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로 판명되었던 전설 같은 이야기 침향(沈香)
1987년 12월 발행 「곤명면지」에 의하면 ‘본촌 동쪽 강변에 큰 느티나무가 강(江) 바닥에 묻혀 있는데 몇 백 년은 족(足)히 되나 아직 침향(沈香)이 아니 되어 그대로 묻어두고 있으니 침향(沈香)은 천년(千年)이 넘어야 고가(高價)의 주사(朱砂)가 된다.’는 기록이 있다.
그 이야기는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 몇 번을 들었던 이야기다. 그 옛날 큰 홍수가 졌을 때 하동군 옥종면 종화 부락에 있었던 큰 느티나무가 물에 떠 내려와 두인 보위의 모래밭에 묻혔는데, 할아버지께서 생존해 계실 때만 해도 강의 물 수위가 낮아지면 동네의 어린 아이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리곤 했다. 소문을 들은 고을 원이 사람들을 시켜 모래사장 흙을 헤집고 한 쪽 가지를 잘라 톱으로 켜서 통나무 제사상을 만들었을 정도로 엄청나게 컸다는 이아기를 들려주시면서 위치가 어딘지는 확실치 않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덧붙여 말씀하시기를 느티나무가 물속에 잠겨 1,000년이 지나면 침향이 되는데 나무가 물에 뜨지 않고 가라앉으며 향기가 짙다. 그것은 귀한 약재라서 금보다 더 비싸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 이야기를 요약해서 면지에 실린 것이 분명하다.
예로부터 침향의 효능은 실제 신성(神聖)시 했다. 제례나 장례에선 신비한 향기를 내는 향으로 태워졌지만 약으로 복용할 때는 가장 높은 머리로부터 가장 낮은 발에 이르기까지 약효가 두루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위로는 정신을 맑게 해주고 진정 작용을 하며 속을 데워 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한편, 아래로는 남성의 부족한 정력을 보충해준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침향은 머리에서 하복부 질환까지 두루 처방이 이뤄지는 약재다. 노화방지, 혈액순환, 간 기능 회복의 명약으로 알려진 공진단의 자료로 사향, 녹용, 당귀, 산수유를 사용하는데 사향을 구할 수가 없을 때는 침향을 대신 사용했을 정도로 귀한 약재인 것이다.
사실은 느티나무가 물속에 오래 있었다고 침향이 되는 것이 아니고 침향나무는 따로 있다.
전해졌던 이야기는 그 뒤 사실로 판명되었다. 남강댐 보강공사로 수위가 높아질 것을 대비하여 본촌들을 높이는 하도 사업을 했다. 강폭은 넓게 하고 들의 폭은 줄여 들의 흙을 높이는 작업을 했다. 이때 강바닥의 흙을 파는데 그 나무가 발견된 것이다. 형님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묻혀 있었던 느티나무가 두 그루였는데 한 그루는 굉장히 컸고, 다른 한 그루는 조금 작았다. 색깔은 진한 갈색이었다. 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어떤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요즈음처럼 누구나 공부를 하던 때도 아니고 종이 구하기도 힘들고 인쇄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말로서 전한 것이다. 그 말이 기록과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다. 밤이 되면 동네 사람들이 사랑방에 모여 이야기를 하면 앞 세대가 그것을 듣고 후세에 전하게 되고, 그 후세는 또 후세에 전하면서 역사를 만들었던 것이다.
시간이 나면 가끔씩 어렸을 때 들었던 우리 고향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