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蛇梁島에서 사랑도를 보다
이영미
부슬하게 봄비 내리는
사량도
길가의 동백나무에는
동백꽃이 붉은 얼굴을 내밀고
하얀 목련꽃도 꿈틀대며
방울지고 있는
내 마음에도 슬며시
살랑 봄꽃 피우는 그 섬
사 랑 도
우리는 사실이나 사물 이를테면 꽃, 나무, 새를 실제로 보기 전에 그 이름에 매혹될 때가 있습니다. 그 중에 지명地名도 그러합니다. 지명 중에서도 섬 이름이 그럴 때가 많습니다.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이름을 가진 섬들이 많지요. 사량도蛇梁島가 그 중, 하나입니다. 얼핏 들으면 <사량도>는 <사랑도>로 듣게 되고 그렇게 이해하는, 이해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도 그러했습니다. 사량도에 가 보기 전에 <사랑도>라고 알고 갔었으니까요. 막상 섬에 도착해서 <사량도>임을 알았습니다. 게다가 ‘사랑’과는 거리가 있는 ‘뱀 사蛇’자의 ‘사량’이라는 것을 알고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있습니다.
이영미 시인의 시,「사량도蛇梁島에서 사랑도를 보다」가 그러합니다. 이영미 시인은 <사량도>에서 <사랑>을 보았습니다. 이른 봄, 비 내리는 날에 이영미 시인은 <사량도>를 여행했던가 봅니다. “동백꽃이 붉은 얼굴을 내밀고” 있고 “하얀 목련꽃도 꿈틀대며/방울지고 있”을 때였던가 봅니다. 꽃들이 막 피어나기 시작한 그 무렵, <사량도>가 아닌 <사랑도>를 찾았으니 더욱 그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피어나려 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꽃망울 같은 “내 마음에도 슬며시/살랑 봄꽃 피우는 그 섬”이 됩니다. 시인의 마음은 사랑의 섬이 되는 것입니다. 그 누군가가 꽃처럼 사랑을 피우면서 다가오길 기다리는 마음이 됩니다. 시인은 <사량도>에서 <사량>이 아닌 <사랑>을 그리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량도>에서 <사랑도>를 찾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마음속으로 <사량도>가 아닌 <사랑도>를 그리고 있기에 그러합니다.
우리 언제 <사랑도>에 가 보지 않으시렵니까.
첫댓글 <사량도>
글도 멋지고
섬 이름도 멋집니다.
근데 배암이 많은 건 아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