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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월급사실주의’를 내건 동인들의 작품으로 이뤄진 소설집이다. 모두 8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싶다는 의도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언제부턴가 ‘비정규직’이란 단어가 익숙해지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안정된’ 직장이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하긴 힘겨운 과정을 거쳐 ‘정규직’이 되었다고 해도, 그들이 겪는 무한경쟁의 세계는 어쩌면 ‘비정규직’의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하여 끝내 다양한 사유로 인해 ‘안정된’ 직장을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가 있다.
일단 ‘비정규직’은 수입이나 생활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자신이 하는 만큼 벌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노력을 하지만, 언제나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일상을 견뎌나가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대부분이다. 당장은 안정된 것처럼 보여도 자신을 대신할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수록된 작품들에는 모두 해시태그(#)가 달려 있는데, 예컨대 첫 작품인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남궁인)에는 ‘#비정규직 #아나운서 #일 vs 가족 #직업 수명’ 등과 같은 단어들이 덧붙여져 있다. 목차에서 이러한 해시태그만 보더라도 작품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겠다.
‘#공부방 #돌봄 노동 #중고 거래 #세속성 vs 순수성’ 등의 해시태그가 붙은 <피아노>(손원평)라는 작품은 아파트 1층에서 공부방을 하는 주인공이 처음에는 안정된 운영을 하다가, 끝내 소유하고 있던 집마저 팔고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주인공과 작품에서 마지막을 함께 하는 존재는 수강료조차 제때 내지 못했던 ‘아이’라는 사실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작품들에서 ‘수습 직원’이니 ‘물류 알바’ 혹은 ‘프리랜서’ 등의 용어가 해시태그와 함께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에게 ‘월급’은 매달 고정적으로 입금되는 수입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사회적 위상을 확인하는 척도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물론 자신의 위치에 따라 월급은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는 점도 ‘사실주의’에 입각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새삼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을 통해 이 시대 젊은이들이 처한 ‘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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