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함께 공부한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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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호승 시인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 로 데뷔하였고 1979년 '슬픔이 기쁨에게'를 출간하였다. 슬픔이 담겨있는 시문을 짓는다고 하여서 문학계에서는 '슬픔의 시인' 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 슬픔을 새로 빚은 시인(이다. 생각)
1976년 반시(反詩) 동인을 결성하여 활동하였고 한국 사회의 그늘진 면과 분단의 현실 그리고 산업화 등으로 변해가는 것을 토대로 이를 달래는 시를 써 왔으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이들의 외로움과 슬픔을 따뜻한 시어로 노래했다. 주요 작품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 등이 있다.
※ 반시(反詩)는 1976년 대한민국에서 결성된 문학 동인이다. 편집 동인은 김창완, 권지숙, 정호승, 이종욱, 하종오, 김명인, 김명수, 김성영 등이다.
반시 동인은 “삶은 곧 시다”,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것들의 시화(詩化)가 중요하다. 꽃이나 사랑 등의 관념적 어휘는 배제한다.”며, 예술성은 지키되 시가 오늘의 현실인 삶의 문제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호승 시인의 대표 작품>
1) 맹인 부부 가수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
눈사람도 없는 겨울밤 이 거리를
찾아오는 사람 없어 노래 부르니
눈 맞으며 세상 밖을 돌아가는 사람들뿐
등에 업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달래며
갈 길은 먼데 함박눈은 내리는데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을 용서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르네
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랠 부르네
눈 맞으며 어둠 속을 떨며 가는 사람들을
노래가 길이 되어 앞질러 가고
돌아올 길 없는 눈길 앞질러 가고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건질 때까지
절망에서 즐거움이 찾아올 때까지
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
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 부르며
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 부르며
이 겨울 밤거리의 눈사람이 되었네
봄이 와도 녹지 않을 눈사람이 되었네
2) 부치지 않은 편지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 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 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3)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4) 슬픔이 기쁨에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5)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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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가 사랑하는 사람> 함께 공부하기
이 시는 연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명암(明暗)과 애락(哀樂)의 상호 의존성을 바탕으로 ‘그늘’과 ‘눈물’의 소중함을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며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기쁨이나 사랑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나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러한 상호 의존성을 바탕으로 화자는 일반적인 통념에서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그늘과 눈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1) 갈래 :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 고백적, 상징적, 자기 성찰적, 역설적
3) 제재 : 그늘, 눈물
4) 주제 :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연민과 공감의 소중함
5) 특징 :
-유사한 문장 구조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함
-대조적인 시어(햇빛-그늘, 눈물-기쁨)를 사용하여 주제를 역설적으로 드러냄
-이중 부정을 통해서 강한 의미를 전달하고 운율을 형성함
-설의적 표현을 사용하여 주제를 강조함
※ 작가의 말
“인생은 고통입니다. 인간은 ‘고통’이라는 바다에서 살면서 목말라하는 물고기라고 할 수 있지요. 물속에 살아도 목마름을 느끼고, 그렇다고 물속을 벗어날 수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인생에 고통이 없기를 바라지만, 이 세상에 고통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고통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고통을 이해해야 하며, 나아가 고통을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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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하나라도 더 알고 가자
<쓰리_고> 공부 하나 더
<사이시옷>
1. 우리말의 명사 또는 명사에 준할 만한 말 둘을 합하여 하나의 낱말을 만들 때,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고 뒷말의 첫소리가 ‘ㄱ’, ‘ㄷ’, ‘ㅂ’, ‘ㅅ’, ‘ㅈ’으로 시작하는 경우, 그 뒷말의 첫소리가 특별한 이유 없이 된소리로 나거나(냇가, 뱃길, 귀갓길, 구둣방, 촛불, 빨랫줄, 빨랫비누, 전셋집 등), 뒷말의 첫소리가 ‘ㄴ’, ‘ㅁ’ 또는 모음일 때, ‘ㄴ’이나 ‘ㄴㄴ’소리가 덧날 때에 이를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문자(‘시냇물’, ‘나뭇잎’ 등).
2. 한자어의 경우, 이 음절(二音節)로 된 한자어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에만 예외적으로 쓰인다.
※ 뒤풀이(O) 뒷풀이(X), 위층(O) 윗층(X)
※ 칫솔 : 치과 / 냇물 : 내과
※ 머리말, 머리글, 편지글, 예사말, 인사말, 반대말, 농사일 등에는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다.
<공부를 마치며 한마디>
시를 만나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고, 좋은 시를 만나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를 여러분과 함께 만나서 더욱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첫댓글 시 한편에 맘도 봄이 되네요ㆍ함께하니 더 없이 좋은 시간였습니다.
이다 님 덕분에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곧바로 다음 시간이 기다려져요. 앞으로 저의 일정표에서 매월 첫 금요일 저녁 시간은 시 공부가 독점할 게 확실합니다. 불가항력이 아니라면 놓치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