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는 있으나 호주에는 없는 것들
1. 방파제(防波堤)
알다시피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한 거대한 대륙이다.
그게 작으면 섬이라 할 텐데 남한 보다 70배나 크다니
다들 대륙으로 인정한다.
하긴 어떤 대륙도 바다에 둘러싸여 있긴 하다. 지구에서 바다 면적이 육지의 세배는 되니.
그래서 호주도 당연히 수 천 수 만 킬로미터의 해안선으로 둘러 처져 있다.
동서남북이 반대로 되어있는 곳이라, 어디를 위라 하고 어디를 아래라 해야 할지 헛갈리지만, 우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 해안선의 맨 남쪽에 시드니가 있고 서쪽에 멜버른, 동으로 골드코스트 등의 도시가 모두 해안에 자리잡고 있다.
물론 그 중간에도 작은 도시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그 넓은 땅에 인구라야 고작 2,200만 명에 불과하니 차와 사람으로 복작거리는 큰 도시는 없다.
여기에 우리와 다른 점이 내 눈에 띤 것은 호주 어느 곳에도 방파제가 없다는 것이다!!
방파제는 아시다시피 거센 파도로부터 재산과 인명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배를 정박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제작 건축된 인공구조물이다.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만, 호주에는 이 방파제가 없다.
넓디 넓은 태평양을 마주 대하고 있지만 바닷물이 역류해 오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지 않는다. 그 놈들 오다가 지치겠지 하면서.
땅이 넓은 덕도 있으나, 호주는 노년기 지형이라, 해안선이 완만하고, 높은 산도 없으며, 바닷물의 위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 내만(內灣)에 항구를 건설했다.
맛있는 굴 양식장도 다 내만에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방파제 때문에 자연 훼손이 극심하고 지도가 바뀔 만큼 모래 침식과 유입이 혼란상을 이루고 있다.
저 휴전선 아래 고성에서부터 항구라고 생긴 곳에는 어김없이 방파제가 건축되어 있고, 이것이 물의 흐름을 바꾸어 놓아서 해안선의 침식이 자심하다.
강릉 인근의 바다는 말할 것도 없고, 해안선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삼척 지방의 바닷가는 이제 모래가 없어서 해수욕장을 폐쇄하고 소나무 조차 파도에 휩쓸려가고 있다.
길만 찢어지는 곳이면 신호등이 유일한 대안인 양 세워놓는 무식함이 바닷가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지 방파제를 건축해 놓았다.
한때는 썩은 내가 진동하던 주문진항과 삼척항은 방파제밑으로 물이 드나들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하라는 나의 건의를 받아들여서 모두 깨끗해졌다.
모든 방파제는 물의 유입이 자유로와야 썩지 아니하고 모래의 이동도 적다.
2. 스마트폰
내가 일전에 지적한대로 스티브 잡스란 잡스런 넘이 스마트하지도 않은 스마트폰을 개발한지 불과 수 년만에
그 폰은 우리나라를 점령해버렸다. 물론 세계를 점령했지만, 유독 우리나라가 그 중독증이 막심하다.
예전에는 좋은 땅은 고속도로 건설에 다 들어가고, 반반한 여자는 다 화류계에 나온 결과 농사짓는 땅은 푸석 땅이요, 집의 여편네는 그저 이목구비만 다 갖추면 다행이라 한탄했는데, 지금은 길가 코너의 좋은 점포는 모조리 폰 가게가 점령하였고, 드디어는 왠만한 골목에도 폰 가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참으로 많이 남는 장사인가 보다. 우리 앞집도 송아지 궁뎅이 만한 점포가 월세가 5백이 넘는데 잘도 유지하고 있고, 일 없는 젊은 아이들이 알바를 하는지 직장인지 몇 넘이 종사하고 있다.
내가 종종 다니는 대폿집에서는 여편들이 아이들 하나씩 델고 와서는 이야기도 안하고 폰에 손가락 장난만 하다가
안주와 술이 나오면 그 폰을 서너살 짜리 아이들에게 던져주고, 아이는 그걸 받아서 오락하기에 여념이 없으니 구태어 지 어미를 찾지도 않는다.
스마트 폰 중독에 대하여는 이제 그 심각성이 사회문제가 되었다. 머리는 쓰지 아니하여 가까운 친구의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찾아야한다.
폰을 빼앗긴 아이는 경련을 일으키고 폰 땜에 목디스크에 걸린 사람이 급증했단다.
망국의 전조다.
이제 아이가 태어나면 손등에 작은 폰을 이식해야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호주에서는 그렇게 길거리에 스마트 폰을 들고 다니는 학생이나 여편이나 어른들을 보지 못했다.
3. 대폿집
한국을 재미있는 지옥이라 하고, 호주를 심심한 천국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호주에는 대폿집이 없다.
나 같은 주당에겐 지옥이다.
우리는 저녁 어느 시간에도 가게나 대폿집에 맘 데로 들러서 술을 살 수도 있고, 마실 수도 있다.
그러나 호주에선 저녁에 술을 마신다는 것은 불가능은 아니지만, 대단히 어렵다.
호텔 바에서는 저녁에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을 마시지만, 술이라야 맥주가 고작이고 안주도 변변치 않다.
우리처럼 다양한 술과 안주가 제공되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이를테면 오페라 하우스 입구에는 낮에도 젊은이들이 모여서 음악을 연주하고, 술을 마시고 (물론 맥주), 음식을 시켜 먹는다. 참 부러울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갈매기도 많이 날아와서 기웃거린다.
맥주도 종류가 참으로 다양해서 제각기 기호에 따라 다른 맥주를 마신다. 이것도 참 부러운 일이다.
오후 세시가 넘으면 길에 아이들이고 학생들이 없고 해 진 후에 술집이 없다. 단지 Bottle shop에서 맥주나 와인을 병째로 팔 뿐, 그걸 거기서 마실 수는 없다.
호주 와인은 참 맛있고 달아서 점심 바비큐엔 꼭 곁들여 마시곤 했다. White wine으로.
4. 에쿠스와 SUV
우리보다 더 잘사는 대만, 일본, 홍콩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호주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차량이 에쿠스,
그랜져, K-7등으로 대표되는 대형 차량이나, 에너지 소비가 많고 주차면적만 많이 차지하는 suv 차량은 없다.
모두 1500~2000cc 급이 전부이고, 호주 같은 경우에는 따로 캠핑카를 두어서 휴가 때는 장거리 여행을 즐긴단다. 자전거 이용율도 높다.
소형차나 자전거를 이용하여 백화점에 가고 장을 보러가는 아줌마는 일본가면 얼마든지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에쿠스 타고 월마트 가는 여편은 없다.
난 월남전 때의 부상 때문에 2000cc급 승용차까지만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상 급의 차는 이태껏 넘본 적이 없다.
아무튼 우리나라와 미국넘들 그리고 졸부가 된 중국넘들 차는 너무 크고 사치스러우며 , 9인승 suv를 홀로 타고 가는 넘을 보면 때려주고 싶다.
그런 큰 차가 왜 필요한가?
창피한 일이다.
어디 자랑할 게 없어서 차 자랑을 하나?
이 글을 읽는 친구들은 앞으로 그런 중대형 차나 승합차를 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5. 등산과 조깅 그리고 트래킹
호주는 산이 없는 나라다. 시드니에서 유명한 Blue mountain도 그저 언덕빼기 처럼 생겼지 산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등산하는 사람은 없고, 조깅과 트래킹이 성하다. 트래킹은 말만 들었지 직접 보지는 못했다.
유칼립투스로 우거진 숲과 사막, 아열대와 열대가 공존하는 넓디 넓은 대륙에서의 장기간에 걸친 트래킹은 아마도 좋은 모험이리라.
지금쯤 호주는 한겨울이다. 그러나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서 년중 수중 스포츠가 가능하고, 또 많이들 즐긴다. 윈드써핑, 파도타기등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 해변에 모여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호주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것은 조깅이다.
어디서든 달린다.
해변에서도, 공원에서도, 다리위에서도, 집 근처 길이나 유원지에서도 아침부터 저녁 까지 온통 달리는 사람 투성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어폰을 꽂고 그냥 혼자서 달린다. 그래서 호주에서 뚱보 젊은이를 보기는 참 힘들다.
우리 여편들과 일 없는 한량들은 주말이면 산에 오른다.
何必登高 必有下! 내려올 길을 애써서 오른다.
산은 남산이요, 장비는 에베레스트다. 특히 옷은.
우리 마누라가 걸친 것만 해도 얼추 2백만원 어치는 될거다. 그러니 내가 약국을 접지 못하지.
사진은 또 얼마나 찍어오는지.
필름 없이 사진 찍는 거 개발한 넘도 디질 놈이다.
그래서 그 카메라를 디카, 디지털 카메라라한다.
하산하면 반드시 술을 마신다. 그런 운동은 아무 가치가 없다. 술로 풀린 몸은 근육이 생기지 않는다.
첫댓글 자연은 그대로 두는게 가치가 있어요. 보호한답시고 개발하는즉시 망가지거든요.
잘 읽었습니다.
윗 글, 전부 옳은 소리입니다. 옳소! 옳소!를 외치고 싶을 뿐입니다. 속이 다 후련합니다. 댓글 4번-승용차...저와 같은 생각입니다. 시인이 좋은 차 타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어느 모임에서 한참을 자동차 이야기에 그만 실망이 되더군요. 저보고 묻더군요. 무슨 차가 좋으냐교? 저는 굴러만 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 나마 있던 소형차도 올 3월에 처분을 했습니다./4번 째 댓글...슬립퍼 신고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폭신한 남산을 완벽하고 화려한 등산 복장으로 오는 사람 보면 이상하더군요. 물론 조금 높은 산에 가면 등산복을 당연히 입어야지요. 마나님 사진 찍는 건 뭐라고 하지 마세요.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리고 제가 알기론 방울꽃님(푸른늑대님 마나님)은 등산을 높은 산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등산복도 그리 비싼 게 아니고, 등산복 전체 가격이 아닐까요?*^^*............푸른늑대님을 국회로 보내 드려야 하는데*^^* 에이, 그러면 매일 뉴스에 푸른늑대님 성난 못난 모습 보게 될까봐 취소하렵니다. 약국 잘 운영하시고,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주셔요.
산행 후에 거나하게 마시는 것은, 목이 말라 겨우 물을 찾아 손으로 물을 휘져어 흙탕물 만들어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