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표를 끊으며 이 정 록 (1964~ )
장항선에는 광천 역과 천안 역이 있는데요 광천에는 신랑동이 있고요 천안에는 신부동이 있어요
상행과 하행을 반복하는 지퍼의 손잡이처럼 그들 사이에 열차가 오르내리는데요 이들 둘의 사랑을 묶고 있는 장항선은 신부의 옷고름이자 신랑의 허리띠인 셈이지요 그런데 천안역은 이 땅 어디로든 풀어질 수 있구요 광천역은 오로지 신부동의 옷고름만 바라볼 뿐이지요 안타까운 신랑의 마음저림으로 광천 오서산의 이마가 백발의 억새 밭이 되고요 토굴 새우젓이 끄느름하게 곰삭는 것이지요
다른 역들은 잠깐만에 지나치지만, 천안역에서는 한참을 뜸들이며 우동국물까지 들이켜는 기다림을 신부가 알까요 호두과자처럼 작아지는 신랑의 거시기를 말이에요
광천에는 신랑동이 있구요 천안에는 신부동이있지요 그 사이에는요 신혼여행지로 알맞은 온천이 있구요 예산에 가면 사과알 같은 부끄러움 주렁주렁하지요 수없이 오르내리는 마음이 절어서 선로에 검붉은 돌이 쏟아지지요 그 돌들이 다 사랑인 것을 철로 옆 소나무도 알고 있지요 억새꽃이 부케처럼 피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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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예전에 신혼여행을 온양온천으로 갔답니다
버스를 타고 거기가 어디라고 알지도 못하는 곳을
둘이서 겁도없이 내려가 신혼밤을 즐길 사이도 없이
다음날 집안 어른제사날이라고 올라오라는 겁니다 ㅎㅎ
하루만에 올라 온 황당한 시집살이 시작이었네요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고 순순하게 말 잘듣는 며느라기 였네요
조상 제사만 달달이 지내면서 살았네요
말 잘듣던 순수했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