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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독자의 마음을 순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한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이가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특정 작품의 일부 내용만을 근거로 ‘음란성’을 주장하기도 하나, 작품이 지니는 전체적인 측면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견해에 불과할 따름이다. 물론 모든 문학 작품이 그렇다고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전문가의 면밀한 독해를 거쳐 문학에 관한 상을 수상한 작품에까지 이런 논리를 든다는 것은 무지의 소치임에 분명하다.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특정 작품을 둘러싼 이견에 교육감이라는 사람이 국회에서 한 발언을 접하면서, 교육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 떠올랐던 단상을 서술해 보았다.
입시를 위주로 달려가는 학교 교육의 문제는 비단 오늘의 현상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학교 현장과 더불어 사회 각계에서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던 사안이다. 더욱이 대학 입시와 성적 위주의 결과를 중시하는 학교 현장에서 학교 폭력이나 왕따와 같은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으며, 그동안 잠재되어 왔던 각종 사례들이 최근 집중적으로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여파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처하고자 일련의 교사들이 모여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그러한 활동의 결과를 모아 책으로 출간하여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과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소설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내면화시키는 방법으로, 학교 현장에서 ‘삶 곳곳에 자리 잡은 폭력에 대해 각성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고심’했던 결과물이라고 이해된다.
전체 3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에서, 이 책은 두 번째 결과물로서 모두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김동인의 <김덕수>와 <반역자>라는 작품들을 포함한 국내편 6작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비롯한 4편의 ‘국외편’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실상 ‘폭력’은 실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는 바, 여러 작품들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 편집자들의 의도일 것이라고 하겠다. 각 작품의 뒷부분에는 ‘이렇게 읽어 보세요’라는 항목으로, 작품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편집자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그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학교 현장에서 이 작품들을 가르칠 때 나름의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편집자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폭력에 맞서는 평화 역량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모임의 결과물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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