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김의 극치
저는 개인적으로 요한복음 중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대목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동안 예수님은 대중을 상대로 설교하셨고 종교 지도자들인 바리사이, 사두가이와 논쟁하셨으며 권력자들도 논쟁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대중을 상대하거나 공공 모임을 갖거나 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장소를 옮겨서 조그마한 이층 방으로 열두 제자를 불러 식사를 하십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최후의 만찬’입니다. 식사 중에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사적인 이야기를 하십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비밀스럽고 깊이가 있습니다.
1) 사랑의 비밀
요한복음 13-17장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고백처럼 들려주시는 천국의 비밀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사랑을 고백하십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13,1)
예수님은 사랑은 변함이 없고 지극하며 애절합니다. 예수님은 끝까지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아무 조건 없이 생명을 바쳐 사랑하십니다. 13장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사랑을 이야기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에 대한 고백과 결단 없이 일을 하면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먼저 사랑을 고백한 후에 시작해야 합니다. 사랑이 기초가 되면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됩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변함없는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그 사랑을 위해 생명마저 내던지십니다. 그에 비해 인간의 사랑은 어떻습니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순간이나 얼마 동안은 그럴 수 있지만 이면에는 배신이라는 악마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악마가 유다에게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집어넣었습니다.
“만찬 때의 일이다. 악마가 이미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13,2)
그렇다면 모든 죄는 악마가 시켜서 한 것이고 인간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악마가 인간에게 죄를 짓게 할 생각을 집어넣어다 하더라도 인간이 그것을 동의하고 받아들이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죄는 악마와 인간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죄에 대해 악마가 저질렀고 생각을 집어넣어 주었지만, 인간이 본능과 속성에 따라 의지적으로 죄를 저질렀다는 데 더 문제가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들과 이층 방에 모여 소박한 만찬을 하십니다. 이 장면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란 그림으로 남겨저 세대를 이어 오늘날까지도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2) 최후의 만찬에서 일어난 사건
왜 최후의 만찬이 많은 사람, 특히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까? 만찬 중에 두 가지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당시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성찬례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들이 식사하고 있을 때 예수님은 빵을 들어 감사기도를 드리신 후 떼어 제자들에게 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26), 이어서 잔을 들고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7-2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제자들은 이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이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시면서 “나의 살과 피다”라고 말씀하신 뜻을 제자들은 십자가 사건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곧 성찬례를 지키는 일입니다. 성찬례란 쉽게 말해 예수님을 먹는 일입니다.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은 없습니다. 우리는 성찬례를 통해 예수님을 먹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을 때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머리로 이해하려 하고 의지적으로 믿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의심이 들고 이성적인 논리에 맏지 않으면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성찬례를 통해서 본다면, 믿음이란 한마디로 예수님을 먹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입니다. 그분이 내 안에, 내가 그분 안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그분의 피와 살의 흔적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예수님을 믿는 일입니다. 예수님이 우리 안에 들어오시는 것이 성찬례입니다. 그래서 최후의 만찬은 아름다웠고 길이길이 후대에 전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예수님이 음식을 드시던 중에 일어나서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대야에 물을 떠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입니다. 이처럼 두 사건이 최후의 만찬 중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사건이 먼저고 나중인지 알지 못합니다. 사복음서에 두 사건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태오, 마르코, 루카복음에는 성찬례만 있고 반대로 요한복음에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것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4복음서를 합쳐 요약해 보면 성찬례는 예수님의 발을 씻겨 주신 사건입니다. 단순히 사람의 발을 씻어 주는 섬김과 겸손을 넘어서 성찬례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봉사나 헌신에서 십자가와 성찬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면 ‘자기의 의’에 그치고 맙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발 씻김, 섬김, 봉사, 헌신의 의미는 바로 성찬례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사랑이 기초가 되면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됩니다.
우리의 봉사나 헌신에서 십자가와 성찬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면 ‘자기의 의’에 그치고 맙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발 씻김, 섬김, 봉사, 헌신의 의미는 바로 성찬례입니다.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