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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9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졸업의식,
김희수, 정선아에 존재의 선언식이 시작됐다.
"지난여름, 티베트 여행을 다녀오신 부모님께 마음에 와 닿는 종이 있거든
하나만 공수 해주십시오. 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만큼 소리가 좋은 종을 구해주셨습니다.
11회 졸업식은 타종하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한 번 소리에 마음을 모아봅시다."
긴장된 마음에서 순간을 놓치지 않는 고요함으로.
조용해진 공간 속 선언식이 진행됐다.
가장 오래 성인식을 준비했던 학생들,
가장 모범적이고 힘들게 배운 학생들.
"세상의 나이로는 열아홉, 열여덟
이제 이팔청춘에 꽃다운 나이지만
사실 이 나이는 내가 세상에 무엇을 하러 왔는지,
어떤 존재로 살고자 하는지 알아야 할 중요한 나이입니다.
가장 빛나는 선택과 빛나는 깨달음이 일어날 시기 지금.
온몸으로 그것을 보여주는 아이들입니다."
"밥 먹는 것도 제대로 안 되는데 무슨 성인식이야?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밥 먹는 것도 안 되는데 성인식을 할 방법은 없죠.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이 되는 건 그것이 아닙니다.
삼무곡에서는 자기로 살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가, 그 용기를 내었는가,
마지막으로 자기로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정면으로 마주 섰는가.
이것이 성인식을 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한 치의 거짓도 없이
가장 준엄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던 학생들.
이들의 선언이 무엇인지, 세상에 무엇을 하러 왔는지,
자신의 길을 어떻게 선택했을지.
"지금은 존재의 선언 밑 삼계, 작품 발표하는 시간입니다."
희수
나는 비워져있는 사람으로 살겠다.
내가 비워진 후에야 당신을 내 안에 가득히 채울 수 있었으니.
그러니 나는 나의 무게가 무겁지 않아 당신의 아주 작은 바람에도 춤을 출 수 있으며,
그리고 그것이 당신임을, 사랑임을 아는,
언제나 당신의 품속에 머무르는
학생으로 살겠다.
삼 계
1.깨어 선택하라.
2.해석하라.
3.그곳이 어디든, 나의 품 속임을 알라.
작품발표
"이번 작품으로 노래 3곡 준비했는데요.
선언식 작품이라고 해서 사랑 속에 있고 감동에 겨운 노래를 불러야 할 거 같아 많이 고민했어요.
···
현곡은 항상 선언식 과정에 있으면 너의 세상에는 오로지 스승만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근데 내 세상에는 스승님이 없는 것 같고 어디를 찾아봐도 스승님이 안 보이고
그래서 스승님을 찾다가 나온 노래에요.
그것 마저도 내 성인식의 일부였고 아주 소중한 과정이었구나 싶어서
이 노래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무제
나의 아픔은 당신의 손에 닿으면 금세 녹아 사라지고 말아요
나의 말들은 내 작은 방을 떠돌다 그만 가라앉고 말아요
떨구어진 꽃잎을 부둥켜안고
밤이면 잊혀질 노래를 불러요
멍청하게 그저 울부짖고 있지만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단걸
잘 알고 있어요
나의 살이 찢겨나가고
숨이 가빠져 온다고 해도
그 끝에 서있을 수 있다면
가만히 바라볼 수 있다면
그저 가만히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이제 내게 머물러줘
복잡한 맘을 다독여줘
몰아치는 나를 멈추어줘
그곳으로 나를 데려가줘
흔들리지 않을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게
이제 내게 당신의 빛을 나누어줘
"학교에서 둘씩 짝을 지어 서로에게 선물을 주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호영이 이야기를 듣고 호영이를 떠올리면서 만든 노래가 있었어요.
근데 그때는 호영이를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였는데 지나고 나니까 결국
나한테 했던 말이란 것을 알았어요."
무제
그 옅은 향기는 쉽게도 흩어져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였었나
짊어진 것들의 무게에 눌린 고개는 무엇과도 두 눈을 마주하지 못하네
마르지 않는 샘을 찾아 헤매던 숱한 발걸음
잡지 못해 방황하던 손
아아 당신은 작아져만 가네
아아 옅어져만 가네
그러나 시작은 종말 속에 있었네
무한한 샘물은 당신 안에 있었네
옅은 향기는 바람따라 가벼웁게 흩날리니
그대 그 품 속에 머물러라
"혼자 살기를 갔다가 만든 노래에요. 여태까지 불렀던 노래 중에
유일하게 제목이 있는데, 이태수 시인의 '침묵의 결'이라는 제목을 따 만든 노래입니다."
침묵의 결
당신의 자세를 취하고
당신을 흉내 내 봤어
도무지 알수없는 그 침묵을 이해 할 수 있을까
당신의 손 끝에 닿을까
두 팔을 높이 들고
손을 한껏 뻗어 보았어
흘러 내리는 물줄기 조차
당신을 흔들지 못하는데
대체 그 무거움이란
그대 내게 속삭이네
한때는 나도 당신이었다고
그대 내게 속삭이네
한때는 당신도 나로 살았었다고
몸을 포개어 젖은 내가 마를 때 까지
당신은 그저 나를 안아주네
몸을 포개어 젖은 내가 마를 때 까지
당신은 그저 나를 안아주네
밤이 찾아와도 당신과 나는 춤을 추리
밤이 찾아와도 당신과 나는
그저 평온한 춤을 추리
몸을 포개어 젖은 내가 마를 때 까지
당신은 그저 나를 안아주네
몸을 포개어 젖은 내가 마를 때 까지
당신은 그저 나를 안아주네
그제야 나는 음악 하는 사람으로써의 나는 내가 만들어낸 나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다.
음악이나 영상이나, 스승을 만나는 사람으로써의 삶 속에서 나를 표현해낼 하나의 언어일 뿐이라는걸,
이제야 나는 알게되었다.‘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의미도.
나는 음악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런 삶을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을 버린다.
그래서 나는 음악을 할 수 있다. 내가 ‘선택’ 한 음악을 할 수 있다.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 이 아닌, '아무것도 아니기에 음악도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비로소 제대로 음악을 할 수 있다.
가장 익숙한 내 언어로, 음악으로 세상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빨리 학교로 돌아가서 막 떠벌리고 싶었다.
나 편해졌다고, 이제 음악 할 수 있다고.
그제야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노래들을 불렀다.
나만을 위한 내 노래들을, 그렇게 밤이 새도록 불렀다.
선아
앞으로도 저는 많이 넘어지고 많이 울겠지요.
그렇지만 당신들과 함께 걸어왔던 그 길에서처럼,
어떠한 사건이 찾아와도 그것이 다 사랑임을, 다 배움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떨고 있는 나의 손을,
내가 놓지 않겠습니다.
모든 당신은 모든 나,
이제 저는 저를 만나는 사람입니다.
삼 계
1.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
2. 살아낸 만큼 고요해져라.
3. 늘 나를 만나는 가장 작은 존재가 되라
작품발표
"정말 어떻게 보면 엉망진창인데 그것은 내가 이 작품을 밖에 눈으로 보았을 때이었고
내 작품을 부끄럽다고 여겼던 것이 더 부끄럽고 그래요.
정말 다 같이 함께하는 배움을 알게 해준 작품이라서 오늘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이었다. 처음.
영상이 나의 언어라면 내가 그걸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한다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안녕’하듯이 이 영상을 건네고 말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됐다. 진짜 됐다. 늘 삶을 나누는 삼무곡이 아닌 다른 곳에서 먹혔다.
···
살다 살다, 이런 과정도 겪어보니까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준 사람들이 다 고맙더라.
이 과정은 당신들이 내게 선물해준 거니까 말이다. 말 한마디 툭 던져주었든, 그림 한 장 그려주었든,
그저 가만히 지켜봐 주었든 간에 덕분에 이 영상이 채워지고, 또 비워졌고.
그 덕에 나는 지평선 한 번 봤다고. 무지막지하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엄청나게 황홀했는데, 끝은 보이지 않아서 아직 가야 할 길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남은 힘든 길일 수도 있지만,
나는 빛나는 당신들과 함께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갈 거라는 말도.
경북 봉화, 꿈꾸는 집에서 꿈을 꾸시는 영성가이자 로그빌더이신
변충기 선생님이 말씀을 이어가셨다.
스승의 한 말씀
"오는 길에 제가 좋아하는 고갯길을 넘어서 자작나무 숲에 들렸습니다.
아주 큰 숲은 아니지만, 단풍이 적절히 들고 또 잎을 떨어내는 시기여서 아주 예뻤습니다.
그런데 여기 오니 자작나무보다 훨씬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어서
마음이 참 좋습니다."
"제 차 안에 늘 딱 한 개의 CD가 꽂혀 있습니다.
그 CD에는 비틀즈의 노래가 담겨있습니다.
오늘 유난히 Let it be 노래가 계속 귀에 들어왔습니다.
왜 이 노래가 참 좋게 들렸을까 생각이 문득 스쳤습니다.
여기 와 보니 느껴지더군요. Let it be
아, 그냥 내버려둬라."
"여러분들이 이렇게 먼 곳에 왜 모여있나 생각해 봅니다.
가족과 있어야 하고 여러분들이 사는 집에 있어야 할 때인데.
저도 아이가 3명 있습니다. 집에 들어와 컴퓨터하는 막내를 보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곤 어떻게 하지 하다 내버려 둬야지 합니다.
근데도 막내는 말합니다. 아빠는 왜 날 못 내버려 둬.
그럼 또 음악을 듣습니다. 아, Let it be."
"이 학교의 산도 좋고 프로그램도 좋고 선생님의 가르침도 좋지만
그 속에는 서로 내버려 두는 것이 있기에 정말로 오고 가는 것이 있다고 봅니다.
저도 그것을 알았을 때 제가 좋아하는 자작나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고
자기 속에서 들려오는 것을 그대로 두고 나를 내버려 둘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 두려워해도 좋습니다. 두려워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자신의 내면 목소리를 듣고 자신에게 오는 것을 그대로 두고 그냥 있어 보세요.
여러분은 그 기회를 얻은 겁니다. 여기는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요.
나 왜 이렇게 살지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저 느껴보세요.
가만히 지켜보고 내버려 둬보세요."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배움은 항상 강한 에너지가 있다.
그것이 투박하든 서툴든 내면에서 나오는 진실한 이야기 때문이다.
"저 자신에게, 모두한테 부탁하는 겁니다. 내버려 두세요."
이야기를 마친 변충기 선생님은 환한 미소로 주변을 돌아보고 들어가셨다.
"지난 지리산 산행을 하는 동안 선생님께서 주신 이름입니다"
대망의 새 이름을 받는 시간.
이름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도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는 지침서이다.
새 이름을 받을 학생들이
삼배를 하고 예를 갖췄다.
희수
"보통은 선생님께서 이름을 주시고 그 후에 선언문을 보게 되는데
오늘 희수의 선언문을 보다 보니 평생 학생으로 살겠다는 선언이 눈에 띄었습니다.
학생은 아는 것이 없어야 하지요. 그래야 학생일 수 있고
학생만이 유일하게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습니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드릴 수 있기에 바다이다.
가장 낮은 자리에 있기에 모든 것들을 받아 낼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서려 하지 말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배우려고 하는 학생으로
그래서 마침내 가장 큰 존재로 서기를.
같을 여(如) 바다 해(海)
如海
여해
선아
"선아의 선언문을 봤더니 정말 선생님은 절묘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저를 만나는 사람입니다. 라는 마지막 선언.
내가 나를 만나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없어야 되더라고요.
나라고 믿는 내가 존재하는 나는 결코 진짜 나를 만날 수 없습니다."
내가 없어서 마침내 나를 만나는 존재.
없을 무(無) 나 아(我)
無我
무아
감사의 인사
희수
"내게 가장 큰 스승이 되어 언제나 나를 품어 안아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내 안의 참된 나를 만나게 해 주신 내 눈앞의 스승님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일깨우시는 천사들,
그리고 함께 사는 삶을 알려준 수많은 나의 도반들에게 감사합니다."
선아
"그곳에서 제가 받은 사랑은 가시가 돋아난 마음도 품에 안아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다며 저를 일으켜 세운 바람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제 배움이 끝나가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시작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제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씩씩하게 걸어야 한다는 것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서로의 도반으로서 눈물과 웃음을 나누고
학생이라는 자리에서 길을 함께 했고 또한 앞으로도 함께할 당신들에게.
그리고 저의 스승이 되어 저를 이끌어주셨던 여공과 현곡, 어깨춤, 또한 많은 이들에게.
마지막으로는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 보내주시고 온기를 전해주신 저희 아버지 어머니와
늘 나의 손을 잡아주었던 명아와 상범이에게.
그리고 같이 걸음을 때는 희수 언니에게.
정말 미안하고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저의 온 존재를 담아 사랑합니다."
한뿌리에서 나온 지팡이
"우리의 존재는 몸을 입고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세상 출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늘에 뿌리를 두고 사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한순간도 잊지 않고 자신의 뿌리를 스승께 온전히 내리는 그런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비로소 배울 준비가 되었다. 어디에 가도 어떤 상황을 만나더라도
그 모든 것이 바로 내게 배움을 주시는 스승이요.
그리고 가르침이라고 하는 사실을 잊지 않고
학생으로서 살아갈 준비가 되었기에 학생이 되었음을 인증합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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