는 일러 피지 않고
뒤가 마려워 해우소 찾았지
똥 싸는 것도 사람의 일
별거 있느냐는 듯
칸마다 문짝도 없는 해우소
하얀 화장지 대신
손바닥만하게 잘라놓은 10년 지난 신문지
가즈런히 놓여 있어 들여다보니
옛 독재자 사진이
웃으며 신문에 박혀 있는데
일을 마치고 그놈으로 밑을 닦았지
내려다보니
깊이는 또 얼마나 깊은지
까마득한 바닥에서
큰스님 큰 근심도 내 작은
걱정도 독재자의 억지 웃음도
한가지 똥이 되어
그야말로 승속이 여일한데
화장실로는 번역할 수 없는 해우소
그 깊은 뜻 깨달았지
세상에 똥구린내가
매화향처럼 느껴지긴 난생 처음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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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해우소
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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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52
23.04.10 02:0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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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이코오~ 시원타~
해묵은 세월을 더께입은 선암사의 해우소, 갈 때마다 눈길 마음길 주고 옵니다.
4월의 선암사는 얼마나 좋을까요?
내일 선암사로 산행 가시면
해우소와 만나고 대화도
나누고 오세요.
내일 선암사 산행 못 가서 너무 아쉽네요.
절묘한 타임에 시의 적절
복효근 선암사 해우소,, 말씀에 염화시중 미소와
경은님 센스에 미소가 겹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