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中庸)과 人生 -줄기세포 논쟁을 보며-
내가 반평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지키기 어려웠고,
그 뜻이 모호한 말이 '적당히'란 말이었던 것 같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으로부터, 심지어 학교에서,
사회 생활하는 이익 집단에서도 수천 번도 더 들은,
"적당히 해라." 또는 "알아서 해라."라는 이 말의 뜻을
이해하기까지에는 실로 반평생이 걸린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때인가? 영화 제목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슨 서부활극인 것 같았는데, 군자금 비슷한 보물 동굴
알아내기 위하여 동료와 모의하여 반대편 사람들을 무수히
죽여가며 천신만고 끝에 동료 서너 명이 살아남아 그 동굴
안에 있는 보물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보물이면 서너 명이 가족들이 자손만대 편안히 먹고 살 수
있는 보물이었다. 그중의 한 주동자로 보이는 사람이
그 보물을 모두 차지하기 위하여 그렇게 힘들게 고생한
나머지 동료를 등 뒤에서 총을 난사하여 죽이는 것을
비록 영화이지만, 처절하게 보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왜 죽였을까? 그 보물이면 나누어 가져도
평생을 쓰고 남을 텐데, -너무 지나친 것 같다.-
그저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잊어버렸다.
언젠가 내가 철이 들어가니, '적당히'이란 말이
'지나치면 좋지 않다'라는 뜻으로 이해됐고,
그것이 바로 맹자의 중용정신이란 것을 깨달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도 이 '적당히'라는 말에
속이 뒤집히기도 하고, 도대체 뭘 적당히 하란 것이야?
-미치겠네.- 이렇게 푸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공부하던, 일하던, 돈을 벌던, 무엇이든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라는 것보다 안 좋다는 것이다.
위에서 보기를 들어 말한 영화에서도 결국 그 주동자가
보물을 차지도 못하고 국고로 넘어가게 된 것으로 끝난다.
넘친다는 것은 과욕에서 비롯한다.
즉, 욕심이 지나친 데서 비롯한다.
권력도, 명예도, 사랑도, 무엇이든 넘치면 화를 부른다.
이번에 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줄기세포와 관련된 논쟁도
마찬가지다. 황 박사의 줄기세포 원천기술 보유 문제를 떠나서
실제 발표한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가 거짓이었다는 것은 과욕이다.
노 박사 또한 후기 진행 과정을 책임을 지고 사람이라고 볼 때,
황 박사와 같은 과욕을 지닌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보고 강원용 목사님이 자진하여 신문에 기고한 글 가운데,
"거짓말은 선(善)이 아니다. 그러나 환자를 위한 의사의 거짓말이나
적군에 사로잡힌 자가 조국을 위해 하는 거짓말은 악(惡)이라 할 수 없다."
라는 언급이 있었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고, 나 역시, 아니 우리 모두 이런 정도의
거짓말은 수천 번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나 역시 거짓말은 진실을 이길 수가 없다.
이제는 의사도 불치병에 걸린 환자에게 진실을 바로 알려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좀 더 일찍 죽는다는 것뿐인데
환자가 주변 정리를 할 시간도 주고, 오히려 본인이 알고 병마와
싸워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었어야 한다.
적군에 잡힌 포로라고 하더라도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는가?
그냥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하면 되는 것이고,
아군에게 피해가 된다면 침묵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이런 지난 친 과욕이나, 선의의 거짓말이라면 해도 된다는 생각이
지금과 같은 줄기세포 연구의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고 본다.
즉, 우린 원천 기술은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이제 어떻게 불치병 환자에게 실망을 안겨주나...
벌써 세계에서는 줄기세포가 존재한다고 다 알려졌는데
대한민국의 체면이 있지 어찌 잘못된 과정을 다시 발표하나...
조금만 있으면 결국은 우리가 해낼 텐데...
조금 거짓말을 해서라도 기다려 보자...
이런 생각들이 결국은 위의 언급한 영화에서 보듯 그 주동자는
그 한 톨의 다이아몬드도 갖지 못하고 철장 신세만 지는 것과 같이
황 박사, 노 박사도 이에 못지않은 명예를 실추하였다.
그러나 이미 엎지르진 물이니, 당사자는 국민 앞에 진솔하게
해명하고, 아울러 우리가 그들의 공적을 높이 살 것은 높이 사고,
지금부터라도 중용(中庸)의 의미를 잘 깨우쳐 남은 人生을
지나침이 없이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在美 詩人, 文學評論家 ~ 박만엽 : 200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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