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다음 카페에서 발췌한 영화 '가타카'에 대한 글입니다. 읽으셔도 좋고 뭐 안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가 아니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후 7시, 월요일 오후 2시에 광주 시청 영사관에서 좋은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실 수도 있겠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조금은 쑥스럽지만 용기를 내서 글을 올립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과 좋은 영화 같이 보면서 같이 살았으면 해서요.
<가타카>
❙가까운 미래, 각종 질병과 좋지 않은 성향의 원인이 되는 DNA를 제거하고 완벽한 DNA만을 가진 태아로 태어나게 하는 시험관 시술의 인기로 인류의 출산은 두 가지 방식으로 갈라지게 된다.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 태어나는 자연적인 방법인 ‘신의 아이’와 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추출해 완벽한 DNA로 시험관에서 태어나는 인공적인 방법인 ‘인간의 아이’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탁월한 신체조건과 정신적 장애가 없는 이들은 사회 각층의 엘리트로 성장하게 되고, 자연 그대로의 과정을 거쳐 태어난 보통의 아이들은 사회에서 하층민으로 전락하는 생물할적 차별화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엄마의 뱃속에서 정상적으로 태어난 빈센트 프리맨은 태어날 때 심장질환과 범죄자의 가능성을 지녔으며, 예상 수명이 31살 밖에 안 되는 열성인자를 갖고 태어난 소년이다. 자라나면서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빈센트,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동생 안톤과의 수영시합에서 매번 패하던 그는 마지막 시합에서 동생을 이겨낸 뒤, 열성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침내 그는 집을 나와 자신의 꿈을 향해 혹독한 걸음을 내딛게 된다. 하지만, 유전자 레벨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이 사회는 빈센트의 모든 노력을 결국 물거품으로 만들 뿐이었다. 여러 번의 응시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면접에서 번번이 통과하지 못한 그는, 결국 청소부로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에 발을 들이게 된다. 실력을 갖추고 피나는 노력을 해도 극복할 수 없는 DNA의 한계. 마침내 빈센트는 우성 DNA를 사고 파는 DNA 중계인을 통해 자신의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어둠의 경로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빈센트는 제롬 머로우라는 초일류 엘리트로 새 인생을 살게 되는데...
‘트루먼 쇼’로 우리에게 꽤 깊은 인상을 심어줬던 각본가 앤드류 니콜의 97년 연출 데뷔작인 ‘가타카’는 유전공학을 통해 우성 DNA만을 골라 부모가 원하는 아이를 태어나게 할 수 있는(머리나 눈동자, 피부 색까지도) 근미래를 배경 삼아. 열성 DNA를 가진 보통 인간이었던 빈센트 프리맨이 우성 DNA를 가진 엘리트들이 가득한 우주 항공회사 가타카에서 그들을 제치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생물학적으로 신분이 갈리는 세상이라는 설정 자체도 흥미로우며, 완벽한 인간들 사이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불완전한 인간의 이야기 역시 드라마적 매력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매번 DNA로 모든 것을 검사하는 철저한 관리사회 속에서 부적격자인 빈센트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적격자로 태어나는 과정과, 그 이후 그가 자신의 정체를 타인들에 감쪽같이 속이기 위해서 벌이는 여러 가지 과정들, 그리고 뜻하지 않게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통해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는 구도로 풀어가면서 극적인 재미를 더해준 것이 이 영화에서 스테레오적인 매력을 부여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태어날 때부터 신분을 결정짓는 미래형 관리사회는 흡사 타케미야 케이코의 만화 ‘지구로’에서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 14세가 되는 해에 사회의 구성원으로 적합한지의 여부를 테스트 받고 감별되는 먼 미래의 세상과 유사하다. 부적격자로 낙인찍힌 아이들이 실상은 초능력과 같은 특수한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로, 슈퍼 컴퓨터에 의해 통제되는 세상에 반기를 들고 솔져라는 인물의 지휘 아래 고독한 싸움을 벌인다는 이야기의 ‘지구로’가 좀 더 스케일이 큰 SF 어드벤쳐의 성격을 띄고 있다면, 이 작품 가타카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DNA를 속이고 엘리트 사회에 발을 디딘 빈센트가 갑자기 회사 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로 인해 들이닥친 경찰들로 인해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상황 속에서 빈센트의 내면의 갈등과 사랑, 그리고 통제된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파헤치는 미스테리 드라마적인 구도를 취하고 있다. 드라마 면에서는 ‘지구로’보다 농밀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SF라고는 하지만 빈센트와 그에게 유전자를 빌려준 유진(주드 로 분)과의 우정, 그리고 빈센트처럼 인간의 뱃속에서 태어난 여인인 아이린과의 사랑, 살인사건으로 인해 스스로의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한 빈센트의 갈등 등, 드라마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보니 SF로서 화려한 특수효과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완벽히 통제된 사회를 묘사하기 위해 세트는 굉장히 차갑고 냉정하며,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이러한 금속성의 이미지만으로도 지금과는 다른 미래 사회의 모습을 훌륭히 보여주고 있다. 매일 실행되는 DNA감별을 통과하기 위해 매일 각질 제거와 제모를 하고, 혈액 샘플 채집에 대응하기 위한 가짜 피부조직과 유진의 혈액 샘플, 그리고 소변 샘플을 매일 준비하는 빈센트의 철저한 관리는 사회의 차별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길인지를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 지금의 사회 시스템에서조차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하물며, 유전자 레벨에서 신분이 결정 지워지는 가상의 세계는 오죽하겠는가.
가타카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SF물이다. 메시지도 좋았으며, 아주 최첨단의 미래사회를 그리지는 않았지만, 경직되고 차가운 근미래의 모습을 여러모로 잘 표현해 냈다. 드라마에 포인트를 준 미스테리적 구성도 만족스러웠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꽤 깊이 있는 메시지가 공존하는 범상치 않은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자신을 경외하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조작된 DNA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우주선에 타기 직전 마지막 소변 검사에서 모든 것을 체념한 체 진짜 자신의 소변을 검사관에게 내민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분명한 것은 완벽한 세상일수록 사람들은 불완전함을 그리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불완전하게 태어났을까. 그것은 완전함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인간의 삶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은 아닐까.❙
잘 읽으셨나요? 저는 이 영화가 무척 고급스런 영화라는 점에 동의하구요. 탄탄한 구성과 반전, 흥미있는 스토리 면에서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DNA감별을 통한 심장병 활률 70%이상, 30세쯤에 사망할 확률 90%이상이라는 확률의 잔인성을 보았습니다. 이런 확률이라는 것이 우리에게서 상당 부분의 가능성을 빼앗아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까짓 확률쯤 무시하고 살고 싶네요.
첫댓글 연재님, 영화 평론가 다운 글 솜씨네요. 그보다 영화를 엄청 좋아하고 싶은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었답니다. 거기가면 만날 수도 있겠네요? 궁금합니다. 안내 좀 해주세요.
언제나 환영입니다. 우리 하하에서도 4명이 그 곳 단골이랍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우리는 화요일에 간답니다. 화요일 7시에 오시면 언제나 만날 수 있습니다. 다음에 뵈요.
쇠뿔 당김에 뺐습지요. 월욜 2시 가타카로 신고식 했네요.
화욜 선배님들께 한수 배우려 했는데 아쉽지만 '비념'과 겹쳐.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