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얼굴 무늬 수막새 외 2편
유정숙
천년을 따라 도는
흙바람 언덕 너머
맨얼굴 수막새에
턱 없이 금이 가도
무구한
원화의 미소
그리움만 더하네
그 얼굴 환히 돋아
아련히 꿈꾸던 날
불현듯 다가서서
둥근 볼에 찍던 연지
즈믄 해
슬픔마저도
영원으로 품었네
양남 주상절리
천만년 붉은 마음 동해를 깊이 열어
해무에 떠오르다 만파에 굳은 아픔
이제 온
보티첼리가
한눈파는 꽃 덤벙
우주의 둥근 하루 무한에 기대 누워
유연한 물빛 타고 열리는 흑 가리비
저마다
사랑하는 이
비너스로 세운다
독도
구름 낀 하늘을
이따금 쳐다본다
아픔을 삭이는
별의 뜻 읽으라고
너처럼
자우룩한 슬픔
헤아리는 나의 섬
동해 멀리 망망 바다
바위벼랑 내려서면
저 바닥 꿈틀꿈틀
솟아나는 사랑에
아늑한
발길 더듬어
와락 안아 보리라
<당선 소감>
여고 시절 석 줄의 반성문이 숙제처럼 따라다녀
신인상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 순간 3이라는 숫자가 떠올라 왔 습니다.
여고 시절 반성문을 쓸 기회가 있었는데, 연습장 중간쯤에다 석 줄의 반성문을 써서 교감 선생님께 제출했더니 교감 선생님께서 "너 나중에 시인이 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석 줄의 반성문이 숙제처럼 늘 따라다녀 제가 시조를 쓰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인상 당선 소식을 듣고 보니 이제 숙제를 막 끝낸 학생처럼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늦깎이로 시작했지만 마음을 다잡아 시조 공부 열심히 해 보렵니다. 같이 공부하고 있는 경주문예대 연구반 문우들과 함께 이 기쁨 을 나누겠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과 거친 문장을 곱게 다듬을 수 있게 지도해 주신 경주문예대 모든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유정숙 동국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경주문예대학 연구반. 국가지질공원 해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