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고 있다
신현우
가을이 지나고 있다
꽃을 지나면 가을의 꽃이 피어난다
들국화가 피어나고 코스모스가 피어난다
가을의 꽃은 꽃잎보다 향이 먼저 붉게 번진다.
내 가슴으로 지나는 바람 한 줄기,
지난봄
꽃비처럼 피어나던 사랑이
낙엽으로 우수수 내린다
언제나 배경으로 서 있는 어머니,
그리고 옥순이의 은근한 웃음이
가을꽃 향기처럼 가슴으로 번진다
나를 지나고 있는 그리움
가슴의 갈피마다 끼워 놓은 사랑의 잎들
겨울이 오기 전에
하나씩 내려놓아야 할 때다.
비워서 채우는 법을 가르치던
겨울나무 같았던 어머니
당신의 사랑을 다시 가득 받아들이기 위해
가슴의 그리움을 낙엽으로 내려놓고
가을의 들녘에 홀로 앉아 허공이 됩니다.
가을, 마무리하는 계절이면서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흔히 60대 이후를 인생의 가을이라고도 하지요.
신현우 시인의 시, 「가을이 지나고 있다」를 읽습니다. 시인은 “꽃을 지나면 가을의 꽃이 피어난다”고 했습니다. 봄날의 꽃이 지는 것으로 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을도 꽃이 피어나는 계절임을 말하고 있지요. 그리고 “가을의 꽃은 꽃잎보다 향이 먼저 붉게 번진다.”고 했습니다. 봄꽃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향기는 오히려 더욱 진합니다. 열매가 익듯이 가을에는 향기도 익는다고 노래했습니다. 가을에 해당하는 우리의 인생도 그만큼 성숙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봄, 즉 청춘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고 그 추억속의 어머니와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가을꽃 향기처럼 가슴으로 번지”는 것입니다. 시인은 이 가을에는 그리움을 “겨울이 오기 전에/하나씩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비워서 채우는 법을 가르치던/겨울나무 같았던 어머니”의 가르침에서 배운 삶의 지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가슴의 그리움을 낙엽으로 내려놓고/가을의 들녘에 홀로 앉아 허공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시인이 말하는 ‘허공’은 ‘삶의 허무’함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만 단순한 ‘허무주의’가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차원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즉 어머니로부터 배운 삶의 지혜 “비워서 채우는 법”의 비우는 과정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실에 묶여 살아온 삶이었다면 이제부터 이상을 실현하는 삶, 가치 중심의 삶을 모색하는 계절이 가을이기도 합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시인은 ‘나’를 찾아가기 위해 ‘나’를 비워 ‘허공’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첫댓글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멋진 시입니다^^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멋진 글 감사히 읽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계절이 우리 곁에 성큼 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