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다 2 박 이 화 (1960~ )
간밤 그 거친 비바람에도 꽃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도리어 화사하다
아직 때가 안 되어서란다
수분(受粉)이 안 된 꽃은 젖 먹은 힘을 다해 그러니까 죽을힘을 다해 악착같이 가지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단다
그러나 으스러질 듯 나를 껴안고 있던 그대 팔이 잠들면서 맥없이 풀어지듯 때가 되면 저 난만한 꽃잎도 시나브로 가지를 떠난단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눈꺼풀 스르르 내려앉는 그 천만근의 힘으로
때가 되어 떠나는 일 그러하듯 때가 되어 꽃피는 힘 그 또한 누가 말릴 수 있을까?
때가 되어 그대 앞에 만판 흐드러진 내 마흔 봄날도 분명 그러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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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 나이 마흔에는 무엇을 했었는지 까마득 잊었습니다
내 삶도 한때는 흐드러지게 화려했을 겁니다
꽃도 사람도 그 시기가 지나면 초라해 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