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날짜 : 5월 4일(토)
날씨 : 변덕심한 봄 날씨
[흐렸다가 바람 불지만 뜨거운 태양에 볕 좋았다가 다시 쌀쌀)
등반 : A조 신현욱 변준기 심창수
B조 박윤정 김수엽
등반시간 : 오전 9시 ~ 오후 2시
등산학교가 끝났다.
5주간 뒷끝없이 맑은 날은 한번도 없었지만, 알차고 무사하게 학교를 마쳤다.
운동도 열심히 했겠다 약간 고무줄이긴 하지만, 체중도 다소 감량되었겠다 등반이 너무 하고 싶었다. 내 등반...
산악회 탈퇴 여부를 떠나 오래전처럼 인수봉 가자고 주말 내내 서울을 오르락내리락 하기엔 열정이 식은건지 내키지가 않았다.
사전에 옥선언니나 희천이를 주말산행일정으로 섭외해놓았건만 어떻게 된일인지 두 사람 모두에게 펑크소식을 듣게 되어 약간 난
감하고 그랬는데 마침 암장에서 현욱형이 대둔산에 간다기에 바짓가랑이를 잡는 모양새로 등반에 참여하게 되었다.
오전 6시 30분 갈마동 삼거리에서 수엽형의 차에 몸을 싣고 대둔산으로 향한다.
날씨는 야외활동하기 매우 좋다는 예보였는데 막상 이른 아침의 대기는 찌뿌드하고 쌀쌀했다.
얇은 바지가 좀 거슬렸지만, 이따 해가 좀 높이 떠오르면 괜찮아지겠지.
안영IC에서 현욱형, 준기씨, 창수형과 만나 산산산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7시 35분
다른 일행들이 등반배낭을 꾸리는 사이 산산산 형수님께 인사드리고 따뜻한 난로를 쬐면서 오늘 등반을 그려본다.
쌀쌀한 날씨에 몸이 조금 움츠려들지만, 올 해 첫 등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 난 잘 할 수 있을까?
주중에 쉴 새 없이 술자리를 가졌기에 찔리고 불편한 마음이 다소 있다.
오전 8시. 현욱형이 안전밸트를 가져왔네 안가져왔네 헤프닝이 있은 후 본격적인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다들 배낭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크고 무거운 배낭을 매고 있다. 총 인원 5명에 로프 3동을 세 명의 남자들이 매고 가는데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하다.
난 로프없이 가벼운 배낭으로 걷는다.
오랜만에 찾는 동지길.
정확하게는 마천대릿지.
언제 갔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힘들지만, 산악회 사람들과 한 두 번, 대전 지인들과 한 번 정도 갔을 꺼다.
맨 처음 갔을 때는 길 찾느라 애 먹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이번엔 오랜만에 찾는 길인데도 쉽게 잘 찾았다.
장비를 착용하고 창수형의 빌레이로 등반을 시작한다.
첫 피치 5.9라도 되어 있지만, 그건 크럭스구간을 인공등반으로 넘어갔을 때 이야기이고 자유등반으로 하면 5.11 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왼쪽에 못보던 두 번째 볼트가 박혀있다. 발란스를 잘 잡아가며 오른쪽 오리지널 두 번째 볼트에 로프클립을 하고 나니 다음 무브가 답이 안나온다.
오버행 구간을 적절한 발홀드 없이 야릇한 손홀드만 찾아 완력으로 올라가려니 엄두가 안난다.
엊저녁인가 월간 사람과 산 유학재 선생님이 마천대릿지 취재등반을 하셨던 기사가 생각이 난다. 도저히 안되면 시간 끌지 말고 과감히 인공으로 가자!
슬링을 연결하여 발 홀드를 만들어 돌파~
힘든 첫 피치를 만나 몸이 고생이다. 전완근이 뻐근한 것이 힘 좀 썼나보다.
6피치
오버행 크랙구간.
중간 부분 불쑥 튀어나온 크랙이 상체를 뒤로 엄청 젖히게 만들고 자세 잡기가 쉽지 않다.
자유등반으로 넘어가보고 싶은데 만만치 않다.
가슴께 보이는 턱에 발을 올리면 끝날 것 같은데 눈 앞에선 하켄에 걸린 슬링이 대롱 흔들리며 맘을 약하게 만든다.
뭔가 집중력이 떨어지고 에너지가 분산되는 느낌
에잇~ 슬링을 잡고 발을 끼워넣어 몸을 일으킨다. 재밍을 하여 쉬면서 다시 자유등반으로 자세를 잡는데 툭 튀어나온 바위모양새는 오버행이 되어 나를 밀어내고 완력을 요구한다.
캠을 설치하고 손 홀드처럼 잡으며 발은 레이백처럼 바위면을 밀어내며 오른다.
휴~ 쉽지 않은 6피치.
다음 7피치도 어려운데 잘 할 수 있을까?
투지나 의지가 다소 상실된 기분. 주중에 술자리가 너무 잦긴 했어.
7피치 앞 도착.
수엽형의 빌레이로 벽에 붙었으나 처음부터 쉽지가 않다.
밸런스가 깨져서 몸이 왼쪽으로 계속 쏠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분명 누군가는 자유등반으로 갔을 텐데 이렇게 답이 안나오다니...
3~4차례 시도해보아도 풀리지 않는다.
왼쪽 크랙에 왼손과 발을 넣고 카운트밸런스를 써서 오른쪽 돌기를 잡는데 그 다음이 자연스럽게 해결이 안된다.
추락에 대비하여 멀리 위쪽 크랙에 캠을 설치하고 후등처럼 올라도 영 찜찜...
다시 인공등반으로 오른다.
김이 새기 시작한다. 반칙을 자꾸 하게 되니까 정말 그랬다.
곧추 선 직벽 앞에 섰다. 예전에 보았던 촉스톤이 사라졌다. 앞뒤로 약간 흔들리긴 했어도 좌우로 꽉 박혀 절대 빠질 것 같지 않던 촉스톤이 없어졌다.
여기도 인공.
의지가 사라져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하여간 무브도 잘못 풀어서 정말 이 구간을 맘에 안들게 올라갔다.
오른쪽 어깨를 넣고 왼발을 빼고 올라가야 했는데 반대로 자세가 되어서 엉망진창~
그렇게 피치종료를 하니 영 개운치가 않고 그렇다.
수엽형의 빌레이를 마치고 줄을 내려 후등으로 다시 올라 무브를 풀어본다.
여전히 스타트구간은 답이 안나오고 직벽은 다시 하면 그나마 나을 것 같다.
후등으로 다시 풀었어도 껄적지근한 기분이 풀리진 않는다.
오전 10시 30분
7피치 상단에 올라 탁 트인 넓은 봉우리에 모여앉아 행동식으로 배를 채운다.
수엽형이 1시간에 걸쳐 만들었다는 구운계란과 현욱형이 준비한 바게트빵 등 음료와 먹거리를 들며 약간의 휴식을 취했다.
7피치 구간을 현욱형이 선등으로 올랐는데 정말 잘 했다. 내가 알기로 현욱형은 선등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인 걸로 아는데 잘 올라서 내가 다 기뻤다. 좀 더 집중하지 못한 나 자신을 반성하며 말이다.
나머지 8피치 구간부터 정상까지는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구간이다.
7피치 마치고 8피치 벽 앞까지는 약 10분 정도 산죽구간을 걸어가야 한다. 내 생각에 원래 마천대릿지가 7피치까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랬다가 정상까지 연장한 것 같은데 맞는지는 모른다. 순전히 내 상상이다.
오후 2시 7분 정상에서 모든 등반을 무사히 종료하고 장비를 정리하여 오후 2시 30분 하산을 시작한다.
돌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생각 같아선 케이블카를 타고 가자고 하고 싶은데 여론이 영 아닌 듯 해서 이를 악물고 계단을 내려간다. 돌계단이 산 입구 들머리까지 이어지니 정말 괴롭다.
전엔 교육차 이 곳을 여러번 자주 오르락내리락 했으면서 오늘은 왜 이리 다리가 힘이 없을까. 이제 체력이 하강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나이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언제나 하산이 끝날꼬 괴로워하며 그래서 형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로 괴로움을 잊어가며 산산산에 도착했다.
맛있는 동동주 두 항아리와 두릅, 돋나물, 묵국밥으로 성대한 뒷풀이를 했다.
오늘 내 등반이 중간 중간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지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무사히 하산을 마치고 밥상 앞에 앉아 있으니 어쨌든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산행을 했구나 하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즐거운 산행이었다.
앞으로 등반을 앞두고는 최소한 일주일 전에는 심한 음주를 삼가야겠다는 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